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 해킹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뭔가 마법 같은 비법이 있는 줄 알았어요.
몰래 쓰는 마케팅 기술이나 해킹 같은 느낌이 드는 이름이니까요.
막상 현업에서 접해 보니 훨씬 평범하고 꾸준한 일에 가까웠어요.
서비스가 성장하는 과정을 단계로 나눠 보고, 작은 실험을 빠르게 반복하면서 배우는 방식이더라고요.
오늘은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함께 알아 두면 좋을 기초만 정리해 봅니다.
그로스 해킹은 제품과 데이터, 마케팅의 경계를 허물고 성장에 필요한 일을 하는 접근이라고 이해하고 있어요.
광고를 많이 집행해서 사람을 데려오는 것만이 아니라, 데려온 사람이 서비스의 가치를 느끼고 남아 있게 하는 과정까지 포함해요.
핵심은 "감으로 하지 않고, 측정하고, 배운다"예요.
도구나 기술이라기보다 일하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말은 개발자나 마케터만의 영역이 아니에요.
화면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사람이 성장 지표를 이해하면, 같은 화면이라도 어디를 어떻게 바꿔 볼지 가설이 훨씬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그로스를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만나는 틀이 AARRR이에요.
다섯 단계를 앞글자로 묶은 것으로, 유입(Acquisition), 활성화(Activation), 유지(Retention), 수익(Revenue), 추천(Referral)을 말합니다.
책마다 순서를 조금 다르게 쓰기도 해요.
가정으로 가상의 독서 기록 앱을 놓고 볼게요.
유입은 앱을 설치하는 단계예요.
활성화는 첫 책을 등록하는 순간처럼 가치를 처음 경험하는 단계입니다.
유지는 일주일 뒤에도 다시 들어와 기록을 남기는지를 말해요.
수익은 프리미엄 기능을 쓰는 것, 추천은 친구에게 앱을 알리는 일이에요.
이렇게 쓰고 나면 "지금 우리 서비스에서 가장 약한 단계는 어디인가"가 한눈에 보여요.
단계마다 대표 지표를 하나씩 붙여 두면 대화가 쉬워져요.
독서 앱이라면 유입은 설치 수, 활성화는 첫 책 등록 비율, 유지는 일주일 뒤 재방문 비율 정도가 후보가 될 수 있어요.
이것도 어디까지나 가정이고, 서비스의 성격에 따라 대표 지표는 달라집니다.
초기 서비스는 보통 유입보다 활성화와 유지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어요.
구멍 난 양동이에 물을 붓는 것과 비슷해서, 유지가 약한데 유입만 늘리면 비용만 커지거든요.
그래서 모든 단계를 다 챙기기보다 지금 병목인 한 단계를 정해 거기에 집중하는 편이 좋아요.
그로스의 일은 크게 네 박자로 반복돼요.
아이디어를 모으고, 우선순위를 정해 가설로 만들고, 작게 실험하고, 결과를 배워서 다음 아이디어에 반영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독서 기록 앱에서 활성화가 낮다고 가정해 볼게요.
가설은 "첫 책 등록 과정이 번거로워서 사람들이 포기한다"가 될 수 있어요.
실험은 바코드로 책을 찾는 기능을 첫 화면에 먼저 보여 주는 식으로 설계할 수 있겠죠.
이때 성공의 기준을 미리 정해 둬야 해요.
"첫 책 등록 비율이 오르면 성공"처럼 실험 전에 판단 기준을 적어 두지 않으면, 결과가 나온 뒤에 입맛대로 해석하게 되기 쉬워요.
실험의 주기도 중요해요.
너무 느리면 배우는 속도가 떨어지고, 너무 빠르면 결과가 충분히 쌓이기 전에 다음 실험으로 넘어가 버려요.
저는 한 주기를 일주일에서 이주일 정도로 잡고, 이번 실험에서 배운 점을 한 줄로 남기는 습관이 도움이 됐다고 느꼈어요.
기획자는 가설을 만들고 지표를 정하는 일에서 힘을 발휘해요.
어느 단계가 병목인지 찾고, 그 이유를 사용자 입장에서 설명하는 역할이죠.
디자이너는 그 가설을 눈에 보이는 경험으로 옮기는 일을 해요.
같은 가설이라도 어떤 화면으로 보여 주느냐에 따라 사용자의 반응이 크게 달라집니다.
중요한 건 둘이 같은 지표를 보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예쁘게 만들었어요"와 "첫 책 등록까지 가는 단계를 줄였어요"는 대화의 층위가 다르잖아요.
디자인 결정에 지표라는 공통 언어가 생기면 리뷰 회의에서 취향 싸움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어요.
개발자와 마케터도 같은 표를 보게 하면 더 좋아요.
실험 하나를 하려면 개발이 필요하고, 메시지 하나를 바꾸려면 마케팅의 도움이 필요하니까요.
그로스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걱정되는 점도 있어요.
단기 숫자를 올리는 요령에만 몰두하는 경우예요.
알림을 과하게 보내거나, 해지 버튼을 숨기거나, 사용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문구로 클릭을 끌어내면 지표는 오를지 몰라도 신뢰는 깎여요.
또 다른 위험은 실험이 목적이 되는 상황이에요.
실험 개수를 성과처럼 세다 보면 서비스의 본질적인 가치는 그대로인데 버튼 색만 계속 바꾸게 됩니다.
성장은 결국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쓸모 있어야 오래 간다는 생각을 저는 놓지 않으려고 해요.
기초만 놓고 보면 그로스는 어렵지 않아요.
단계를 나누고, 병목을 찾고, 가설을 세우고, 작게 실험하고, 배운 걸 남기는 것.
이걸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같이 하면 화면 하나를 만드는 일도 훨씬 단단해집니다.
작게 시작하는 방법도 있어요.
지금 서비스의 AARRR 다섯 칸을 표로 그려서 각 칸에 현재 알고 있는 숫자를 채워 보는 거예요.
숫자가 비어 있는 칸이 곧 측정부터 해야 할 곳입니다.
남은 질문은 규모가 작은 서비스에서 어디까지 실험할 수 있느냐는 거예요.
사용자가 적으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그럴 땐 정성적인 관찰을 더 늘려야 할 것 같아요.
이 부분은 A/B 테스트 이야기와 이어서 더 정리해 보겠습니다.
'Planning · PM > Business · Growth'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기획의 기본 (0) | 2020.08.12 |
|---|---|
| 데이터 분석을 처음 시작하는 기획자를 위한 3가지 습관 (0) | 2020.08.12 |
| 2020년 가트너 10대 전략 기술 (0) | 2020.01.21 |
| 차량 공유 서비스의 전망 (0) | 2019.07.10 |
| 일본의 차세대 모빌리티 서비스 (0) | 2019.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