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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서비스 가격, 어떻게 정해야 할까

2022. 4. 20. 16:55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그리다 보면 수익원 칸 옆에 꼭 "얼마?"라는 질문이 따라붙습니다.
기능은 이리저리 바꿀 수 있는데, 가격은 한 번 정해서 공개하면 바꾸기가 훨씬 조심스러워요.
그래서 가격 정하는 방법을 책과 글, 그리고 제가 직접 해본 연습을 섞어 정리했습니다.
정답을 찾았다기보다는 "이런 순서로 생각하면 덜 헤맨다"에 가까운 기록입니다.

 

가격을 정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첫째는 원가 기반입니다.
들어가는 비용에 이익을 더해 가격을 정하는 방식입니다.
계산은 명확한데, 고객이 느끼는 가치와는 상관이 없다는 점이 약점이에요.
비용이 적게 드는 소프트웨어는 원가로 계산하면 터무니없이 싸게 나오기도 합니다.

둘째는 경쟁 기반입니다.
비슷한 서비스들이 받는 가격을 참고해서 그 근처로 정하는 방식입니다.
경쟁사 분석 때 만든 표의 가격 칸이 여기서 쓰입니다.
기준을 잡기에는 좋지만, 경쟁사도 근거 없이 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됩니다.

셋째는 가치 기반입니다.
고객이 이 서비스로 얻는 이득에 비춰 가격을 정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놓치던 예약이 한 달에 몇 건 줄어든다면, 그만큼의 매출 가치가 가격의 상한선이 됩니다.
가장 설득력 있지만,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알아내는 일이 제일 어렵습니다.

 

저는 이 세 가지를 순서대로 놓고 봅니다.
원가는 "이 아래로는 내려가면 안 되는 바닥", 경쟁 가격은 "시장이 익숙해하는 범위", 가치는 "올릴 수 있는 천장"으로 읽는 거예요.

 

소규모 업장용 예약 서비스를 가정해서 숫자로 한 번 해볼게요.
아래 숫자는 모두 설명을 위한 임의의 값입니다.

고객 한 명당 한 달에 드는 비용(알림 발송, 결제 수수료, 서버)이 대략 몇천 원이라고 가정합니다.
이것이 바닥입니다.

비슷한 서비스들의 월 이용료가 무료부터 몇만 원대까지 퍼져 있다고 해봅니다.
이것이 시장이 익숙해하는 범위입니다.

고객 업장이 이 서비스로 월 몇 건의 노쇼나 누락을 줄일 수 있고, 한 건의 가치가 몇만 원이라고 가정해봅니다.
그러면 천장은 월 수십만 원까지도 이론상 올라갑니다.

바닥과 천장 사이가 이렇게 넓으면, 가격은 사실 용기의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다음 단계가 필요합니다.
고객에게 물어보는 일입니다.

 

처음에는 가격을 낮게 잡고 싶어지는 마음이 큽니다.
아직 증명된 게 없으니 싸게라도 써주면 고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낮은 가격에는 숨은 위험이 몇 가지 있어요.

 

첫째, 낮은 가격으로 들어온 고객은 나중에 가격을 올릴 때 반발이 큽니다.
"처음엔 이 값이었는데"라는 기준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둘째, 가격이 너무 낮으면 고객의 진지함도 낮아지기 쉽습니다.
가볍게 가입해서 쓰지 않는 고객이 늘고, 그 피드백은 별로 쓸모가 없어요.

셋째, 가격은 신호이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싼 서비스는 "아직 믿을 만하지 않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높게 잡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저는 "내가 부담스러울 만큼은 받아보는 쪽이 정보를 더 준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고 꽤 설득되었어요.
돈을 내는 고객의 반응은 무료 사용자의 반응과 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격을 실험하는 가장 가벼운 방법은 고객 인터뷰입니다.
다만 "얼마면 쓰시겠어요?"라고 곧바로 묻는 것은 좋은 질문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미래 가정에는 후하게 답하기 때문이에요.

대신 과거와 현재의 행동으로 묻는 쪽이 낫더라고요.
지금 예약 관리에 쓰고 있는 도구나 방법이 있는지, 거기에 돈을 쓰고 있는지, 얼마나 쓰는지를 묻습니다.
그리고 지금 쓰는 방법 때문에 한 달에 놓치는 예약이나 낭비되는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묻습니다.

그다음에 가격 질문을 조심스럽게 던집니다.
"이런 가격대에서는 어떤 느낌이 드세요?" 하고 범위를 보여주고 반응을 봅니다.
싸다고 하는지, 고민하는지, 바로 거절하는지가 중요하고, 말투와 망설임도 같이 기록해둡니다.

더 나아가면 "이 가격으로 지금 가입 예약을 해주실 수 있나요?" 같은 작은 약속을 요청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말로 하는 호의와 실제 행동은 다르니까, 작은 행동이라도 요청해보면 진짜 반응이 보입니다.
저는 아직 실전에서 이걸 해본 것은 아니고, 연습으로 질문을 다듬어 두었어요.

 

금액만이 아니라 구조도 같이 정해야 합니다.
무료 범위를 둘 것인가, 요금제를 몇 개로 나눌 것인가, 월 결제와 연 결제를 둘 것인가 같은 문제입니다.

초기에는 요금제를 단순하게 두는 것이 좋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습니다.
선택지가 많으면 고객이 고민하고, 만드는 쪽도 관리할 것이 늘거든요.
저라면 처음에는 "무료 체험 후 하나의 유료 요금제"처럼 최대한 단순한 구조로 시작하고, 쓰는 방식이 보이면 나누는 쪽을 택할 것 같습니다.

가격을 한 번 정했다고 영원히 고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바꿀 때 지켜야 할 원칙은 미리 정해두면 좋다고 느꼈어요.
기존 고객에게는 일정 기간 이전 가격을 유지해주거나, 바뀌는 시점과 이유를 충분히 일찍 알리는 식입니다.

그리고 가격을 바꾸는 신호를 미리 적어둡니다.
예를 들어 "무료 사용자는 많은데 유료 전환이 거의 없다"면 가치를 못 전하고 있거나 무료 범위가 너무 넓은 것일 수 있고, "가격에 대한 불만이 거의 없다"면 오히려 너무 싸게 받고 있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런 해석은 정답이 아니라 출발점이지만, 기준이 없을 때보다는 훨씬 차분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계산해서 맞히는 것이 아니라 가설을 세우고 반응으로 조정하는 것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처음 정한 가격이 틀릴 수 있다는 전제로, 어떤 신호가 오면 바꿀지를 미리 적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남은 질문은 아직 많아요.


고객이 말로 답하는 지불 의사와 실제 지불 행동이 얼마나 다른지, 그리고 그 차이를 어떻게 줄여서 읽을지입니다.
이 부분은 인터뷰를 더 쌓으며 계속 공부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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