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을 찾는 일이 앉아서 머리를 쥐어짠다고 되는 일은 아니라는 걸 요즘 실감하고 있습니다.
노트를 펴 놓고 "자, 아이디어를 내 보자" 하면 대개 비슷한 생각만 맴돌아요.
반대로 이동 중에, 줄을 서다가, 앱을 쓰다가 문득 "이거 왜 이렇게 불편하지" 싶은 순간이 있었는데, 그건 대부분 기록하지 않아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디어 대신 불편함을 모으는 노트를 쓰고 있어요.
하루 5분이면 되는 아주 작은 습관인데, 두 주쯤 이어 가니 꽤 쓸모가 있어서 방법을 정리해 둡니다.
아이디어는 해결책 쪽에 가까운 말이고, 불편함은 문제 쪽에 가까운 말입니다.
앞선 글에서 문제에서 출발하기로 했기 때문에, 해결책을 먼저 적는 노트는 방향이 맞지 않았어요.
또 하나의 이유는 불편함이 훨씬 쉽게 적힌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서비스 아이디어"는 부담스럽지만 "오늘 병원 예약 전화가 계속 통화 중이라 짜증 났다"는 누구나 한 줄로 쓸 수 있잖아요.
쓰는 문턱이 낮으면 습관이 오래 가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불편함은 그 자체로 가설이 되어 줍니다.
"나만 그런가, 다른 사람도 그런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니까요.
양식은 일부러 단순하게 만들었습니다.
세 칸이에요.
첫째 칸은 상황입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려던 중이었는지를 적어요.
둘째 칸은 불편입니다.
무엇이 어떻게 막히거나 번거로웠는지를 있는 그대로 적습니다.
감정이 섞여도 괜찮고, 짜증 났다고 써도 됩니다.
셋째 칸은 현재 해결책입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넘겼는지를 적는 칸이에요.
전화를 다시 걸었는지, 포기했는지, 다른 방법을 찾았는지를 적어 두면 나중에 매우 유용합니다.
가정 예시로 이런 기록이 나올 수 있어요.
상황은 퇴근길에 단골 미용실에 다음 예약을 잡으려던 때입니다.
불편은 영업이 끝난 시간이라 전화가 안 되고, 메신저로 문의하니 답이 다음 날 왔다는 것입니다.
현재 해결책은 일단 메모해 뒀다가 다음 날 점심시간에 다시 연락한 것입니다.
이렇게 적어 놓으면 "예약 서비스를 만들자" 같은 해결책은 한 줄도 안 쓰였지만, 문제는 아주 또렷해져요.
해결책을 쓰고 싶은 충동이 들면 노트 구석에 따로 "아이디어 칸"을 만들어 거기에만 적게 했습니다.
그래야 불편 기록이 해결책 얘기로 오염되지 않더라고요.
내 불편만 적으면 한계가 있어서, 주변에서 들은 불편도 같은 양식으로 적습니다.
지인이 "요즘 이게 너무 번거롭다"고 말하는 걸 들으면 그 자리에서 메모해 두는 식이에요.
이때는 한 가지만 조심합니다.
들은 이야기를 내 해석으로 바꿔 적지 않는 것입니다.
"사장님이 재고 관리가 힘들대"라고 쓰는 것과 "마감 때마다 노트에 적은 수량과 실제 수량이 달라서 한 시간씩 다시 센다고 했음"이라고 쓰는 것은 정보량이 전혀 달라요.
가능하면 상대가 한 말을 그대로, 구체적인 상황과 함께 적으려고 합니다.
기록은 쌓기만 하면 금방 창고가 됩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대개 금요일 저녁에 10~15분 정도 시간을 내서 그 주의 기록을 쭉 읽어 봅니다.
읽으면서 하는 일은 세 가지입니다.
비슷한 상황이나 불편이 있으면 같은 색으로 묶어 표시하고, 같은 현재 해결책이 반복되면 따로 모아요.
그리고 한 주에 두세 개 정도는 "더 알고 싶은 불편"에 별표를 칩니다.
별표를 친 것은 다음 주에 한 번 더 관찰하거나, 주변에 한두 명에게 물어보는 후속 행동으로 이어지게 합니다.
기록에서 끝내지 않고 작은 행동 하나가 붙어야 노트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직 몇 주밖에 안 돼서 대단한 통찰이 있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미 눈에 띄는 패턴이 몇 가지 있어요.
하나는 "연락과 일정 조율"에 관련된 불편이 유난히 자주 나온다는 점입니다.
예약을 잡고, 시간을 바꾸고, 늦는다고 알리는 일이 여러 상황에 걸쳐 반복해서 등장했어요.
또 하나는 현재 해결책이 대부분 "메신저와 메모"라는 점입니다.
전용 도구 없이 범용 도구로 버티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고, 그건 서비스 후보를 찾는 데 꽤 힌트가 되는 신호라고 읽었습니다.
물론 이건 제 생활 반경 안에서 모인 기록이라 편향이 있을 거예요.
그래서 패턴이 보인다고 바로 아이템이라고 부르지 않고, "관찰 중인 패턴"이라는 이름으로만 따로 적어 둡니다.
처음에는 노트를 일부러 거창한 앱으로 만들려다가 그만두었습니다.
도구를 고르고 양식을 꾸미는 데 시간을 쓰면 정작 기록이 시작되지 않더라고요.
지금은 스마트폰 메모 앱에 "불편 기록"이라는 메모 하나만 만들어 두고, 떠오를 때 그 자리에서 세 줄만 적습니다.
정리는 주말에 컴퓨터로 옮기면서 하고, 평일에는 쓰는 것만 신경 써요.
기록과 정리를 일부러 다른 시간에 하니 둘 다 부담이 줄었습니다.
또 하나는 "적지 못한 날"을 자책하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하루 이틀 빠져도 일주일 단위로 합쳐 보면 대개 열 개 안팎은 모이기 때문에, 매일 완벽하게 쓰는 것보다 주간 리뷰를 빠뜨리지 않는 쪽이 더 중요하다고 정했어요.
불편함 노트는 대단한 방법이 아니고, 오히려 너무 단순해서 아무도 안 할 만한 습관인 것 같아요.
그래도 아이템을 찾는 문제를 "오늘 하루 5분"이라는 크기로 쪼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앞으로 한 달쯤 더 모아 보고, 별표가 많이 쌓인 영역부터 실제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볼 계획이에요.
남은 질문은 기록하는 행위 자체가 불편을 찾는 눈을 만들어 버려서, 평소라면 신경 쓰지 않았을 일까지 불편으로 보이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점입니다.
그 부분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으로 계속 점검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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