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면 위 마우스 움직임을 기록해서 보여 주는 분석 도구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빨갛게 달아오른 히트맵 이미지는 회의에서 한 장만 띄워도 분위기가 확 바뀌더라고요.
그런데 그 그림을 보고 "사용자가 여기를 좋아하네요"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조금 위험해지는 것 같아요.
오늘은 마우스 움직임 데이터가 무엇을 말해 주고 무엇은 말해 주지 못하는지, 제가 현업에서 정리해 본 기준을 적어 두려고 합니다.
보통 이런 도구가 모으는 데이터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클릭 위치입니다. 어디를 눌렀는지, 눌렀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곳은 어디인지를 보여 줍니다.
둘째는 커서의 이동 경로와 머문 시간입니다. 화면 위에서 마우스가 어느 영역에 오래 있었는지를 색으로 표현합니다.
셋째는 스크롤 깊이입니다. 페이지의 몇 퍼센트 지점까지 내려갔는지를 보여 줍니다.
이 세 가지는 모두 "사용자가 한 행동의 흔적"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흔적은 사실이지만, 그 흔적 뒤에 있는 생각은 사실이 아니라 우리의 추측이에요.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이 글의 핵심입니다.
먼저 믿고 써도 되는 쪽부터 정리해 볼게요.
하나, 눌렸는데 반응이 없는 곳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가정해 보면 상품 상세 화면에서 이미지 썸네일 주변에 클릭이 몰려 있는데 실제로는 링크가 걸려 있지 않은 경우입니다.
사용자는 눌러지는 요소라고 기대했는데 기획과 디자인이 그렇게 만들지 않은 것이죠.
이런 어긋남은 클릭 데이터가 가장 잘 보여 줍니다.
둘, 스크롤 도달 범위를 알 수 있습니다.
중요한 안내 문구를 페이지 맨 아래에 두었는데 도달률이 낮다면, 그 문구는 사실상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건 해석이 거의 필요 없는 사실에 가깝습니다.
셋, 화면 요소 사이의 상대적인 관심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버튼 A와 버튼 B 중 어느 쪽이 더 눌렸는지는 숫자로 비교가 됩니다.
다만 이것도 노출 위치가 다르면 공정한 비교가 아니라는 점은 기억해야 해요.
반대로 조심해야 하는 쪽입니다.
첫째,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가정해 보겠습니다. 회원가입 화면에서 약관 문구 위에 커서가 유난히 오래 머물렀다고 해요.
이 데이터로 떠올릴 수 있는 해석은 최소 세 가지입니다.
내용을 꼼꼼히 읽고 있었을 수도 있고, 이해가 안 돼서 멈칫했을 수도 있고, 그냥 화면을 보다가 마우스를 거기에 두고 다른 일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는 셋 중 어느 쪽인지 말해 주지 않아요.
둘째, 시선과 마음은 알 수 없습니다.
커서의 위치와 눈이 보는 위치가 어느 정도 연관된다는 이야기는 들어 봤지만, 사람마다 습관이 다르고 그 관계가 얼마나 강한지는 제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확인이 필요한 영역이에요.
어떤 사람은 읽는 동안 커서를 한쪽에 치워 두고, 어떤 사람은 읽는 줄을 따라 커서를 움직입니다.
셋째, 사용자의 감정과 이해 정도는 알 수 없습니다.
"헤맸다"는 신호처럼 보이는 커서의 왔다 갔다 움직임도, 사실은 비교하며 고민하는 즐거운 탐색일 수 있어요.
여기서 꼭 짚고 싶은 것이 모바일입니다.
마우스는 PC에서만 존재하는 도구입니다.
모바일에서는 커서 이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고, 손가락으로 탭하고 스크롤한 기록만 남습니다.
그래서 PC에서 본 "머문 위치" 같은 해석은 모바일에 그대로 옮길 수 없어요.
가정해 보면, 우리 서비스의 방문자 중 70퍼센트가 모바일이라고 합시다.
그런데 히트맵 도구의 이동 경로 화면은 PC 방문자 30퍼센트만 반영한 것입니다.
이 그림을 서비스 전체의 모습처럼 말하면 사실상 소수 사용자의 모습을 전체로 오해하게 되죠.
분석을 볼 때는 항상 "이 데이터는 어떤 기기, 몇 퍼센트의 사용자를 대표하나"를 먼저 물어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또 하나, 모바일은 화면이 작아서 한 화면에 보이는 요소가 적고, 손가락이 화면을 가리기도 합니다.
같은 레이아웃이라도 PC와 모바일의 클릭 분포는 다르게 나오는 것이 자연스러워요.
제가 정리한 사용 순서는 이렇습니다.
- 히트맵은 정답이 아니라 가설을 만드는 재료로 본다.
- 눈에 띄는 패턴을 발견하면 해석 후보를 최소 두세 개 적어 둔다.
- 후보를 가려내는 방법을 따로 정한다. 사용자 인터뷰, 짧은 설문, 작은 규모의 A/B 테스트가 그 방법이 될 수 있어요.
- 기기별, 유입 경로별로 나누어 다시 본다.
예를 들어 앞에서 말한 약관 문구 사례라면 이렇게 이어 갈 수 있습니다.
"약관이 어렵다"는 가설을 세우고, 문구를 쉬운 말로 바꾼 버전과 비교해서 가입 완료율이 달라지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혹은 가입을 중간에 그만둔 몇 분께 짧게 여쭤보는 방법도 있어요.
히트맵을 회의에 가져갈 때는 그림 옆에 한 줄을 꼭 붙여 둡니다.
"이 그림은 PC 방문자 기준이고, 기간은 2주이며, 해석은 아직 가설입니다."
이 한 줄이 있으면 듣는 사람이 그림을 과하게 믿지 않게 되고, 말하는 사람도 단정하는 습관을 줄일 수 있더라고요.
숫자가 없는 그림은 인상에 의존하게 만들기 때문에, 가능하면 클릭 수나 도달률 같은 숫자도 같이 보여 주려고 합니다.
마우스 움직임 데이터는 사용자의 마음을 읽는 도구가 아니라, 질문을 만들어 주는 도구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빨간 그림 한 장이 회의실에서 힘을 가지는 만큼, 그 그림을 말하는 사람이 더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남은 질문도 있습니다.
커서 움직임과 실제 관심이 얼마나 강하게 연결되는지는 제가 더 공부하고 확인해야 할 부분입니다.
그리고 모바일 사용자의 행동 흔적을 PC만큼 의미 있게 읽는 방법도 계속 찾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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