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벤처스의 디자인 스프린트 방법론을 책으로만 읽다가, 이번에 실제로 5일짜리 워크숍을 팀 내부에서 처음 돌려봤습니다.
결과부터 말하면, 계획했던 대로 딱 맞게 진행되진 않았지만 얻은 게 훨씬 많았던 5일이었어요.
첫날은 문제를 다시 정의하는 데 거의 하루를 다 썼습니다.
저희 안건은 "장바구니 이탈률을 낮추는 방법"이었는데, 막상 화이트보드에 사용자 여정 지도를 그려보니 이탈 시점이 저희가 생각했던 결제 단계가 아니라 배송비 확인 단계였다는 걸 처음 알게 됐어요.
전문가 인터뷰 시간에 CS팀 리드를 초대해서 물어봤는데, "배송비가 갑자기 화면에 뜨는 순간 사용자들이 놀란다"는 말을 듣고 다들 조용해졌던 기억이 나요.
이 하루를 그냥 브레인스토밍으로 시작했다면 놓쳤을 통찰이었습니다.
둘째 날은 크레이지 8이라는, 8분 안에 8개의 아이디어를 스케치하는 활동으로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다들 "그림을 못 그려서" 부끄러워했는데, 막상 시작하니 완성도보다 아이디어의 다양성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금방 느꼈어요.
디자이너가 아닌 백엔드 개발자가 그린 스케치 중에, 배송비를 상품 목록 단계에서부터 미리 보여주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이게 결국 최종 프로토타입의 핵심이 됐습니다.
디자인 스프린트의 묘미는 직군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같은 형식으로 아이디어를 낸다는 점이라는 걸 이날 실감했어요.
셋째 날에는 스티커 투표로 최종 아이디어를 정했는데, 이 과정이 생각보다 감정적이었습니다.
자기가 낸 아이디어가 투표를 못 받으면 은근히 서운해하는 팀원도 있었어요.
저희는 이걸 완화하려고 "결정자(Decider)"를 미리 한 명 정해두는 규칙을 따랐는데, 이 역할이 없었다면 투표 결과를 두고 한참 더 논쟁했을 것 같습니다.
결정자로 지정된 디자인 리드가 투표 결과와 별개로 "이 두 아이디어를 합쳐보자"는 결정을 내렸는데, 이 결정이 나중에 봤을 때 가장 좋은 판단이었어요.
넷째 날은 실제로 클릭 가능한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날이었습니다.
저는 이 날이 제일 힘들 것 같았는데, 오히려 "완벽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 덕분에 생각보다 수월했어요.
진짜로 작동하는 기능이 아니라,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만들어서 사용자 테스트를 통과할 정도면 충분하다는 기준이 명확했던 게 도움이 됐습니다.
디자이너 한 명과 PM인 저, 그리고 관심 있어했던 마케터 한 명이 같이 프로토타입 툴로 화면을 이어붙였는데, 저녁 7시쯤에 끝낼 수 있었어요.
마지막 날, 실제 사용자 5명을 초대해서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했습니다.
5명이면 충분할까 걱정했는데, 실제로 5명 중 4명이 같은 지점(배송비가 미리 보이는 화면)에서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걸 보고 그 걱정이 사라졌어요.
"이렇게 미리 보여주니까 훨씬 마음이 편하네요"라는 말을 두 명한테서 들었을 때, 5일 동안의 과정이 헛되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반면 한 명은 오히려 정보가 너무 일찍 나와서 복잡하게 느껴진다고 했는데, 이 소수 의견도 다음 개선안에 반영하기로 했어요.
5일이 끝나고 나서 느낀 건, 디자인 스프린트의 진짜 가치는 결과물인 프로토타입이 아니라 팀이 5일 동안 같은 문제를 같은 밀도로 들여다봤다는 경험 자체였다는 점이었습니다.
평소 회의였다면 각자 다른 업무를 하다가 짬짬이 모였을 텐데, 5일을 통째로 비워두고 몰입했더니 서로 다른 직군의 사람들이 같은 문제를 다르게 보는 방식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어요.
다만 5일을 통째로 비우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도 동시에 느꼈습니다.
저희는 다음번에는 좀 더 작은 문제로 3일짜리 축약판을 시도해볼 계획이에요.
완벽한 5일을 못 채우더라도, 이 방법론이 주는 몰입과 협업의 방식만큼은 계속 팀에 가져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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