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설정 방식을 바꾸자는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OKR과 KPI 중 뭐가 더 좋냐는 질문으로 흘러갑니다.
저희 팀도 작년에 이 논쟁을 한참 했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둘 중 하나를 정답으로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팀 상황에 맞게 섞어 써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저희는 원래 KPI 중심으로 목표를 잡았습니다.
"월간 활성 사용자 10% 증가", "이탈률 5% 감소" 같은 숫자를 팀별로 나눠 갖고 분기마다 확인하는 방식이었어요.
숫자로 관리하니 명확하긴 했는데, 문제는 그 숫자를 왜 올려야 하는지에 대한 맥락이 자꾸 빠졌습니다.
어느 순간 팀원들이 "이탈률만 낮추면 되는 거 아니냐"면서 사용자 경험을 해치는 방식(예: 탈퇴 버튼을 세 단계 깊이 숨기기)까지 고민하는 걸 보고 아차 싶었어요.
숫자를 위한 숫자 관리가 되어버린 거죠.
또 다른 문제는 KPI가 팀 간에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마케팅팀은 신규 가입자 수를, 저희 프로덕트팀은 리텐션을 각각 KPI로 갖고 있었는데, 마케팅이 무리하게 가입자를 늘리면 오히려 저희 리텐션 지표가 나빠지는 상황이 반복됐어요.
목표가 서로 충돌하는데도 아무도 이걸 조율할 구조가 없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OKR을 시범 도입했습니다.
"왜 이걸 하는가(Objective)"를 먼저 정하고, 그 아래 측정 가능한 Key Result를 붙이는 방식이죠.
처음엔 반응이 좋았어요.
"사용자가 재구매를 편하게 결정할 수 있게 만든다"는 목표 아래 "재구매 전환율 8%p 상승", "장바구니 재방문율 15% 상승" 같은 KR을 붙이니, 왜 이 숫자를 올려야 하는지가 팀원들 머릿속에 훨씬 선명하게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KR을 너무 많이 잡았다는 거예요.
Objective 하나에 KR을 5개씩 붙이다 보니, 분기 끝날 때쯤 "이 중에 뭐가 진짜 중요했던 거지"라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두 번째 분기부터는 Objective당 KR을 3개 이하로 강제로 줄였고, 그러자 오히려 논의가 훨씬 명확해졌어요.
또 하나는 OKR 달성률에 대한 오해였습니다.
구글식 OKR은 원래 100% 달성이 목표가 아니라 70% 정도 달성하면 잘한 거라는 개념인데, 이걸 팀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서 첫 분기에 "우리 KR 60%밖에 못 채웠는데 실패한 거냐"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평가 방식과 OKR 달성률을 분리해서 다시 공지하는 데 꽤 시간을 썼어요.
몇 분기를 겪어보고 나서 저희는 결국 혼합형으로 정리했습니다.
전사/팀 단위의 방향성은 OKR로 정하고, 그 OKR을 뒷받침하는 일상적인 운영 지표는 KPI로 별도 관리하는 방식이에요.
예를 들어 "신규 사용자의 첫 구매 경험을 개선한다"는 Objective 아래 KR을 두고, 이걸 매주 확인하는 실행 지표(첫 구매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 온보딩 완료율 같은)는 KPI 대시보드로 따로 트래킹했습니다.
OKR은 분기마다 방향을 점검하는 용도로, KPI는 매주 상태를 점검하는 용도로 역할을 나눈 거죠.
이렇게 나누고 나니 두 프레임워크가 경쟁하는 게 아니라 서로 보완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OKR만 쓰면 매주 뭘 봐야 하는지가 모호했고, KPI만 쓰면 방향성 논의가 사라졌는데, 둘을 층위를 나눠 쓰니 각자의 장점만 남더라고요.
돌아보면 OKR이냐 KPI냐보다 더 중요했던 건 "이 목표를 정한 이유를 팀 전체가 이해하고 있는가"였습니다.
어떤 프레임워크를 쓰든, 목표를 정하는 자리에 실무자들이 직접 참여해서 논의하지 않으면 결국 위에서 내려온 숫자를 그냥 받아 적는 것과 다를 게 없었어요.
저희는 이후로 목표 설정 회의에 실무 리드들을 반드시 포함시키는 걸 규칙으로 만들었고, 이게 정착되면서 목표에 대한 팀원들의 이해도와 실행 의지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지금도 매 분기 초에 "이번엔 OKR과 KPI를 어떻게 나눌까"를 다시 논의합니다.
정답이 정해진 게 아니라, 팀 상황에 맞춰 계속 조정해가는 과정이라는 걸 이제는 편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다음 분기에는 팀별 OKR을 서로 공개해서 충돌 지점을 미리 찾아보는 걸 시도해볼 계획입니다.
'Planning · PM > 프로젝트 · PM'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코로나 이후 비대면 서비스 기획에서 달라진 것들 (0) | 2020.11.22 |
|---|---|
| 재택근무 시대의 PM 협업 방식 변화 (0) | 2020.11.17 |
| MVP를 정의하는 기준, 실패에서 배운 것 (0) | 2020.09.13 |
| 린스타트업 방법론 우리 팀에 적용해보기 (0) | 2020.08.08 |
| 요구사항 우선순위 정하는 법 (RICE, MoSCoW) (0) | 2020.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