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메모는 늘 어딘가에 쌓이는데, 막상 필요할 때 찾으려면 어디에 적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경우가 많았어요.
노트 앱, 메신저의 나에게 보내기, 종이 수첩, 문서 도구에 흩어져 있다 보니 같은 내용을 두 번 정리한 적도 있습니다.
예약 시스템 기획을 하면서 용어 정리, 정책 후보, 개발자에게 물어볼 질문이 하루에도 몇 개씩 생기는데, 이걸 담을 그릇이 하나로 정해져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Obsidian과 마크다운 파일로 메모를 쌓고 있습니다.
오늘은 도구 소개보다는, 제가 메모를 어떤 흐름으로 쌓고 블로그 글까지 이어 가는지를 정리해 보려고 해요.
첫째 이유는 포맷 종속이 없다는 점입니다.
마크다운 파일은 결국 글자만 들어 있는 텍스트 파일이라서 어떤 편집기로 열어도 열려요.
지금 쓰는 앱이 마음에 안 들게 바뀌거나 쓰지 않게 되더라도 파일은 그대로 남습니다.
메모는 몇 년 뒤에 다시 꺼내 보는 일이 많은데, 그때 앱이 먼저 사라져 있을 수 있다는 걱정을 덜 수 있어서 생각보다 큰 안심이 되더라고요.
둘째는 검색입니다.
파일이 내 컴퓨터의 폴더에 그대로 들어 있으니 앱 안의 검색은 물론이고 운영체제 검색이나 다른 편집기로도 한 번에 훑어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버퍼타임"이라고 검색하면 영업시간 메모, 개발자에게 물어볼 질문 메모, 정책 후보 메모가 한꺼번에 나옵니다.
메모를 어느 폴더에 넣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도, 그때 쓴 단어 하나는 기억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셋째는 AI 도구와의 궁합입니다.
텍스트 파일이라서 AI 도구에게 읽히거나 요약을 맡기기도 쉬워요.
다만 어떤 메모를 어떤 도구에 넘길지는 스스로 기준을 정해 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고객 정보나 아직 공개하면 안 되는 내용이 섞인 메모는 처음부터 따로 두는 식으로요.
처음에는 폴더를 꼼꼼하게 나누려고 했어요.
그런데 메모 하나는 여러 주제에 걸쳐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 "취소 마감 시간을 몇 시간 전으로 할까"라는 메모는 노쇼 정책에도, 알림 문구에도, 고객 안내 화면에도 걸립니다.
폴더는 한 곳에만 넣을 수 있으니 어디에 둘지 고민하다가 결국 아무 데나 넣게 돼요.
그래서 폴더는 최소한으로만 쓰고, 연결은 링크로 합니다.
Obsidian에서는 대괄호 두 개로 다른 메모 제목을 감싸면 메모끼리 연결할 수 있어요.
취소 마감 시간 메모 안에 노쇼 정책 메모와 알림 설계 메모의 제목을 링크로 걸어 두면, 반대로 노쇼 정책 메모에서도 이 메모가 어디서 가리켜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메모가 분류표 안에 갇히지 않고 서로 이어진 상태로 쌓이는 느낌이에요.
제가 쓰는 폴더는 사실 세 종류뿐입니다.
막 적어 둔 한 줄 메모를 모으는 곳, 쓰고 있는 글이 있는 곳, 발행이 끝난 글을 보관하는 곳이에요.
나머지는 링크와 검색이 해결해 줍니다.
그리고 메모 맨 위에 프런트매터를 세 줄 정도 적어 둬요.
프런트매터는 파일 맨 위에 붙이는 메타데이터 영역인데, 제 경우에는 제목, 날짜, 카테고리 정도만 넣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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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취소 마감 시간 정책 후보"
date: "2026-09-12"
category: "Planning·PM/서비스 기획"
---
이 값들이 나중에 꽤 쓸모가 있어요.
날짜가 있으면 언제 한 생각인지 알 수 있고, 카테고리가 블로그 카테고리와 같은 이름이면 발행할 때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Obsidian 버전에 따라 이 영역이 화면에 보이는 모양은 다를 수 있는데, 어떻게 보이든 파일 안에는 그냥 글자로 들어 있으니 도구를 바꿔도 부담이 없어요.
제 흐름은 대략 이렇습니다.
먼저 생각이 날 때마다 한 줄 메모 폴더에 한두 줄씩 적어 둬요.
"예약 변경 시 알림은 한 번만 보낼까, 변경 항목마다 보낼까" 정도의 길이면 충분합니다.
비슷한 메모가 서너 개 모이면 그게 글 주제가 돼요.
그러면 새 노트를 만들고 위에 제목, 날짜, 카테고리를 적은 다음 상태 값을 초안으로 둡니다.
저는 이 블로그 글들도 같은 방식으로 마크다운 초안 파일로 먼저 쓰고 있어요.
본문은 한 문장을 한 줄로 쓰는 편입니다.
문장 단위로 줄이 나뉘어 있으면 순서를 바꾸거나 한 문장만 지우기가 훨씬 쉽거든요.
다 쓰고 나면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읽으면서 오탈자와 어색한 문장을 고칩니다.
그다음이 블로그 편집 화면으로 옮겨 붙이는 단계예요.
제목을 넣고, 본문을 붙여 넣고, 카테고리를 초안 파일에 적어 둔 것과 맞춰서 고릅니다.
프런트매터에 카테고리를 미리 적어 두면 이때 파일 맨 위만 보고 그대로 고르면 돼요.
발행이 끝나면 초안 노트에 발행한 날짜를 적고 보관 폴더로 옮깁니다.
글을 쓰면서 참고했던 메모들에서 이 글로 링크를 걸어 두면, 나중에 "이 생각은 어느 글에서 정리했더라" 할 때 따라가기 쉬워요.
메모는 쌓기만 하면 금방 창고가 됩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대략 30분 정도 정리하는 시간을 정해 두었어요.
가정해서 일요일 저녁이라고 하면 이런 순서로 합니다.
한 줄 메모 폴더를 열어서 하나씩 보며 셋 중 하나로 보냅니다.
기존 노트에 붙일 것, 새 노트로 키울 것, 그냥 버릴 것이에요.
버리는 메모가 생각보다 많은데,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다음에는 아무 링크도 걸리지 않은 노트를 찾아봅니다.
어디에도 연결되지 않은 노트는 사실상 다시 못 찾는 노트라서, 관련 있는 노트에 링크를 하나라도 걸어 줘요.
마지막으로 다음 주에 쓸 글을 한 편만 고릅니다.
쓰고 있는 글이 너무 많아지면 하나도 끝나지 않으니, 진행 중인 글은 세 편을 넘기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30분을 넘기지 않는 것도 규칙입니다.
정리가 길어지면 다음 주에 하기가 싫어지니까요.
장점만 있는 건 아니고, 한계도 분명해요.
가장 자주 막히는 건 이미지입니다.
노트 안의 이미지는 내 컴퓨터에 있는 파일을 가리키는 방식이라서, 본문만 복사해서 블로그에 붙이면 그림이 보이지 않아요.
이미지는 블로그 편집기에서 따로 올리고 위치를 다시 잡아 줘야 합니다.
글 한 편에 이미지가 여러 장이면 이 작업이 은근히 시간을 잡아먹어요.
표도 비슷합니다.
마크다운 표는 노트에서는 깔끔하게 보여도, 블로그 편집기에 붙이면 모양이 달라지거나 깨질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블로그에 올릴 글은 표 대신 줄글로 풀어 쓰는 쪽으로 점점 기울었습니다.
꼭 필요한 표는 편집기에서 다시 만들거나 이미지로 넣는 방법을 쓰고 있어요.
링크도 하나 더 있어요.
노트끼리 연결할 때 쓰는 대괄호 링크는 Obsidian 안에서만 링크로 동작하는 표기라서, 블로그에 그대로 붙이면 괄호가 달린 글자로 남습니다.
발행 전에 일반 문장으로 풀어 쓰거나 링크를 지워야 해요.
콜아웃 같은 Obsidian 전용 서식도 같은 이유로 조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같은 문서를 동시에 고치는 일에는 잘 맞지 않아요.
혼자 쓰는 메모와 초안에는 좋지만, 같이 쓰는 기획 문서는 다른 도구가 더 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휴대폰에서 메모할 때 동기화를 어떻게 할지도 아직 저한테 딱 맞는 방법을 찾는 중이에요.
돌아보면 도구가 대단해서 메모가 정리된 게 아니었어요.
한 줄 메모를 한 곳에 모으고, 일주일에 한 번 연결하고, 글로 내보내는 반복이 정리의 대부분이었습니다.
Obsidian과 마크다운은 그 반복을 가볍게 만들어 줬을 뿐이에요.
남은 질문도 있습니다.
메모가 지금보다 몇 배로 늘어도 링크와 검색만으로 충분할지, 아니면 그때는 다른 정리 장치가 필요해질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AI 도구에게 요약이나 분류를 어디까지 맡길지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써 보면서 또 정리해서 남겨 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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