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특별히 나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어디에 힘을 줘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머릿속에서만 돌리면 같은 자리를 맴돌 것 같아서, 오늘은 고민을 글로 꺼내 놓아 보려고 해요.
AI 덕분에 화면도, 코드도, 문서도 만드는 비용이 크게 줄었습니다.
기획서를 쓰던 시간에 목업을 바로 만들고, 그 목업을 개발에 가까운 형태로 이어 가는 일이 가능해졌어요.
그러면 "기획서를 잘 쓴다"는 것만으로는 차이가 나지 않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차이가 날까요.
지금 제 생각은 세 가지예요.
어떤 문제를 풀지 정하는 눈, 한 분야를 깊이 아는 도메인 이해, 그리고 만든 것이 실제로 쓰이는지 확인하는 끈기입니다.
이 세 가지는 AI가 대신해 주기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이기도 해요.
저는 최근 몇 년 동안 예약 시스템 기획을 하면서 업장, 서비스, 자원, 슬롯 같은 개념을 계속 만져 왔습니다.
한 도메인을 깊게 알면 정책의 예외와 운영의 현실이 보여서 좋은 점이 많았어요.
반면 시장의 변화는 한 도메인에 머무르기에는 너무 빠르다는 불안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나눠서 생각해요.
깊이는 도메인에서, 폭은 AI와 도구에서 가져가자는 것입니다.
도메인은 한 곳을 파고, 도구는 계속 새로 익히는 방식이에요.
말은 쉬운데 시간 배분이 정말 어렵습니다.
제가 보는 시장의 흐름은 대략 이렇습니다.
화면을 눌러서 쓰던 서비스가 점점 말로 시키는 방식으로 옮겨 가고 있어요.
AI가 사용자 대신 일을 처리하는 에이전트 형태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서비스의 "화면"이 하는 역할도 달라지는 중이라고 느낍니다.
이번 주에도 AI 서비스의 화면이 대화 안에서 달라지는 소식이 있었고, 그런 소식을 볼 때마다 시장이 생각보다 빨리 움직인다고 실감해요.
이 흐름이 예약 같은 업종 서비스에는 기회이면서 위협이기도 합니다.
기회는 운영하는 분들의 반복 업무를 AI가 줄여 줄 수 있다는 점이에요.
위협은 사용자가 서비스 화면을 거치지 않고 AI에게 바로 예약을 시키게 되면, 서비스의 접점이 바뀔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느 쪽이 먼저 올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고민만 하면 답이 안 나오니 가설을 세워 보았습니다.
틀려도 괜찮고, 다음 달에 다시 점검할 수 있게 적어 둘게요.
가설 1: 기획자의 가치는 만드는 속도가 아니라 문제 정의와 판단의 질에서 나온다.
가설 2: 서비스의 화면보다 정책과 데이터와 연결 구조가 더 오래 남는다.
가설 3: AI와 일하는 방식을 먼저 정리한 사람이 팀의 속도를 바꾼다.
이 가설에 맞춰 당장 할 일은 단순합니다.
하나의 도메인에서 정책을 더 정교하게 쓰는 연습을 계속하고, AI에게 일을 맡기는 방식을 기록으로 남기고, 개인 프로젝트에서 직접 만들어 보면서 감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고민이 많을 때일수록 일하는 방식이 흐트러지기 쉬웠습니다.
새 소식을 계속 보다 보면 정작 해야 할 일은 뒤로 밀리고, 불안만 늘어나더라고요.
그래서 몇 가지 규칙을 정했어요.
- 새 소식은 하루에 정해진 시간에만 훑어본다.
- 소식을 본 뒤에는 "그래서 내가 다루는 문제에 무슨 영향이 있나"를 한 줄로 적는다.
- 한 주에 하나는 직접 손으로 만들어 본다.
읽기만 하는 날보다 한 줄이라도 적고 직접 만져 보는 날이 마음이 훨씬 안정되었습니다.
불안은 정보가 부족해서 생기기도 하지만, 내가 통제하는 일이 없다고 느낄 때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작더라도 내가 손에 쥔 일이 있으면 시장이 아무리 흔들려도 중심이 잡힌다고 느꼈습니다.
혼자 생각하면 같은 결론만 반복되기 쉬워서, 요즘은 다른 직군의 이야기를 일부러 들으려고 합니다.
개발자에게는 AI 때문에 코드를 쓰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운영하시는 분들에게는 어떤 반복 업무가 가장 힘든지를 물어봐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제 고민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시장의 방향이라는 큰 말보다 실제로 불편한 한 가지를 듣는 게 더 쓸모 있을 때가 많았어요.
가설은 세워 두기만 하면 의미가 없어서, 한 달 뒤에 확인할 항목도 적어 둡니다.
첫째, 정책 문서를 쓰는 속도와 완성도가 지금보다 나아졌는지 봅니다.
둘째, AI에게 일을 맡길 때 다시 요청하는 횟수가 줄었는지 봅니다.
셋째, 개인 프로젝트가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갔는지 확인해요.
숫자로 딱 떨어지지 않더라도, 이런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으면 방향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고 보려고 합니다.
반대로 답이 계속 "아니오"라면 가설을 바꿀 때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거예요.
솔직히 말하면 아직 풀리지 않은 질문이 더 많습니다.
이 방향이 맞는지, 시장이 너무 빠르게 변해서 지금 쌓는 것이 의미 없어지지 않을지 하는 걱정이 가끔 올라와요.
그래도 걱정을 적어 두니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고민이 많다는 건 어쩌면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어요.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적고, 내일은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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