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가 공개된 지 두 달 남짓 지났습니다.
처음 일주일은 신기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며 놀았고, 그 뒤로는 "이걸 내 작업에 쓸 수 있을까"를 조금 더 진지하게 시험해봤어요.
이제 어느 정도 감이 잡혀서 첫인상을 정리해둡니다.
아직 계속 바뀔 수 있는 인상이라, 몇 달 뒤에 이 글을 다시 읽어보면 웃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씁니다.
한 줄로 말하면 "아주 빠르고 성실한데, 가끔 자신 있게 틀리는 조수"입니다.
질문을 던지면 몇 초 안에 그럴듯한 답이 나오고, 말투를 바꿔달라거나 더 짧게 줄여달라는 부탁도 바로 들어줘요.
처음에는 그 속도에 놀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더 눈에 들어온 건 틀릴 때의 태도였습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기보다, 모르는 부분도 매끄러운 문장으로 채워서 내놓더라고요.
이 특징을 이해하고 나니 어디에 쓰고 어디에 쓰면 안 되는지가 비교적 분명해졌습니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초안 작업입니다.
빈 화면 앞에서 시작하는 게 부담스러울 때, 일단 뼈대를 받아놓고 고치는 방식이 훨씬 편했어요.
예를 들어 "미용실 예약 취소 정책 문서의 목차를 잡아줘"라고 하면 취소 가능 시간, 수수료, 예외 상황, 안내 문구 같은 항목이 순식간에 나옵니다.
그대로 쓰지는 않지만, 제가 빠뜨린 항목을 떠올리는 계기가 되더라고요.
정리하는 일도 잘 맞았습니다.
회의 메모처럼 두서없이 적은 글을 붙여넣고 "주요 결정 사항과 남은 질문으로 나눠줘"라고 하면 꽤 깔끔하게 묶어줘요.
긴 글을 요약하거나, 어려운 개념을 쉬운 말로 풀어달라고 할 때도 도움이 됐습니다.
아이디어를 넓힐 때도 쓸모가 있었어요.
"이 기능이 실패하는 경우를 열 가지 생각해줘" 같은 요청은 예외 케이스를 점검할 때 좋은 출발점이었습니다.
반대로 사실 확인이 필요한 일에는 조심스러웠습니다.
한 번은 어떤 개념의 출처를 물어봤더니 그럴듯한 책 제목과 저자 이름을 줄줄이 알려줬는데, 찾아보니 없는 책이었어요.
숫자나 날짜, 고유명사, 법이나 규정에 관한 내용은 그럴듯해 보여도 반드시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최신 정보"는 모델이 학습한 시점 이후의 일을 모를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해요.
또 하나는 맥락 없는 판단입니다.
"우리 서비스에는 이 정책이 맞을까?"라고 물으면 일반론은 잘 말해주지만, 제가 알고 있는 운영 현장의 사정은 모르니까 결국 판단은 제 몫이었습니다.
도움은 되지만 대신 결정해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요.
실제로 자리 잡은 사용법은 대략 이렇습니다.
첫째, 용어 설명을 들을 때.
모르는 기술 용어가 나오면 "기획자에게 설명하듯 예시를 들어서 알려줘"라고 부탁합니다.
이해가 된 뒤에는 개발자와의 대화에서 다시 확인해요.
둘째, 예외 케이스 점검.
제가 정리한 규칙을 붙여넣고 "이 규칙에서 충돌하거나 빠진 상황이 있는지 찾아줘"라고 물어봅니다.
예를 들어 휴무일과 예약 가능 기간을 함께 설명해두면 "휴무일이 예약 가능 기간의 마지막 날이면 어떻게 되나요" 같은 질문이 돌아와요.
모든 지적이 유효하진 않지만, 열 개 중 두세 개는 정말 놓친 부분이라 가치가 있었습니다.
셋째, 문장 다듬기.
안내 문구나 알림 문장을 여러 톤으로 써보고 비교하는 데 편합니다.
"정중하게", "짧고 담백하게" 같은 지시만 바꿔도 후보가 여러 개 나오니, 고르는 데 집중할 수 있어요.
질문을 쓰는 방식도 두 달 사이에 많이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예약 시스템 기획 어떻게 해?" 같은 넓은 질문을 던졌고, 당연히 교과서 같은 답만 돌아왔어요.
지금은 상황을 먼저 설명하고 원하는 결과의 모양까지 말해줍니다.
예를 들어 "30분 단위로 예약을 받는 미용실이 있고, 커트는 40분이 걸린다. 이 경우 슬롯을 어떻게 차지하게 할지 선택지 세 가지를 장단점과 함께 알려줘"처럼요.
같은 주제라도 질문이 구체적일수록 답이 쓸 만해진다는 건, 사람에게 일을 부탁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답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다시 묻기보다 무엇이 부족한지를 말해주는 편이 효과적이었어요.
"너무 일반론이야, 소규모 업장 기준으로 다시 써줘" 한 줄이면 방향이 바로 바뀝니다.
대화를 이어가면서 조금씩 다듬는 방식이 한 번에 완벽한 질문을 만들려는 것보다 훨씬 빨랐어요.
몇 가지는 규칙으로 정해두었습니다.
먼저, 민감한 정보를 넣지 않습니다.
고객 이름, 연락처, 실제 업장의 내부 정보는 입력하지 않고, 필요하면 가상의 값으로 바꿔서 물어봐요.
이 입력이 어떻게 쓰이는지 서비스의 안내를 확인하는 습관도 들이는 중입니다.
그다음, 결과를 그대로 복사해서 쓰지 않습니다.
읽어보고 제 말로 고쳐 쓰는 과정에서 이해도 깊어지거든요.
받은 글을 그대로 옮기기 시작하면 내가 이해한 건지 모델이 말한 건지 구분이 안 돼요.
마지막으로, 답이 맞는지 한 번은 의심합니다.
특히 매끄럽게 쓰여 있을수록 더 의심해야 한다는 걸 두 달 동안 여러 번 배웠습니다.
한 가지 더 느낀 건 쓰는 방식에 따라 사고의 습관도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답을 바로 받을 수 있으니 스스로 먼저 생각해보는 단계를 건너뛰고 싶은 유혹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중요한 문서는 제 생각을 먼저 몇 줄 적어두고, 그다음에 모델에게 보여주고 비교하는 순서를 지키려고 합니다.
내 생각이 먼저 있어야 모델의 제안이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할 기준이 생기거든요.
지금까지의 결론은 "잘 쓰면 큰 도움이 되고, 못 쓰면 그럴듯한 오답을 대량으로 받는 도구"입니다.
도구의 성격을 이해하는 게 먼저고, 그다음에 내 일에서 어디에 붙일지 정하는 순서가 맞다고 느껴요.
궁금한 건 많이 남았습니다.
이 모델을 대화창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흐름 안에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은 질문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그건 직접 호출해보면서 배워야 할 것 같아서, 다음 AI 관련 글에서 기록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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