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이렇게 빨리 지나갈 줄 몰랐습니다.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난 한 해였고, 업무 방식도 팀 구조도 많이 바뀌었어요.
연말이니만큼, 올 한 해 기획자로 일하면서 배운 것들을 가볍게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3월부터 전면 재택근무로 전환되면서,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하나씩 무너졌습니다.
화이트보드 앞에서 즉석으로 하던 논의가 안 되니까, 모든 걸 문서로 먼저 정리하는 습관이 강제로 생겼어요.
처음엔 답답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오히려 회의 전에 문서를 미리 정리하는 습관이 붙으면서 회의 자체의 질이 올라갔다는 걸 느낍니다.
말로만 떠들다 끝나던 회의가, 문서를 같이 보면서 구체적으로 무엇에 동의하고 무엇에 반대하는지 짚는 회의로 바뀌었어요.
올해 가장 크게 배운 건,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득해도 데이터가 없으면 팀을 움직이기 어렵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연초에 새 기능을 제안했다가 "그게 왜 필요한지 데이터로 보여주세요"라는 피드백을 받고 몇 주간 로그를 파봤던 기억이 나요.
그 이후로는 아이디어를 낼 때 항상 최소한의 데이터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고, 이게 결국 저를 더 신뢰받는 기획자로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올해 상담 챗봇 프로젝트를 리드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영역을 많이 배웠습니다.
NLU, 인텐트, 폴백 같은 용어를 처음 접했을 때는 막막했는데,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니 이 용어들이 이제 익숙해졌어요.
AI 관련 프로젝트는 일반 기능 개발과 다른 방식의 기획이 필요하다는 것도 크게 배운 부분입니다.
확정된 결과를 미리 보장할 수 없다는 전제를 팀 전체와 공유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에 제대로 느꼈어요.
예전엔 기획자가 프로젝트의 모든 디테일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프로젝트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제가 모든 걸 알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게 오히려 팀을 더 잘 이끄는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데이터 팀에게 물어야 할 건 묻고, 개발팀의 기술적 판단을 신뢰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 게 생각보다 훨씬 편해지더라고요.
올해를 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분명 있습니다.
정책 문서 관리처럼 눈에 잘 안 보이는 부분을 소홀히 했다가 뒤늦게 문제를 겪은 적도 있었고, 우선순위를 감으로 정했다가 팀원들과 부딪힌 적도 여러 번 있었어요.
내년엔 이번에 정리한 프레임워크들을 좀 더 꾸준히 지켜보고, 특히 데이터 팀과의 협업을 더 자연스럽게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느끼는 건, 기획자라는 일이 결국 "계속 배우는 일"이라는 겁니다.
매번 새로운 프로젝트마다 몰랐던 부분이 드러나고, 그걸 채워가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 같아요.
내년에도 이런 시행착오들을 계속 기록해두면서,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는 한 해를 보내고 싶습니다.
'Archive >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PM 커리어, 기획자에서 PO로 넘어가며 느낀 것 (0) | 2020.08.09 |
|---|---|
| 2019년 읽은 PM/기획 관련 책 정리 (0) | 2019.01.21 |
| 여행 고수들이 말하는 놓치면 후회하는 해외 여행지 추천 best 10!! (0) | 2014.11.19 |
| 서울 근교 가볼만한 추천 여행지 (0) | 2014.06.26 |
| 연인들이 꼭 해야 할 일 100가지 (0) | 2013.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