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상황이 급격하게 바뀌면서, 저희 팀이 다루는 서비스의 기획 방향도 크게 흔들렸습니다.
1월까지만 해도 오프라인 매장 연동 기능을 다음 분기 핵심 과제로 잡아뒀는데,
2월 중순부터 상황이 급변하면서 그 계획을 통째로 접어야 했어요.
반년 넘게 이 변화 속에서 기획을 하면서 느낀, 비대면 중심으로 바뀌면서 달라진 지점들을 정리해봅니다.
작년까지 저희 기획 방향은 항상 "오프라인 경험을 온라인으로 어떻게 보완할까"였습니다.
매장 방문을 전제로 하고, 온라인은 예약이나 사전 정보 확인 용도로만 설계했어요.
그런데 3월 이후 매장 방문 자체가 급감하면서, 온라인에서 시작부터 끝까지 완결되는 경험을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저희 팀이 급하게 만든 원격 상담 기능이 대표적인 예인데, 기존에는 "매장에서 상담 후 결정"이 기본 흐름이었지만 이제는 "화면 공유로 상담하고 그 자리에서 온라인 결제까지 완료"하는 흐름을 새로 설계해야 했어요.
처음 2주는 기존 오프라인 프로세스를 그대로 화면으로 옮기려다가 계속 막혔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자연스럽게 되던 "신뢰 형성" 과정이, 화면 너머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걸 그제서야 깨달았어요.
대면 인터뷰가 불가능해지면서, 저희 팀의 리서치 방식도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예전엔 사용자를 회의실로 불러서 화면을 같이 보며 반응을 관찰했는데, 이제는 화상 통화로 화면 공유를 하며 진행해야 했어요.
처음 몇 번은 사용자의 미세한 표정 변화나 손짓을 놓치는 게 아쉬웠는데, 반대로 원격 인터뷰가 주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지방 사용자와도 쉽게 인터뷰를 잡을 수 있게 되면서, 예전엔 수도권 사용자 위주로만 진행했던 리서치 표본이 훨씬 다양해졌어요.
저희 서비스의 지방 사용자 니즈가 수도권과 꽤 다르다는 걸 이번에 처음 제대로 파악하게 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동이 어려워진 상황이 오히려 더 넓은 리서치를 가능하게 만든 셈입니다.
예전에는 신중하게, 여러 번 검토해서 배포하는 게 미덕이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하는 동안에는 "이번 주에 필요한 기능을 이번 주에 내놓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압박이 계속 있었어요.
저희 팀은 원격 상담 기능을 기획부터 배포까지 열흘 만에 끝냈는데, 평소라면 최소 한 달은 잡았을 일이었습니다.
QA 범위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디자인도 기존 컴포넌트를 최대한 재활용하는 식으로 타협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넘어갔지만, 이 경험을 하면서 "평소에 얼마나 여유를 부리며 일했는지"를 반성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급하게 만든 기능은 이후 안정화 작업에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는 것도 배웠어요.
저희도 원격 상담 기능을 배포하고 두 달 동안 계속 세부적인 버그와 UX 문제를 고쳐나가야 했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담당자의 표정, 매장의 분위기,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상품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신뢰를 만들어줬습니다.
이걸 온라인에서 대체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였어요.
저희는 화상 상담 중 상담원의 실명과 사진, 이전 상담 후기를 화면에 같이 노출하는 방식으로 신뢰 요소를 보강했는데, 초반 반응은 나쁘지 않았지만 "역시 직접 보고 결정하고 싶다"는 피드백도 여전히 꽤 있었습니다.
비대면이 오프라인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오프라인이 어려운 상황에서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기획 내용이 바뀌는 것 못지않게, 이걸 결정하는 과정 자체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엔 대면 회의로 여러 부서가 모여서 며칠에 걸쳐 결정하던 것들을, 이제는 화상 회의와 메신저로 훨씬 빠르게 결정해야 했어요.
저는 이 과정에서 "결정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미리 정리해서 회의 전에 공유하는 습관을 들이게 됐습니다.
회의 중에 자료를 찾느라 시간을 끄는 걸 줄이기 위해서였는데, 이게 비대면 회의뿐 아니라 평소 대면 회의에도 그대로 도움이 되는 습관이었어요.
상황이 나아지더라도, 이번에 만들어진 비대면 흐름들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팀 내부에서도 "상황이 끝나면 다시 오프라인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의견과 "이미 사용자들이 비대면 경험에 익숙해져서 되돌릴 수 없다"는 의견이 나뉘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완전한 복귀보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전환되는 형태로 자리 잡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로드맵에는 "오프라인 재개 시나리오"와 "비대면 지속 시나리오"를 각각 가정한 두 갈래 계획을 같이 세워두기 시작했어요.
돌이켜보면 올해는 계획했던 것을 실행하는 해가 아니라, 계획 자체를 계속 다시 세우는 해였습니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기획을 한다는 게 스트레스가 크긴 했지만, 동시에 평소라면 몇 년에 걸쳐 서서히 바뀔 변화들을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겪어본 경험이기도 했어요.
내년에는 이 경험에서 얻은 감각을 바탕으로, 상황에 휘둘리기보다 조금 더 여유 있게 다음 흐름을 대비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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