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니 올해 읽은 책들을 정리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업무에 쫓기다 보면 책 읽을 시간을 따로 내기가 쉽지 않은데, 그래도 올해는 출퇴근 지하철에서라도 꾸준히 읽으려고 노력했어요.
PM/기획 관련해서 읽은 책 중 기억에 남는 것들과, 실제로 업무에 적용해본 부분을 짧게 남겨봅니다.
인스파이어드 (마티 케이건)
올해 초에 읽고 제일 크게 영향을 받은 책입니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해결책을 미리 정하고 오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이라는 문장이 계속 머리에 남았어요.
이 책을 읽은 뒤로, 회의에서 "이 기능을 만들어야 합니다"라는 말이 나오면 바로 "그 전에, 어떤 문제를 풀려는 건가요"를 되묻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처음엔 팀원들이 "왜 자꾸 딴지를 거냐"는 반응이었는데, 몇 번 반복하니 다들 알아서 "이건 어떤 문제를 풀려는 거고"부터 회의를 시작하게 됐어요.
작은 습관 하나 바꾼 것치고는 회의 시간이 확실히 줄었습니다.
린 스타트업 (에릭 리스)
사실 예전에 한 번 읽었던 책인데, 올해 신규 서비스 기획을 맡으면서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만들기-측정-학습"의 루프를 이론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MVP를 어느 정도까지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부족했어요.
이번에 재독하면서 저희 팀 MVP 범위를 다시 검토했는데, 처음 잡았던 범위의 3분의 1까지 줄이고 나서야 "이게 정말 최소 기능"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줄이고 나니 오히려 2주 만에 첫 버전을 배포할 수 있었고, 그 2주치 데이터가 이후 방향을 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요.
감성 디자인 (도널드 노먼)
디자이너 동료의 추천으로 읽은 책인데, 기획자 입장에서도 얻을 게 많았습니다.
본능적, 행동적, 반성적 디자인이라는 세 층위를 나누는 방식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저희가 UI 개선을 논의할 때 흔히 "예쁘다/안 예쁘다"로만 이야기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이건 첫인상(본능적) 문제인지, 사용성(행동적) 문제인지, 아니면 브랜드에 대한 인상(반성적) 문제인지"를 구분해서 논의하게 됐습니다.
같은 피드백이라도 어느 층위의 문제인지 구분하니, 회의에서 감으로 부딪히던 논쟁이 훨씬 정리가 잘 됐어요.
책은 아니지만, 팀 내 스터디로 다뤘던 협업 관련 자료도 언급하고 싶습니다.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가 각자 "일이 잘 안 풀릴 때 스트레스를 느끼는 지점"이 다르다는 걸 스터디를 통해 서로 이야기해봤는데, 이게 책 몇 권 읽는 것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됐어요.
개발자는 요구사항이 자꾸 바뀌는 걸 제일 힘들어했고, 디자이너는 피드백이 구체적이지 않은 걸 힘들어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요구사항 변경이 생기면 최소한 이유를 먼저 설명하고, 디자인 피드백을 줄 때는 "이게 별로예요" 대신 "이 부분이 어떤 목표와 안 맞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주려고 노력하게 됐어요.
올해는 프로덕트 관리와 디자인 쪽 책을 주로 읽었는데, 내년에는 데이터 분석이나 성장 전략 쪽 책을 좀 더 챙겨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로스 해킹 관련 지표를 공부하면서 느낀 게, 이론서를 제대로 읽어두면 실무에서 데이터를 해석할 때 훨씬 빠르게 판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말 연초에 리스트를 좀 더 구체적으로 짜서, 내년 이맘때는 또 어떤 책들이 기억에 남을지 기대해봅니다.
책 한 권으로 업무 방식이 갑자기 바뀌는 일은 잘 없지만, 이렇게 몇 권씩 쌓아두고 돌아보면 확실히 조금씩은 달라진 게 보입니다.
올해 읽은 책들 덕분에 회의하는 방식, 피드백 주는 방식이 조금은 더 정돈된 것 같아요.
내년에도 꾸준히 읽고, 또 이렇게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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