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아이템 후보를 가지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기획자로 일하며 사용자 인터뷰를 해 본 적은 있어서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는데, 막상 녹음을 다시 들어 보니 제 질문이 꽤 많이 틀렸더라고요.
마침 같은 시기에 고객과 대화하는 법을 다룬 책 한 권(Mom Test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책)을 읽고 있었는데, 거기서 말하는 실수가 제 녹음 속에 그대로 들어 있어서 조금 민망했습니다.
이 글은 제가 했던 틀린 질문들을 모아서, 왜 틀렸는지와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를 책에서 배운 관점과 함께 정리한 기록입니다.
가장 많이 한 실수는 대답을 미리 정해 놓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에요.
"예약을 전화로 받으면 많이 불편하시죠?"
이렇게 물으면 상대는 대개 "네, 좀 그렇죠" 하고 답해요.
상대가 정말 불편해서가 아니라 질문이 그렇게 말하라고 하고 있고, 또 호의적인 사람일수록 내 이야기에 맞춰 주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질문에서 얻은 "불편하다"는 대답은 사실상 아무 정보가 아니었어요.
책에서는 이런 대답을 칭찬이나 예의 같은 것으로 분류하고 걸러 내라고 설명합니다.
바꾼 질문은 이렇습니다.
"가장 최근에 예약을 받으셨을 때 어떻게 진행됐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불편하냐고 묻지 않고, 실제로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하게 하는 거예요.
두 번째는 "만약 이런 서비스가 있다면 쓰시겠어요?"라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정말 자주, 거의 습관처럼 했어요.
문제는 사람들이 자기 미래의 행동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네, 쓸 것 같아요"라고 답하는 건 어렵지 않고 비용이 들지 않으니까요.
실제로 돈을 내고 사용법을 익히고 기존 방식을 바꾸는 순간에는 전혀 다른 결정이 이뤄집니다.
비슷한 질문으로 "얼마면 사시겠어요?"도 있습니다.
이것도 상대에게 상상 속의 가격을 물어보는 질문이라 믿을 만한 정보가 되지 못해요.
바꾼 질문은 과거와 현재에 대한 것이에요.
"지금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어떤 도구를 쓰고 계세요?"
"그 도구에 지금까지 돈이나 시간을 얼마나 쓰셨어요?"
"혹시 다른 방법을 찾아본 적이 있으세요? 있다면 왜 그만두셨어요?"
특히 마지막 질문이 좋았습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본 적이 있다는 사람은 이미 이 문제를 충분히 아파하고 있다는 신호일 때가 많았고, 그만둔 이유 안에는 제가 풀어야 할 진짜 조건이 들어 있었어요.
세 번째 실수는 인터뷰 초반에 내 아이디어를 장황하게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는데요"로 시작하면 상대의 관심은 내 아이디어에 대한 평가로 옮겨 가요.
그러면 상대는 이야기를 제공하는 사람이 아니라 심사하는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게다가 제 입장에서는 아이디어가 좋다는 반응이 나오면 신나서 그 방향으로 질문을 이어 가게 되더라고요.
정작 들어야 할 이야기는 그 사람의 일상과 문제인데, 대화가 내 아이디어 이야기로 채워진 거죠.
그래서 규칙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인터뷰의 앞 20분에는 제 아이디어를 언급하지 않고, 상대의 하루와 최근 경험만 묻습니다.
아이디어는 상대가 먼저 관련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한 끝까지 보여 주지 않을 때도 있어요.
사소해 보이지만 자주 했던 실수입니다.
"예약은 주로 어떻게 받으시고, 노쇼는 얼마나 있고, 그럴 땐 어떻게 하세요?"처럼 질문 세 개를 한 번에 던져요.
상대는 가장 기억에 남는 마지막 질문에만 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질문은 한 번에 하나씩, 그리고 답을 들은 뒤에는 "그때 어떻게 하셨어요?", "그다음엔요?"처럼 더 구체적으로 따라가는 질문을 이어 가는 게 좋았어요.
인터뷰도 중요하지만 정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세 번째 인터뷰쯤에서 깨달았습니다.
끝나고 바로 정리하지 않으면 기억이 내 해석으로 덮여 버리더라고요.
지금은 인터뷰가 끝나면 30분 안에 아래 항목으로 정리합니다.
첫째, 상대의 상황입니다.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한두 줄로 적어요.
둘째,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상대가 말한 최근 경험을 사건 순서로 적습니다.
셋째, 현재 해결책과 거기에 쓴 비용입니다. 사용 도구, 시간, 돈, 불만을 적어요.
넷째, 인상적인 한 문장입니다. 상대가 쓴 표현을 그대로 옮겨 둬요.
다섯째, 내가 틀렸던 점입니다. 인터뷰 중 내가 한 유도 질문이나 가정 질문을 스스로 표시해 둡니다.
여섯째, 다음에 확인할 것입니다. 이 인터뷰로 풀리지 않은 질문을 적어요.
다섯 번째 항목이 은근히 도움이 됐습니다.
내가 틀린 질문을 매번 적다 보니 같은 실수가 점점 줄어드는 게 눈에 보였거든요.
인터뷰를 잘한다는 건 질문을 잘 만드는 것보다 내 아이디어를 믿고 싶은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 일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듣고 싶은 말을 듣고 나면 기분은 좋은데 남는 정보는 없어요.
오히려 "그 문제는 별로 신경 안 써요"라는 답이 나왔을 때가 가장 값진 인터뷰였습니다.
앞으로 몇 번 더 인터뷰를 하면서 질문 목록을 다듬어 가려고 해요.
남은 질문은 지인에게 하는 인터뷰에는 아무래도 호의가 섞이는데, 그 편향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아직 정답은 없고, 다음 인터뷰에서 모르는 사람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져서 비교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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