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저희 서비스의 온보딩 화면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생겼습니다.
기존 온보딩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원이 설명해주는 걸 보완하는" 정도의 역할이었는데, 매장 방문 자체가 줄어드니 온보딩 화면이 유일한 첫 접점이 되어버린 거예요.
이 변화를 겪으며 재설계했던 과정을 정리해봅니다.
기존 온보딩 화면은 세 장짜리 슬라이드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 서비스는 이런 겁니다", "이런 기능이 있습니다", "시작해볼까요?" 순서였는데, 이건 사용자가 이미 오프라인이나 지인 추천으로 서비스에 대한 기본 개념을 알고 들어온다는 전제 위에 만들어진 거였어요.
비대면으로 신규 유입이 늘면서 이 전제가 깨졌습니다.
사용자 인터뷰를 해보니 "이 서비스가 뭘 해주는 건지 슬라이드를 봐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슬라이드에 적힌 문구가 이미 서비스를 아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러웠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추상적으로 느껴졌던 겁니다.
예를 들어 "당신의 하루를 더 스마트하게"라는 문구는 기존 사용자에게는 익숙한 브랜드 슬로건이었지만, 신규 사용자에게는 "그래서 정확히 뭘 하는 서비스인데?"라는 의문만 남겼어요.
온보딩 퍼널을 다시 뜯어봤습니다.
슬라이드 1에서 2로 넘어가는 비율은 92%였는데, 슬라이드 3에서 실제 가입 버튼을 누르는 비율은 41%까지 떨어졌어요.
가입 버튼을 누른 뒤에도 첫 화면에서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이탈하는 사용자가 35%나 됐습니다.
슬라이드는 그냥 훑어보고 넘기지만, 실제로 뭘 해야 하는지 감을 못 잡은 채 첫 화면에 도착한다는 게 데이터로 드러난 거죠.
저희가 내린 결론은 슬라이드로 설명하는 방식을 버리고, 가입 직후 바로 핵심 기능을 체험하게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거였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가입 완료 후 바로 "샘플 데이터로 핵심 기능 한 번 눌러보기"라는 인터랙티브한 튜토리얼을 넣었어요.
설명 텍스트는 최소화하고, 사용자가 직접 버튼을 눌러보면서 "아 이게 이렇게 되는 거구나"를 스스로 깨닫게 만드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신경 썼던 건 "실제 데이터가 아니라 샘플 데이터를 쓴다는 걸 사용자가 헷갈리지 않게 하는 것"이었어요.
샘플 카드에 "예시입니다"라는 라벨을 붙였는데, 초반 테스트에서 몇몇 사용자가 이 라벨을 못 보고 진짜 데이터로 착각해서 혼란스러워했습니다.
결국 라벨 색을 더 눈에 띄게 바꾸고, 샘플 화면 전체에 옅은 패턴 배경을 깔아서 "이건 연습 화면이다"라는 게 시각적으로 바로 느껴지게 다시 디자인했어요.
기존에는 "슬라이드 세 장을 다 넘기면 온보딩 완료"였는데, 이 기준 자체도 바꿔야 했습니다.
새로운 기준은 "핵심 기능을 최소 1회 실제로 실행했는가"로 바꿨어요.
이렇게 기준을 바꾸고 나니, 온보딩 완료율이라는 지표 자체가 훨씬 의미 있는 숫자가 됐습니다.
예전 기준으로는 슬라이드만 넘기고 아무것도 안 한 사용자도 "완료"로 잡혔지만, 새 기준에서는 진짜로 서비스를 써본 사용자만 완료로 잡히니까요.
재설계된 온보딩을 적용한 뒤, 가입 후 7일 리텐션이 기존보다 18%p 올랐습니다.
첫 화면에서 아무 행동 없이 이탈하는 비율도 35%에서 14%로 줄었어요.
숫자로 보면 확실히 개선이었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습니다.
인터랙티브 튜토리얼을 중간에 건너뛰는 사용자가 여전히 20% 가까이 있었고, 이 사용자들의 리텐션은 여전히 낮았어요.
저희는 이제 "왜 이 20%는 체험형 튜토리얼도 건너뛰는가"를 다음 과제로 보고 있습니다.
비대면이라는 조건이 온보딩을 "설명하는 화면"에서 "혼자서도 이해할 수 있는 화면"으로 바꿔야 한다는 압박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오프라인 접점이 있을 때는 화면이 부족한 부분을 사람이 채워줬는데, 그 접점이 사라지니 화면 자체가 모든 걸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이 재설계를 계기로, 저는 온보딩을 "서비스를 소개하는 순서"가 아니라 "사용자가 혼자서도 첫 성공 경험을 만들 수 있게 돕는 장치"로 다시 정의하게 됐습니다.
다음 단계로는 튜토리얼을 건너뛰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별도 인터뷰를 진행해볼 계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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