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팀 전체가 재택근무로 전환된 지 반년이 넘었습니다.
처음엔 "2~3주짜리 임시 조치"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이게 그냥 우리의 일상적인 업무 방식이 됐어요.
그 사이 PM으로서 협업하는 방식이 생각보다 많이 바뀌었고, 이번 글에서는 그 변화를 구체적으로 정리해보려 합니다.
사무실에서는 "잠깐 얘기 좀 할까요"가 자유로웠습니다.
자리로 걸어가서 어깨를 두드리고 5분짜리 대화로 문제를 바로 풀 수 있었어요.
재택근무 초반엔 이걸 그대로 화상 회의로 옮기려다가 문제가 생겼습니다.
하루에 즉석 회의가 여섯, 일곱 번씩 잡히니 팀원들이 "언제 진짜 업무에 집중할 시간이 있냐"는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어요.
저희 팀은 결국 회의를 "동기 회의가 꼭 필요한 것"과 "비동기로도 되는 것"으로 나누는 작업을 했습니다.
단순 상태 공유나 정보 전달은 슬랙 스레드나 노션 문서로 옮기고, 실제 의사결정이 필요하거나 감정적인 조율이 필요한 건만 화상 회의로 남겼어요.
이렇게 나누고 나니 주간 회의 시간이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 처음엔 "이게 정말 될까" 싶었던 게 두 달쯤 지나니 팀 전체가 자연스럽게 적응했습니다.
사무실에서는 문서가 좀 부실해도 옆에서 물어보면 됐습니다.
재택근무에서는 그게 안 되니, 문서 자체가 훨씬 꼼꼼해져야 했어요.
저는 요구사항정의서를 쓸 때 예전보다 "왜 이렇게 결정했는지"에 대한 배경 설명을 훨씬 많이 넣게 됐습니다.
사무실이었으면 회의 중 구두로 설명하고 넘어갔을 내용을, 이제는 다 문서에 남겨야 나중에 팀원이 그 문서만 보고도 맥락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동시에 문서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것도 중요해졌습니다.
저희는 노션으로 프로젝트 현황판을 만들어서, 스프린트 진행 상황과 이슈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도록 규칙을 세웠어요.
예전엔 주간 회의 때 구두로 공유하던 걸, 이제는 회의 전에 이미 문서로 다 파악하고 회의 시간은 논의에만 쓰는 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사무실에서는 옆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신뢰가 쌓였습니다.
재택근무에서는 결과물과 소통으로만 신뢰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였어요.
초반엔 답장이 조금 늦는 팀원을 두고 "혹시 일을 안 하는 건 아닐까"라는 불필요한 의심을 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팀원은 육아 때문에 오전에 대응이 늦었을 뿐, 오후엔 오히려 더 몰입해서 일하는 스타일이었어요.
이 일을 계기로, 저는 팀원들에게 "언제 가장 집중이 잘 되는지"를 서로 먼저 공유하도록 제안했습니다.
누구는 오전에 집중이 잘 되고, 누구는 오후 늦게 몰입이 되더라고요.
이걸 미리 알고 나니 "왜 답장이 늦지"라는 불필요한 의심이 많이 줄었고, 오히려 각자의 리듬에 맞춰 일정을 조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무실에서는 자연스럽게 생기던 스몰토크가 재택근무에서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업무 이야기만 하다 보니, 팀원들의 컨디션이나 고민을 놓치기가 쉬워졌어요.
저는 매주 팀원들과 짧은 1:1 시간을 따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이것도 회의를 늘리는 거 아니냐"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 주 지나니 오히려 이 시간이 팀원들의 작은 어려움을 미리 파악하는 창구가 됐어요.
한 팀원은 이 자리에서 "요즘 업무량이 너무 몰려 있다"는 이야기를 먼저 꺼냈고, 그 덕분에 스프린트 계획을 다시 조정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엔 협업 도구를 "일정 관리 정도"로 가볍게 썼는데, 재택근무 이후로는 노션, 슬랙, 피그마 같은 도구를 팀의 "공용 기억 저장소"로 쓰는 감각이 필요해졌습니다.
저희는 슬랙 채널을 프로젝트별로 세분화하고, 결정된 사항은 반드시 채널 상단에 고정해두는 규칙을 만들었어요.
새로 프로젝트에 합류한 팀원이 채널 상단만 훑어봐도 지금까지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었는데, 실제로 신규 합류자 온보딩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물론 모든 게 잘 풀린 건 아닙니다.
브레인스토밍처럼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작업은 여전히 화상 회의보다 대면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느껴요.
저희는 이 부분을 화이트보드 툴로 어느 정도 보완하려 했지만,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포스트잇을 옮기며 나오는 즉흥적인 아이디어의 밀도는 확실히 떨어졌습니다.
가끔은 이 부분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소규모로 안전하게 모여 브레인스토밍만 따로 하는 자리를 만들어보려고 계획 중이에요.
반년을 겪어보니, 재택근무는 협업 방식을 "느슨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명시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환경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사무실에서 암묵적으로 통했던 것들을 이제는 다 말이나 문서로 꺼내야 하니, 처음엔 번거로웠지만 오히려 팀의 의사결정 과정이 더 투명해진 부분도 있어요.
앞으로 다시 사무실 근무로 완전히 돌아가더라도, 이번에 만든 문서화 습관과 비동기 소통 방식은 그대로 유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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