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률이 높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급해져요.
뭔가 크게 잘못된 것 같고, 당장 화면을 갈아엎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하지만 이탈률은 증상일 뿐이고, 원인은 여러 군데에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탈률이 높은 화면을 만나면 늘 같은 순서로 점검하는 목록을 따라가 봅니다.
오늘은 그 목록을 정리해 볼게요.
먼저 이탈률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확인해야 해요.
분석 도구에 따라 한 페이지만 보고 나간 비율을 말하기도 하고, 해당 페이지에서 서비스를 떠난 비율을 말하기도 해서 정의가 다를 수 있어요.
정의를 모르고 숫자만 비교하면 엉뚱한 결론이 나옵니다.
또 이탈률이 높다고 늘 나쁜 건 아니에요.
전화번호나 영업시간처럼 정보 하나를 찾으러 온 사람은 그걸 보고 바로 떠나는 게 목적 달성이거든요.
반대로 가입 폼이나 결제 단계에서 떠나는 건 분명 문제 신호예요.
그래서 "이 페이지에서 떠나는 게 성공인가 실패인가"를 먼저 판단해야 해요.
그다음에 유입 경로나 기기별로 나눠서 어디에서 특히 높은지 봅니다.
검색으로 들어온 사람과 광고를 보고 들어온 사람은 기대가 달라서, 같은 화면에서도 반응이 다르게 나오기 때문이에요.
사용자는 새 페이지에 들어와서 아주 짧은 시간에 "내가 찾던 곳이 맞나"를 판단한다고 느껴요.
정확한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첫 화면에서 서비스가 무엇을 하는지, 나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 바로 보이지 않으면 뒤로 가기를 누르기 쉬워요.
모바일에서는 첫 화면이 더 좁아서 이 문제가 더 커져요.
데스크톱에서는 한눈에 들어오던 메시지가 모바일에서는 스크롤 아래로 밀려나는 일이 흔해서, 모바일 화면을 기준으로 먼저 점검해 보는 편이에요.
점검할 것은 세 가지예요.
제목이 사용자의 말로 쓰였는가, 기대하고 들어온 내용과 일치하는가, 스크롤하지 않고도 핵심 메시지와 다음 행동이 보이는가.
광고나 검색 결과에서 약속한 내용과 랜딩 화면의 내용이 다르면 이탈이 커집니다.
"할인 쿠폰"을 보고 들어왔는데 메인 화면만 나온다면 사람들이 나갈 만하죠.
속도는 눈에 안 보이지만 이탈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예요.
특히 모바일 환경에서 이미지가 무겁거나 스크립트가 많으면 화면이 뜨기 전에 사람들이 떠납니다.
기획자가 직접 최적화를 할 수는 없지만, 큰 이미지를 꼭 써야 하는지, 첫 화면에 꼭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는 정해 줄 수 있어요.
로딩 중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보다 뼈대라도 먼저 보여 주는 편이 기다림을 덜 지루하게 만들어요.
입력 부담도 중요해요.
가입이나 신청 화면에서 요구하는 정보가 많을수록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점검할 때는 항목마다 "지금 꼭 필요한가"를 물어봐요.
나중에 받아도 되는 정보는 뒤로 미루고, 자동 입력이나 선택형으로 바꿀 수 있는 항목은 바꿔요.
오류가 났을 때 입력한 내용이 모두 사라진다면 그 자리에서 떠나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오류 문구는 어느 칸이 왜 틀렸는지 알려 줘야 하고요.
처음 방문한 사용자는 이 서비스를 믿어도 되는지 불안해해요.
특히 결제나 개인정보 입력이 필요한 화면에서는 더 그래요.
운영 주체, 연락처, 환불과 취소 규정, 개인정보를 어떻게 쓰는지 같은 정보가 필요한 자리에 있는지 봅니다.
디자인이 지나치게 허술하거나 이유 없이 팝업이 쏟아지면 신뢰가 깎여요.
후기나 사용 사례가 있다면 과장되지 않고 출처가 분명한지도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음 행동이 분명한지 확인해요.
사용자가 화면을 다 읽었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면 그냥 나가요.
눌러야 할 버튼이 눈에 띄는지, 흥미를 가진 사람을 위한 다음 콘텐츠 연결이 있는지, 막다른 화면이 없는지를 점검합니다.
검색 결과가 없을 때 빈 화면만 보여 주기보다 비슷한 항목이나 다른 검색어를 제안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광고를 보고 들어오는 가상의 이벤트 랜딩 페이지를 생각해 봐요.
이탈률이 높아서 점검해 보니, 모바일에서 이미지가 커서 첫 화면이 늦게 뜨고, 이벤트 참여 버튼은 한참 스크롤해야 나온다고 가정해요.
참여 폼에는 입력 칸이 여섯 개나 있고, 개인정보를 왜 받는지 설명이 없다고 해 볼게요.
점검 목록에 따르면 속도, 첫 화면, 입력 부담, 신뢰가 모두 걸리는 상태예요.
이럴 때 저라면 한꺼번에 다 고치지 않고, 가장 비용이 적고 영향이 클 것 같은 순서를 정해요.
이미지 크기를 줄이고, 참여 버튼을 첫 화면에 올리는 것부터 시작하는 식이에요.
하나씩 바꾸고 이탈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봐야 무엇이 효과가 있었는지 알 수 있어요.
정리하면 이탈률 점검은 정의 확인, 첫 화면, 속도와 입력 부담, 신뢰, 다음 행동의 순서예요.
이 목록은 정답이 아니라 출발점이고, 서비스마다 중요도는 달라져요.
개선 후에는 같은 기간, 같은 조건으로 전후를 비교해요.
이벤트나 시즌 영향이 섞이면 효과를 잘못 읽기 쉬워서, 가능하면 한 번에 한 가지씩 바꿔서 확인하는 게 좋아요.
숫자를 낮추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지 않도록, 떠난 사람이 목적을 이뤘는지 아닌지부터 보려고 해요.
남은 질문은 이탈한 사용자의 진짜 이유를 어떻게 알아낼 것인가예요.
숫자는 떠났다는 사실만 알려 주기 때문에, 이탈 직전의 짧은 설문이나 사용 관찰 같은 방법을 어디까지 쓸 수 있을지 더 살펴보고 싶어요.
'Planning · PM > UX · Product'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디자인 시스템 도입기 - 왜 필요했나 (0) | 2020.10.17 |
|---|---|
| 비대면 시대 온보딩 UX 재설계 (0) | 2020.08.16 |
| 웹사이트를 만들 때 사용자 관점에서 점검할 것들 (0) | 2020.08.12 |
| 왜 UX를 데이터로 분석해야 하나 (0) | 2020.08.12 |
| 사용자 행동 흐름 분석하기 (0) | 2020.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