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프로젝트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하는데, 실패한 프로젝트는 잘 꺼내지 않는 것 같아요.
저도 그동안 실패담은 웬만하면 조용히 넘기고 싶었는데, 최근에 한 프로젝트를 접으면서 이번엔 좀 솔직하게 정리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작년에 사내 알림 기능을 개인화하는 프로젝트를 6개월 정도 진행했습니다.
사용자별로 관심사를 학습해서 알림 종류와 발송 시간을 다르게 주는 기능이었어요.
초기 반응도 나쁘지 않았고, 저도 꽤 자신 있게 밀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런데 3개월 뒤 지표를 보니 알림 클릭률이 오히려 이전보다 떨어져 있었고, 결국 프로젝트를 롤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첫 번째로 놓친 것, 사용자가 원한 건 "더 많은 알림"이 아니었다
저는 개인화를 하면 사용자가 더 관심 있는 알림을 더 많이 받게 될 거라고 가정했습니다.
실제로는 정반대였어요.
사용자 인터뷰를 다시 해보니, 사람들이 원한 건 "관심사에 맞는 알림"이 아니라 "불필요한 알림을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알림을 정교하게 맞추는 데만 집중했지, 애초에 알림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가능성은 검토하지 않았어요.
가정을 검증하지 않고 6개월을 달렸다는 게 가장 아픈 부분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놓친 것, 중간 점검 지표가 없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최종 성공 지표는 정했지만, 중간에 확인할 지표는 따로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3개월이 지나서야 "이거 잘 안 되고 있구나"를 알게 됐어요.
만약 한 달 단위로 작은 지표(알림 오픈율, 알림 끄기 설정 비율 같은)를 확인했다면, 훨씬 일찍 방향을 틀 수 있었을 겁니다.
저는 이 프로젝트 이후로 어떤 프로젝트든 최소 2주 단위로 확인할 수 있는 선행 지표를 반드시 같이 정의하게 됐습니다.
세 번째로 놓친 것, 팀에게 "실패할 수도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저는 이 프로젝트를 팀에게 소개할 때 지나치게 자신 있게 이야기했습니다.
"이건 잘 될 거다"라는 확신을 심어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 중간에 이상 신호가 보였을 때도, 팀원들이 저에게 "이거 방향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만들어졌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한 팀원이 조심스럽게 "사실 두 달 전부터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말하기 애매했어요"라고 말했을 때, 제가 만든 분위기가 문제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프로젝트를 접기로 한 뒤에는 조용히 덮기보다, 회고 문서를 따로 만들어서 팀 전체와 공유했습니다.
가정이 뭐였는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다음에 비슷한 프로젝트를 할 때 어떤 지표를 먼저 봐야 하는지를 정리했어요.
이 문서를 공유했을 때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습니다.
"실패를 이렇게 정리해서 공유하는 문화 자체가 좋다"는 피드백을 여러 명에게서 받았어요.
이 프로젝트는 결과로만 보면 분명한 실패입니다.
6개월의 리소스를 썼고, 지표는 오히려 나빠졌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와서 보면, 이 프로젝트를 겪지 않았다면 "가정을 검증하는 습관"이나 "중간 지표를 미리 정하는 습관"을 이렇게 절실하게 몸에 새기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이번엔 조금 더 겸손하게 가정을 세우고, 조금 더 자주 중간 점검을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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