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들어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안 보는 날이 없었습니다.
뉴스에도 나오고, 대기업 발표에도 나오고, 지인과의 대화에서도 한 번은 꼭 나와요.
10월에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꾼다고 발표한 뒤로는 열기가 한층 더 올랐다고 느낍니다.
아이템을 찾는 중인 입장에서 이런 분위기를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웠어요.
"이게 정말 기회라면 지금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마음과 "유행에 휩쓸리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같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시장 조사 연습 삼아 메타버스를 한 번 체계적으로 점검해 보았습니다.
조사하다 보니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사람마다 메타버스라는 단어로 가리키는 대상이 꽤 다르다는 것입니다.
3D 가상 공간 안에서 아바타로 모이는 것을 말하기도 하고, VR 기기를 쓰는 경험을 말하기도 하고, 게임 플랫폼 안에서 열리는 행사를 말하기도 해요.
심지어 일반 모바일 앱에 아바타 기능이 들어간 정도를 메타버스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정의가 흐리면 시장 규모를 계산하기도, 경쟁자를 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단 "무엇을 메타버스라고 부르는가"가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쓰고 있는가"로 눈을 돌렸어요.
제가 눈에 띄는 사례를 모아 보니 대략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첫째는 소셜과 놀이입니다.
아바타를 꾸미고 친구와 만나서 노는 서비스들이에요.
이 영역은 이미 사용자가 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청소년층이 많이 쓴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둘째는 게임 플랫폼 안의 이벤트입니다.
게임 속에서 열리는 가상 콘서트나 브랜드 행사 같은 것인데, 이미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이벤트를 얹는 구조라서 이해하기가 쉬웠어요.
셋째는 업무와 교육입니다.
원격 회의나 행사를 가상 공간에서 해 보려는 시도예요.
코로나 이후 비대면이 늘면서 관심이 커졌지만, 화상 회의 도구로도 충분한 상황에서 굳이 가상 공간이 더 나은 이유를 사용자가 느끼게 하는 것이 숙제처럼 보였습니다.
넷째는 상거래와 소유입니다.
디지털 아이템이나 토큰을 사고파는 흐름인데, 여기는 투기적인 분위기와 제도적인 불확실성이 섞여 있어서 별도로 다뤄야 할 영역 같았어요.
이렇게 나눠 놓고 보니 "메타버스 아이템"이라는 말이 얼마나 넓은지 알겠더라고요.
네 영역은 고객도, 경쟁자도, 수익 방식도 전혀 다릅니다.
제 시선에서 느낀 진입장벽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미 큰 플랫폼들이 있다는 점이에요.
소셜 영역이든 게임 영역이든, 사람이 모이는 곳은 이미 정해져 있고 새 공간에 사람을 데려오는 건 비용이 큽니다.
공간을 만드는 것보다 사람을 모으는 게 훨씬 어렵다는 건 다른 서비스를 봐도 마찬가지예요.
둘째는 제작 비용과 기술 장벽입니다.
3D 콘텐츠를 만들고 운영하려면 필요한 역량이 많고, 혼자서 작게 시작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어요.
저는 기획 쪽 사람이라 이 부분이 특히 크게 느껴졌습니다.
셋째는 "왜 굳이 가상 공간인가"라는 질문에 아직 설득력 있는 답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사용자가 지금의 방식으로 충분하다고 느끼면, 새로운 공간으로 옮겨 올 이유가 약해요.
앞선 글에서 정리한 질문으로 보면 "현재 해결책이 이미 충분히 괜찮은 문제"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기회가 없다는 건 아닙니다.
두 가지 정도는 분명히 흥미로웠어요.
첫째는 기존 플랫폼을 도구로 쓰는 쪽입니다.
이미 사람이 모인 플랫폼 안에서 행사, 교육, 체험을 기획하고 운영해 주는 일은 큰 설비 투자 없이도 해 볼 수 있어 보였어요.
기획자로서 접근하기 좋은 지점이라고 느꼈습니다.
둘째는 특정 집단의 구체적인 문제를 푸는 쪽입니다.
예를 들어 가정이지만, 원격으로 모여야 하는 작은 동호회나 수업에서 "서로 얼굴을 보기보다 같은 공간에 있다는 느낌"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의미가 있을 수 있어요.
이 경우도 메타버스라는 말을 앞세우기보다 그 집단의 문제를 먼저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앞서 정리한 다섯 개 질문에 메타버스를 대 보면 이렇게 됩니다.
누가 겪는 문제인가를 물으면, 영역이 넓어서 하나로 답할 수가 없었어요.
현재 해결책이 무엇인가를 물으면, 상당수 사례에서 기존 도구가 이미 잘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자주 큰 불편인가를 물으면, 아직 "불편이 있어서"가 아니라 "새로워서" 쓰는 경우가 많아 보였어요.
돈이나 시간을 쓸 문제인가를 물으면, 소셜과 게임 쪽에서는 일부 그렇지만 일반적인 업무 용도에서는 확신이 약했습니다.
내가 1년 동안 들여다볼 수 있는가를 물으면, 호기심은 크지만 제 경험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이 점검에서 느낀 것은, 메타버스에 관해서는 제가 아직 문제를 말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기술과 유행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신호예요.
그래서 지금의 결론은 "관찰 대상"입니다.
창업 아이템 후보에서는 일단 제외하되, 흐름은 계속 지켜보려고 해요.
관찰할 때는 세 가지를 보려고 합니다.
사람들이 호기심이 아니라 꾸준히 쓰는 서비스가 나오는지, 기존 도구로는 안 되던 문제를 푸는 사례가 나오는지, 그리고 제작 비용이 낮아져 작은 팀도 시도할 수 있게 되는지입니다.
유행을 외면하는 것도, 쫓아가는 것도 아닌 중간 지점에 서 있는 것 같아요.
남은 질문은 몇 년 뒤에 이 글을 다시 읽었을 때 제가 얼마나 틀렸는지, 혹은 얼마나 맞았는지 하는 점입니다.
그 비교를 위해서라도 오늘의 판단 근거를 이렇게 적어 둡니다.
'Planning · PM > Business · Growth'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로 수익 구조 그려보기 (0) | 2022.04.08 |
|---|---|
| 경쟁사 분석 템플릿 만들기 (0) | 2022.03.14 |
| 시장 규모 어림해보는 법 - TAM, SAM, SOM 직접 계산해보기 (0) | 2021.10.26 |
| 2022년 가트너 10대 전략 기술 (0) | 2021.10.25 |
| 창업 아이템,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까 - 문제에서 출발하기 (0) | 2021.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