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캔버스로 문제와 해결책을 정리하고 나니, 그다음에 막히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걸로 어떻게 돈을 버는가"였어요.
기획자로 일할 때는 기능과 사용자 경험에 집중했지, 수익 구조까지 끝까지 그려볼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다시 펼쳐놓고, 가정의 예시로 한 장을 채워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이번 글은 그 정리입니다.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는 한 장에 사업의 구조를 아홉 칸으로 나눠 그리는 도구입니다.
왼쪽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오른쪽은 "누구에게 어떻게 줄 것인가", 아래쪽은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구조"로 읽으면 편했어요.
고객 세그먼트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입니다.
가치 제안은 그 고객의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어주는가입니다.
채널은 고객에게 어떻게 닿고 전달하는가입니다.
고객 관계는 고객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유지하는가입니다.
수익원은 고객이 무엇에 대해 돈을 내는가입니다.
핵심 자원은 이 일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자산입니다.
핵심 활동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
핵심 파트너는 외부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 곳입니다.
비용 구조는 이 모든 것에 드는 주요 비용입니다.
처음에는 아홉 칸이 많아 보이는데, 실제로 채워보면 칸마다 연결된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고객 세그먼트를 바꾸면 채널과 수익원도 같이 바뀌어야 하거든요.
가상의 예시로 한 장을 채워보겠습니다.
동네의 소규모 업장이 예약을 받고 관리하는 서비스라고 가정할게요.
고객 세그먼트는 직원이 한두 명인 소규모 업장입니다.
가치 제안은 전화와 메신저로 받던 예약을 한곳에서 정리하고, 놓치는 예약을 줄여주는 것입니다.
채널은 검색 노출과 업종 커뮤니티, 그리고 이미 쓰고 있는 분들의 소개입니다.
고객 관계는 가입 후 첫 설정을 도와주는 안내와 문의 응대 정도로 가볍게 가져가는 것으로 둡니다.
수익원은 월 구독을 기본으로 생각해봅니다.
핵심 자원은 예약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입니다.
핵심 활동은 제품 개선과 고객 문의 대응입니다.
핵심 파트너는 알림 발송이나 결제 같은 외부 서비스입니다.
비용 구조는 서버와 알림 발송비, 결제 수수료, 그리고 만드는 사람의 시간입니다.
여기까지 채우고 나면 "이게 정말 되는가"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어떤 칸이 근거 없이 적혀 있는지는 선명하게 보입니다.
예를 들어 채널 칸에 "커뮤니티"라고 적었지만, 거기서 실제로 고객을 만난 적이 없다면 그건 가설일 뿐이죠.
저는 근거가 없는 칸에는 물음표를 붙여서 인터뷰 때 확인할 목록으로 씁니다.
수익원 칸은 가장 고민이 길었어요.
같은 서비스도 어떤 모델이냐에 따라 사업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구독은 월 정액을 받는 방식입니다.
장점은 매출이 예측 가능하다는 점이고, 단점은 고객이 "이만큼 쓰는데 이 값이 맞나" 하고 매달 따져본다는 점입니다.
소규모 업장은 고정비에 민감해서, 시작할 때 월 비용 부담이 크면 가입 자체를 망설일 수 있습니다.
수수료는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일정 비율이나 금액을 받는 방식입니다.
고객은 쓴 만큼만 내니까 진입 부담이 작습니다.
하지만 예약만 받는 서비스에서는 "무엇에 대한 수수료인가"가 모호할 수 있고, 고객이 거래를 서비스 밖으로 빼낼 유인도 생깁니다.
광고는 사용자 수가 충분히 많아야 의미가 있습니다.
소규모 업장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는 초기에 광고만으로 지탱하기 어렵다고 보았고, 업장 입장에서도 광고가 붙는 도구는 반가워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 가정 예시에서는 구독을 기본으로 하되, 아주 작은 규모는 무료로 두는 구조를 후보로 적었습니다.
물론 이것도 인터뷰에서 확인해야 할 가설입니다.
한 가지 습관으로 만든 것이 있습니다.
수익원보다 비용 구조 칸을 먼저 채우는 것입니다.
수익은 희망이 들어가기 쉽습니다.
"한 달에 이만큼 가입하면" 하고 숫자를 부풀리게 되거든요.
반면 비용은 비교적 현실적으로 떠올릴 수 있습니다.
서버 비용, 알림 발송비, 결제 수수료, 도구 구독료, 그리고 눈에 안 보이지만 가장 큰 내 시간까지요.
예를 들어 월 구독 가격을 임의의 숫자로 정해본다고 하겠습니다.
거기서 결제 수수료와 알림 발송비를 고객 한 명당 대략 어림해서 빼보면, 고객 한 명이 남기는 금액이 보입니다.
이 금액이 너무 작으면 고객이 아주 많아야 하고, 그러면 영업이나 홍보 비용이 또 늘어납니다.
이렇게 거꾸로 따져보면 "가격을 얼마로 받아야 이 구조가 돌아가는가"라는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다 채운 뒤에는 칸끼리 맞는지를 확인합니다.
고객 세그먼트가 "직원 한두 명의 소규모 업장"인데 채널에 "대기업 영업"이 적혀 있다면 어긋난 것이죠.
가치 제안이 "설정이 쉽다"인데 고객 관계 칸에 "복잡한 교육과 상담"이 적혀 있어도 이상합니다.
이런 어긋남은 칸을 하나씩 볼 때는 안 보이고, 한 장으로 펼쳐놓았을 때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저는 틈틈이 캔버스를 출력해서 벽에 붙여놓고 지나가다 눈에 걸리는 곳을 고치는 식으로 씁니다.
작은 도구지만 생각을 한 장으로 압축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느꼈어요.
캔버스를 한 장 그리는 데는 한두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그 한 장이 맞는지 확인하는 데는 몇 주가 걸려요.
그래서 저는 캔버스를 정답을 쓰는 종이가 아니라 "지금 내 가설의 지도"로 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한 번 그린 뒤 인터뷰를 하면서 칸을 고쳐 쓰고, 날짜를 적어 버전을 쌓아갑니다.
남은 질문은 두 가지입니다.
소규모 업장이 월 구독에 실제로 얼마나 민감한가, 그리고 무료 구간을 어디까지 열어야 하는가입니다.
이건 책상에서는 답이 안 나오니, 다음 인터뷰 질문 목록에 넣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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