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AI 기능이 들어갔다"는 도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어요.
문서 도구에도, 메모 앱에도, 디자인 도구에도 AI 버튼이 하나씩 생기는 중입니다.
기획 일을 하면서 코드를 쓰지 않고도 쓸 수 있는 AI 도구들을 몇 달간 이것저것 써봤는데, 막상 정리해 보니 제품 이름보다 "어떤 종류의 일에 맞는가"가 훨씬 중요했어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특정 제품을 추천하기보다 종류별로 써본 소감을 적고, 제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도구들은 빠르게 바뀌어서, 이 글의 내용도 몇 달 뒤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미리 말씀드립니다.
글 요약과 정리 도구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오래 쓰게 된 종류입니다.
긴 글이나 자료를 붙여 넣고 "핵심을 다섯 줄로 요약해줘", "항목별로 정리해줘"라고 시키는 방식이에요.
영문 자료를 읽을 때나 긴 기사의 맥락을 빠르게 잡을 때 특히 유용했습니다.
써보면서 느낀 점은 요약이 "읽기를 대신"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예를 들어 가상의 상황으로, 예약 시스템 관련 해외 블로그 글 세 편을 요약시켰다고 해볼게요.
요약본만 보면 세 글이 다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원문을 열어 보면 한 편은 반대 의견을 꽤 길게 다루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약은 이런 미묘한 반론을 가장 먼저 지워버리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읽을지 말지를 정하는 용도"로는 쓰되, 판단의 근거가 되는 자료는 직접 읽는 규칙을 정했습니다.
회의록, 음성 기록 도구
음성을 글로 옮기고 요약해 주는 종류입니다.
인터뷰나 미팅을 녹음해서 올리면 글로 변환해 주고, 결정 사항과 해야 할 일을 뽑아 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역에서 시간 절약 효과를 가장 크게 느꼈어요.
다만 몇 가지 조심할 점이 있었습니다.
첫째, 고유명사나 전문 용어는 자주 틀립니다.
둘째, 말한 사람 구분이 어긋나는 경우가 있어서, 누가 어떤 결정을 했는지는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가장 중요한 건 녹음 자체에 대한 동의입니다.
상대방에게 녹음과 외부 서비스 사용을 미리 알리지 않으면 신뢰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민감한 내용이 외부 서버로 올라가는 것도 한 번 짚어봐야 해요.
그래서 저는 녹음이 필요한 자리에서는 먼저 양해를 구하고, 민감한 내용은 도구에 올리지 않는 쪽을 기본값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동화 연결 도구
서로 다른 서비스들을 이어 붙여 "A에서 일어나면 B를 한다"는 흐름을 만드는 종류입니다.
거기에 AI 단계를 하나 끼워 넣을 수 있는 도구들이 늘고 있어요.
연습 삼아 이런 흐름을 가정해서 구성해 봤습니다.
폼으로 들어온 문의 내용을 받으면, AI가 "예약 문의, 취소 문의, 기타"로 분류하고, 분류에 따라 서로 다른 시트에 한 줄씩 쌓는 흐름입니다.
코드를 쓰지 않고 한두 시간 만에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꽤 신기했어요.
하지만 곧 한계도 보였습니다.
분류가 가끔 틀렸을 때, 어디서 틀렸는지 추적하기가 어렵고, 틀린 결과가 그대로 다음 단계로 흘러간다는 점입니다.
자동화는 속도를 올려주는 만큼 실수도 빨리 퍼뜨려서, 중간에 사람이 한 번 확인하는 단계를 두는 설계가 꼭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미지 생성 도구
글로 설명하면 그림을 만들어 주는 종류입니다.
서비스 기획서에 들어갈 분위기 이미지나 발표 자료의 삽화를 만들 때 써봤어요.
기획자 입장에서 가장 쓸모 있었던 건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빠르게 합의하는 용도"였습니다.
예를 들어 "동네 소규모 카페 느낌의 예약 화면 분위기"를 이미지로 몇 장 뽑아서 디자이너와 이야기하면, 말로 설명할 때보다 방향이 훨씬 빨리 맞았어요.
반면 한계는 분명했습니다.
이미지 속 글자가 깨지거나, 같은 인물을 일관되게 그리는 게 어렵고, 결과물의 사용 권리와 출처 문제도 아직 정리되지 않은 영역이라 외부에 공개하는 자료에는 신중하게 쓰고 있습니다.
시안과 참고용에는 좋고, 최종 산출물에는 조심한다는 구분이 현실적이었어요.
이것저것 써보면서 "계속 쓸 도구"와 "한 번 써보고 닫는 도구"를 나누는 기준이 생겼습니다.
첫째, 반복되는 일에 쓰이는가입니다.
한 번 쓰고 끝날 일보다 매주 되풀이되는 일에 붙어야 효과가 쌓여요.
둘째, 틀렸을 때 비용이 낮은가입니다.
요약, 초안, 분류처럼 사람이 한 번 훑으면 되는 일은 괜찮지만, 숫자나 약속이 걸린 일은 위험합니다.
셋째, 넣는 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는가입니다.
어떤 내용이 외부로 나가는지, 입력한 내용이 학습에 쓰이는지 같은 약관과 설정을 한 번은 읽어봐야 해요.
넷째, 도구가 사라져도 괜찮은가입니다.
신생 도구는 정책이 바뀌거나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으니, 결과물을 내 쪽에 저장해 두고 한 도구에 일을 전부 걸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네 가지를 통과한 것만 일상 업무에 남겼고, 나머지는 "가끔 꺼내 보는 도구"로 분류했습니다.
써보고 나서 가장 크게 남은 생각은, 노코드 AI 도구의 가치는 "대신 해준다"보다 "시작 비용을 낮춰준다"에 가깝다는 것이에요.
초안, 분류, 요약 같은 첫 단계를 빠르게 만들어 주면, 사람은 판단과 다듬기에 힘을 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첫 결과를 검증 없이 믿는 순간 문제가 생기고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건, 앞에서 만든 분류 흐름에 "확신이 낮으면 사람에게 넘기기" 단계를 붙여 보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런 도구에서 배운 감각이, 나중에 예약 서비스에 AI 기능을 붙일 때 어떤 설계 원칙으로 이어질지도 계속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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