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생각이 많았습니다.
알람이 울리기 전부터 머릿속에서 같은 질문이 계속 돌았어요.
앞으로 기획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그리고 요즘 매일 함께 일하는 AI는 도구일까 동료일까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정리가 안 된 채로 하루를 시작하기 싫어서, 일어난 김에 생각을 그대로 적어 보려고 해요.
예전에 기획자의 하루는 문서를 만드는 시간이 상당했습니다.
화면을 그리고, 설명을 붙이고, 정책을 정리하고, 그 문서를 들고 개발자와 이야기하는 흐름이었어요.
요즘은 AI에게 말로 설명하면 그럴듯한 화면 목업이 금방 나옵니다.
초안을 쓰는 일, 정리하는 일, 표로 만드는 일은 눈에 띄게 빨라졌어요.
이 변화가 편하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은 일 중 하나가, 화면은 빨리 나오는데 그 화면에 대한 설명이 비어 있어서 개발자와 소통하다 막히는 경우였어요.
만드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를 남기는 일이 오히려 더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줄어드는 일은 만드는 일이고, 줄어들지 않는 일은 판단하고 의도를 남기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지금 제가 정리한 답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문제를 정하는 일입니다.
AI는 주어진 문제를 푸는 데는 빠르지만, 어떤 문제를 풀 가치가 있는지는 맥락을 아는 사람이 정해야 해요.
둘째는 기준을 정하는 일입니다.
무엇이 좋은 결과인지, 어디까지 맡기고 어디부터 사람이 확인할지를 정하는 일이에요.
셋째는 책임을 지는 일입니다.
결과가 잘못되었을 때 누가 설명하고 누가 고치는지는 결국 사람의 몫으로 남습니다.
이 세 가지는 화려한 일은 아니에요.
그런데 AI가 만드는 결과물이 늘어날수록, 이 세 가지가 약한 팀은 빨리 만들고 빨리 헤매게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가장 오래 붙잡은 질문이 이거였습니다.
저는 협업자라는 말을 쓰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 같은 목표를 공유하는가
- 맥락을 기억하고 이어 가는가
- 결과에 책임을 지는가
- 서로의 피드백으로 달라지는가
이 기준으로 보면 AI는 일부는 충족하고 일부는 충족하지 못합니다.
목표를 말해 주면 그 방향으로 일하고, 같은 대화 안에서는 피드백을 반영해서 달라져요.
하지만 제가 맡긴 일이 틀렸을 때 책임을 지는 쪽은 AI가 아니라 저였고, 대화가 끝나면 맥락이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행동은 동료처럼 대하되, 책임은 사람이 가진다는 선을 분명히 하는 것이에요.
말을 걸 때는 동료에게 설명하듯 배경과 이유를 충분히 적고, 결과를 받을 때는 검토자의 눈으로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협업자라고 부르느냐 도구라고 부르느냐보다, 이 선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AI를 도구로만 보면 시키는 일만 시키게 됩니다.
반대로 너무 동료처럼 믿으면 확인 없이 받아들이게 되고요.
저는 두 쪽 모두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은 일을 맡길 때 세 가지를 같이 적으려고 합니다.
목적이 무엇인지, 어디까지가 범위인지, 끝났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예요.
사람 동료에게 업무를 요청할 때 쓰는 문장과 거의 같습니다.
다시 말해 AI와 잘 일하는 방법은 사람과 잘 일하는 방법과 많이 닮아 있었어요.
가정해서 하루를 그려 보면 이렇습니다.
아침에 해결할 문제를 AI에게 길게 설명하고, 초안이 나오면 제가 읽으면서 빠진 예외를 찾아 다시 요청해요.
그 과정에서 AI가 놓치는 것은 대부분 화면에 보이지 않는 규칙이었습니다.
권한이 없을 때 어떻게 되는지, 값이 비었을 때 무엇을 보여 줄지 같은 내용이에요.
그래서 AI와 일하는 하루에서는 제가 쓰는 시간의 비중이 달라졌습니다.
직접 만드는 시간은 줄고, 읽고 판단하고 고쳐 달라고 말하는 시간이 늘었어요.
일을 만드는 사람에서 일을 검토하고 방향을 잡는 사람으로 조금씩 옮겨 가는 느낌입니다.
이 변화가 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직접 만들던 감각이 무뎌질까 걱정되기도 해요.
사람과 일할 때도 규칙이 없으면 서로 기대가 어긋납니다.
AI와 일할 때도 마찬가지라서, 저는 몇 가지를 미리 정해 두려고 해요.
어디까지는 AI가 바로 처리해도 되는지, 어디부터는 제가 꼭 확인하는지, 결과물에 어떤 기록을 남기는지를 정하는 일입니다.
특히 기록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AI가 만든 결과가 왜 그렇게 나왔는지, 제가 어떤 지시를 했는지가 남아 있어야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되짚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건 사람 동료와 일할 때 회의록을 남기는 습관과 똑같은 이유입니다.
아직 답을 못 정한 질문도 있습니다.
AI가 점점 더 긴 일을 혼자 이어서 하게 되면, 그때도 책임은 사람이 가진다는 선이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에요.
그리고 사람과 AI가 같이 만든 결과물에서 누가 어디까지 기여했는지를 어떻게 남길지도 궁금합니다.
오늘은 결론을 내기보다 생각을 적어 두는 데 의미를 두려고 해요.
몇 달 뒤에 이 글을 다시 읽으면, 그때의 저는 이 질문에 어떤 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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