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계획서라고 하면 왠지 거창한 문서가 떠오르는데, 막상 써보면 "내 생각을 남에게 설명하는 문서"라는 점에서 기획서와 닮아 있었습니다.
쉬는 동안 지원사업 공고나 양식을 읽어보고, 연습 삼아 가상의 아이템으로 계획서를 써보는 과정을 거쳤어요.
그때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문장을 다듬기 전에 구조를 먼저 잡아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정리한 구조와, 쓰면서 자주 했던 실수를 적어봅니다.
처음에는 첫 문단부터 멋지게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장을 다듬다 보면 어느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거나, 정작 중요한 내용이 빠져 있더라고요.
구조를 먼저 잡고 칸마다 한두 줄 메모를 채워두면, 그다음에는 문장으로 풀기만 하면 됩니다.
저는 글을 쓰기 전에 A4 한 장에 다섯 칸을 그립니다.
문제, 해결, 시장, 모델, 실행 계획입니다.
각 칸에 키워드 수준으로만 적고, 칸끼리 말이 이어지는지 먼저 확인해요.
문제 칸에는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불편을 겪는지를 적습니다.
"시장이 크다" 같은 말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람과 장면이어야 해요.
예를 들어 직원이 한두 명인 동네 업장이 전화와 메신저로 예약을 받다가 시간이 겹치거나 놓치는 장면이 문제 칸에 들어갑니다.
해결 칸에는 그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를 적습니다.
기능 나열이 아니라 "고객이 이전과 무엇이 달라지는가"를 먼저 쓰고, 그 방법을 간단히 설명합니다.
시장 칸에는 이 문제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어디서 만날 수 있는지를 적습니다.
앞서 정리한 시장 규모 어림 계산이 여기서 쓰입니다.
모델 칸에는 어떻게 돈을 버는지를 적습니다.
수익원과 대략적인 가격, 비용 구조를 연결해서 씁니다.
실행 계획 칸에는 앞으로 일정 기간 동안 무엇을 어떤 순서로 할지를 적습니다.
여기서 "언제까지 무엇을 확인한다"가 구체적일수록 신뢰가 갑니다.
다섯 칸을 이어서 읽었을 때 "문제가 이렇고, 그래서 이렇게 풀고, 그 대상은 이만큼이고, 이렇게 돈이 되고, 그래서 이렇게 해나간다"라는 한 줄 이야기가 되어야 합니다.
한 칸이라도 이 이야기에서 끊기면 그 부분이 약점입니다.
지원사업이나 공모에는 대체로 정해진 양식이 있습니다.
양식을 처음 보면 항목이 많아서 압도되지만, 읽는 요령이 생기니 조금 편해졌어요.
(구체적인 사업명이나 요건은 해마다 바뀌므로 여기서 단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실제로 쓸 때는 반드시 해당 공고문을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첫째, 양식의 항목을 위의 다섯 칸에 대응시켜 봅니다.
이름은 다르지만 대개 문제 인식, 해결 방안, 시장 분석, 수익 모델, 추진 계획 같은 질문으로 정리됩니다.
둘째, 평가 기준이나 배점이 공개되어 있다면 가장 먼저 봅니다.
어느 항목에 비중이 큰지를 알면 글의 분량을 어디에 쓸지 감이 잡히거든요.
셋째, 분량 제한과 서식 제한을 먼저 확인합니다.
글자 수나 페이지 제한이 있는데, 다 쓰고 나서 줄이려면 구조가 흐트러지기 쉽습니다.
넷째, 항목 사이에 반복되는 질문이 있는지 봅니다.
같은 질문이 표현만 바꿔 여러 번 나오는 양식이 있는데, 이때 내용이 서로 어긋나지 않게 신경 써야 해요.
계획서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숫자입니다.
시장 규모, 목표 고객 수, 예상 매출 같은 것들이죠.
제가 세운 원칙은 숫자 옆에 항상 근거를 한 줄 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목표 업장 수 몇 곳"이라고 쓴다면, 그 옆에 "어떤 통계에서 어떤 가정으로 나온 값인지"를 적습니다.
근거가 없는 숫자는 읽는 사람이 믿을 수 없고, 쓰는 나도 나중에 왜 그 숫자를 썼는지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출처를 적을 수 없다면 "가정"이라고 분명히 표시하는 쪽이 낫습니다.
가정은 틀려도 되지만, 숨긴 가정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 숫자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면 오히려 신뢰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읽었습니다.
첫 해에 갑자기 급성장하는 그래프보다, 단계마다 무엇을 확인하며 늘려가는지 보이는 계획이 더 설득력 있어 보였어요.
연습하면서 저와 주변 사례에서 반복해서 보인 실수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기능 설명이 길고 문제 설명이 짧은 경우입니다.
읽는 사람은 기능보다 "왜 이게 필요한가"를 먼저 알고 싶어 합니다.
"모두를 위한 서비스"라고 쓰는 경우입니다.
고객이 모두라는 말은 아무도 아니라는 말과 같아서, 첫 고객층을 좁혀서 쓰는 편이 낫습니다.
경쟁이 없다고 쓰는 경우입니다.
고객이 지금 쓰는 방법(수기, 메신저, 엑셀)도 경쟁이라는 점을 앞서 정리했는데, 이를 빼먹으면 조사가 부족해 보입니다.
실행 계획이 막연한 경우입니다.
"고객 확보 노력"처럼 쓰면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은 것입니다.
"몇 주 안에 몇 곳을 만나 무엇을 확인한다"처럼 확인 가능해야 합니다.
구조를 익히기 위해 가상의 아이템으로 한 장짜리 요약을 먼저 써보는 연습도 했습니다.
소규모 업장용 예약 서비스를 가정하면, 문제는 한 줄로 이렇게 쓸 수 있어요.
"직원이 적은 업장은 전화와 메신저로 예약을 받다가 시간이 겹치거나 놓치는 일이 잦다."
해결은 "예약을 한곳에 모아 중복과 누락을 줄인다", 시장은 "이런 업장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는 통계로 어림한다", 모델은 "월 구독", 실행 계획은 "처음 몇 주는 업장 분들을 만나 문제가 실제인지 확인한다"입니다.
한 장으로 줄여도 이야기가 통하면 긴 계획서는 이것을 풀어 쓰는 일이 됩니다.
반대로 한 장이 안 나오면 아무리 길게 써도 설득이 안 된다는 것을 여러 번 겪었어요.
사업계획서를 써보니, 이 문서의 가장 큰 쓸모는 제출이 아니라 내 생각의 빈칸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쓰다 막히는 부분이 곧 아직 모르는 부분이었어요.
남은 질문은, 구조를 다 갖춘 문서가 실제 읽는 사람에게 얼마나 와닿는지입니다.
이건 혼자서는 알 수 없어서, 주변에 읽어달라고 부탁해서 피드백을 받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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