쉬면서 창업 관련 책을 꽤 읽었어요.
처음에는 읽은 책 목록만 쌓였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정작 남은 건 책 제목이 아니라 몇 가지 관점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린 스타트업, 제로 투 원, 인스파이어드, The Mom Test 네 권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관점을 제 말로 요약해봅니다.
원문 문장을 옮기지는 않고, 제가 이해한 방식대로만 적어요.
이해가 틀렸을 수도 있으니, 궁금하시면 꼭 책을 직접 읽어보세요.
린 스타트업에서 가장 오래 남은 건 "진척의 단위를 만든 양이 아니라 배운 양으로 본다"는 관점이었습니다.
열심히 일했는데 시장이 원하지 않는 걸 만들었다면, 그 시간은 성과가 아니라 낭비일 수 있다는 이야기죠.
처음에는 조금 냉정하다고 느꼈는데, 지난 일을 돌아보니 그런 경험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일주일을 정리할 때 "무엇을 했나"보다 "무엇을 알게 됐나"를 먼저 적습니다.
알게 된 게 없는 주는 일을 열심히 했어도 뭔가 조정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요.
작은 순환을 반복하라는 메시지는 앞선 글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제로 투 원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조금 더 잘하기보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쪽에 가치를 둡니다.
이 관점에서 제가 인상 깊게 받아들인 부분은 "작은 시장에서 먼저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다"는 생각이었어요.
처음에는 이 말이 제 아이템 탐색과 잘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정을 해보니 이해가 됐어요.
예를 들어 "모든 소상공인을 위한 서비스"보다 "동네의 아주 작은 공방 운영자를 위한 서비스"가 훨씬 구체적이고, 거기서 확실히 필요한 서비스가 되는 게 먼저일 수 있다는 거죠.
물론 이 책의 시각은 꽤 강한 주장이 많아서, 모든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하나의 시각으로 읽었습니다.
인스파이어드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의 관점이 많이 담긴 책이에요.
기억에 남는 건 제품 아이디어가 가진 위험을 몇 가지로 나눠서 본다는 점입니다.
고객이 실제로 원하는가, 쉽게 쓸 수 있는가, 만들 수 있는가, 사업적으로 성립하는가를 따로 묻는 식이에요.
저는 그동안 "만들 수 있는가"만 주로 따졌던 것 같아요.
기획자로 일하면서도 일정과 구현 가능성에 먼저 신경이 쏠렸는데, 정작 "누가 이걸 원하는가"는 뒤로 밀리곤 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새 아이디어를 보면 네 가지 질문에 각각 "지금 아는 것, 모르는 것"을 적어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The Mom Test는 가장 실용적이었던 책입니다.
핵심은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고 묻는 대신, 상대의 생활과 과거 행동을 묻는 것이라고 이해했어요.
칭찬과 막연한 관심은 정보가 아니라는 점도 반복해서 나옵니다.
그래서 제 인터뷰 질문을 다시 고쳤습니다.
"이런 서비스가 있으면 쓰시겠어요?" 대신 "지난번에 그 일을 할 때 어떻게 하셨어요?"로 바꾼 거예요.
이 차이는 직접 해보면 정말 크더라고요.
앞의 질문에는 대부분 "네, 좋을 것 같아요"라는 답이 돌아오는데, 뒤의 질문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끝내기보다, 인터뷰 전에 다시 훑어보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좋았던 점만 적으면 균형이 맞지 않아서, 읽으면서 걸렸던 부분도 적어둡니다.
성공한 사례를 중심으로 쓴 책들은 어쩔 수 없이 "살아남은 이야기"만 보게 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어요.
같은 방법을 썼는데 잘 안 된 사례는 책에 잘 나오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책에 나오는 환경이 제 상황과 다르다는 점도 있었습니다.
큰 시장과 풍부한 자금을 전제한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오면, 작게 시작하려는 제게는 맞지 않는 부분이 생겨요.
그래서 저는 책의 조언을 "정답"이 아니라 "질문 목록"으로 읽기로 했습니다.
이 말이 맞는지는 내 상황에서 작게 시험해보고 판단하자는 쪽으로요.
서로 다른 책이지만 한 줄로 이어보면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내가 옳다고 믿는 가설을 가능한 한 빨리, 싸게, 현실과 만나게 하라는 것입니다.
다만 책마다 강조점이 달라서 린 스타트업은 순환, 제로 투 원은 방향, 인스파이어드는 제품의 위험, The Mom Test는 고객과 대화하는 법에 가까웠어요.
한 가지 조심하려는 건, 책을 읽은 것으로 실행한 것처럼 느끼는 착각입니다.
읽는 건 편하고 기분이 좋은데, 실제로 사람을 만나고 만들어보는 건 훨씬 불편하거든요.
그래서 책에서 배운 걸 하나씩만 골라 바로 해보는 식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제게 일어난 변화를 하나만 꼽으면, 새 아이디어를 들었을 때 반응이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그거 좋네요"가 먼저 나왔는데, 이제는 "그 문제를 마지막으로 겪은 게 언제예요?"가 먼저 떠올라요.
아직 입 밖으로 잘 나오지는 않지만, 마음속 질문이 바뀐 것만으로도 책 값은 한 것 같습니다.
가정 예시로, 누군가 "동네 반려동물 미용실 예약을 쉽게 해주는 앱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해볼게요.
예전의 저라면 기능을 같이 상상하며 맞장구를 쳤을 거예요.
지금은 "최근에 미용실 예약하실 때 어떻게 하셨어요? 불편했던 순간이 있었나요?"를 먼저 묻고 싶습니다.
결국 제게 남은 문장들은 "배운 것을 기록하라", "작게 시작하라", "만들기 전에 알아내라", "과거 행동을 물어라"였어요.
거창하지 않지만, 하나씩 실행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다음에는 책이 아니라 제가 직접 해본 기록을 중심으로 써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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