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하나를 정할 때마다 사용자에게 좋은 쪽과 사업에 좋은 쪽이 달라서 곤란했던 적이 있습니다.
기획을 하다 보면 이런 순간이 생각보다 자주 오더라고요.
오늘은 이 충돌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제 기준으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특정 회사의 사례가 아니라 현업에서 겪은 일들을 일반화한 내용이에요.
사용자는 빨리 목적을 이루고 나가고 싶어 합니다.
사업은 그 과정에서 가입, 결제, 재방문 같은 무언가를 얻어 가고 싶어 해요.
둘 다 틀린 바람은 아니라서 더 어렵습니다.
특히 자원이 적은 조직일수록 이 충돌이 크게 느껴집니다.
이번 달 목표 수치가 눈앞에 있고, 그 수치를 올리는 가장 빠른 방법이 사용자에게 조금 불편한 방법일 때가 많거든요.
반대로 사용자 경험만 앞세우다가 사업이 버티지 못하면 좋은 경험을 줄 기회 자체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로 보지 않고, 둘이 만나는 지점을 찾는 문제로 보려고 합니다.
모든 충돌이 같은 종류는 아니었어요.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보면 대화가 훨씬 쉬워졌습니다.
첫째는 시점의 충돌입니다.
사업은 지금 당장 얻고 싶고, 사용자는 나중에 가치를 느끼는 경우예요.
가입을 첫 화면에서 요구할지, 써 보고 나서 요구할지가 대표적입니다.
둘째는 크기의 충돌입니다.
방향은 같지만 정도가 다른 경우예요.
광고를 넣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화면의 절반을 차지하면 곤란한 식입니다.
셋째는 가치의 충돌입니다.
사업이 얻는 것이 사용자가 잃는 것과 직접 맞닿아 있는 경우예요.
이 경우가 가장 조심해야 합니다.
시점과 크기의 충돌은 설계로 풀리는 일이 많습니다.
가치의 충돌은 설계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라서, 팀이 먼저 기준을 정해 두어야 해요.
시점의 충돌을 예로 들어 볼게요.
가상의 모임 앱에서 회원가입을 첫 화면에서 받고 싶다는 사업 쪽 의견이 있다고 해 봅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떤 모임이 있는지 먼저 구경하고 싶을 거예요.
이럴 때는 둘 중 하나를 버리기보다 구경은 가입 없이 하게 하고, 참여 버튼을 누르는 순간 가입을 요청하는 절충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가치를 먼저 느끼고, 사업은 마음이 움직인 시점에 가입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순서만 바꿔도 충돌의 절반쯤은 풀리는 경우가 있었어요.
예를 들어 구독형 서비스에서 해지 화면을 설계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사업 쪽에서는 해지를 막고 싶어서 해지 버튼을 아주 작게 만들고 싶어 할 수 있어요.
사용자 쪽에서는 해지 버튼을 한눈에 찾는 것이 당연한 바람입니다.
이건 가치의 충돌에 가깝습니다.
버튼을 숨기면 단기 해지율은 줄어들 수 있지만, 그 서비스를 믿는 마음도 함께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봤어요.
그래서 이런 식의 절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해지 버튼은 찾기 쉽게 두되, 해지 직전에 이유를 한 번 물어봅니다.
이유가 가격이면 기간 제한 할인이나 일시 정지를 제안하고, 이유가 불필요함이면 바로 해지를 진행합니다.
이렇게 하면 사용자는 막힘 없이 나갈 수 있고, 사업은 해지 이유를 얻으면서 붙잡을 수 있는 사람만 붙잡게 됩니다.
여기서 나온 숫자나 효과는 모두 가정입니다.
실제로는 돌려 봐야 알 수 있고, 저도 이 예시가 항상 맞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어요.
충돌이 올 때마다 목소리 큰 쪽이 이기면 팀이 지칩니다.
그래서 저는 기준을 미리 몇 개 적어 두는 쪽을 좋아해요.
첫째, 사용자를 속이거나 막는 설계는 하지 않는다.
둘째, 사업 목표에 도움이 되더라도 핵심 과업의 완료를 방해하지 않는다.
셋째, 애매하면 작게 실험해서 두 쪽의 지표를 함께 본다.
세 번째 기준에서 중요한 것은 지표를 한쪽만 보지 않는 것입니다.
전환율이 올랐더라도 재방문이나 문의량이 나빠졌다면 그 개선은 빌려 온 것일 수 있어요.
그래서 실험 전에 사업 지표 하나와 사용자 경험 지표 하나를 짝으로 정해 두면 좋았습니다.
또 한 가지 도움이 된 것은 사업 쪽 이야기를 사용자 언어로 번역해 보는 일이에요.
"가입률을 올려야 합니다"라는 말은 "사용자가 가입할 만한 이유를 더 일찍 보여 주자"로 바꿔 말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용자 쪽 이야기도 사업 언어로 옮겨 봅니다.
"버튼이 너무 눈에 띄어서 부담스러워요"는 "과한 유도가 신뢰를 깎아 재방문을 줄일 수 있다"로 옮길 수 있어요.
이렇게 서로의 말로 바꿔 놓고 보면, 의외로 목표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될 때가 많습니다.
결정했으면 이유와 함께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몇 달 뒤에 같은 논쟁이 반복되는 경우가 정말 많거든요.
기록에는 네 가지 정도를 적었어요.
무엇을 결정했는지,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 사업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언제 다시 볼 것인지입니다.
마지막의 다시 볼 시점이 의외로 중요해요.
시점이 있으면 지금의 타협을 영원한 약속으로 느끼지 않아도 됩니다.
결국 사용자와 사업은 적이 아니라 같은 서비스를 오래 굴리기 위한 두 바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쪽이 눈에 띄게 급할 때는 균형을 잡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아요.
아직 답을 못 찾은 질문도 있습니다.
팀이 아주 작을 때는 기준을 문서로 남기는 것 자체가 부담일 텐데, 어느 정도까지 가볍게 남기는 게 좋을까요.
그리고 사업 지표가 급한 시기에, 사용자 가치를 지키자는 말을 설득력 있게 하려면 어떤 근거를 준비해야 할까요.
이 부분은 앞으로 프로젝트를 하면서 계속 채워 가 보려고 합니다.
'Archive > Collect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히트맵 도구 기반 개선 사례를 읽는 법 (0) | 2020.08.12 |
|---|---|
| 페이지 하단 콘텐츠의 스크롤과 클릭 지표 읽기 (0) | 2020.08.12 |
| 퍼널 분석, 어디부터 볼 것인가 (0) | 2020.08.12 |
| 유입 경로별로 사용자 행동 비교하기 (0) | 2020.08.12 |
| 데이터로 퍼소나 만들기 (0) | 2020.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