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기획이라고 하면 감각과 아이디어가 먼저 떠오르지만, 요즘은 데이터를 빼고 이야기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저는 마케터는 아니고 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이라서, 마케팅 팀과 대화하면서 배운 것을 기획자 입장에서 정리해 보려고 해요.
전문 마케팅 이론이 아니라 일하면서 쓰기 편했던 기본 틀을 이야기하는 글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흐름은 단순합니다.
누구에게 말할지 정하고, 어디에서 말할지 정하고, 얼마나 잘 되었는지 재고, 다음에 더 잘하도록 반복합니다.
타깃, 채널, 측정, 반복 네 단어로 외우고 있어요.
이 순서가 중요한 이유는 많은 실패가 순서를 거꾸로 해서 생기기 때문입니다.
채널부터 정하면 "이 광고 매체가 요즘 좋다던데"로 시작해서 누구에게 말하는지 모르는 광고가 나옵니다.
측정을 나중으로 미루면 끝난 뒤에 무엇이 효과가 있었는지 알 수 없게 돼요.
타깃은 "20대 여성" 같은 넓은 말보다 행동으로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서비스를 쓰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오래 남고 가장 자주 쓰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먼저 보세요.
그들과 닮은 사람을 찾아가는 것이 보통 가장 효율이 좋았습니다.
가상의 가계부 앱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이 앱을 석 달 이상 쓰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니 가입 첫 주에 지출 내역을 열 건 넘게 기록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타깃은 "가계부를 쓰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기록하는 습관을 만들려는 사람"에 더 가깝습니다.
이 예시의 수치는 가정이에요.
이렇게 행동으로 타깃을 정의하면 메시지도 훨씬 구체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채널은 검색 광고, 소셜 미디어, 이메일, 제휴, 콘텐츠 등 다양합니다.
채널마다 사람들이 그곳에 있는 이유가 달라요.
검색은 이미 필요를 느낀 사람이 찾아오는 곳입니다.
소셜 미디어는 필요를 느끼기 전에 관심을 끄는 곳이에요.
이메일은 이미 관계가 있는 사람에게 다시 말을 거는 곳입니다.
그래서 같은 메시지를 모든 채널에 똑같이 뿌리는 것은 아쉬운 방식입니다.
타깃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에 맞춰 채널을 고르고, 메시지도 그에 맞춰 바꾸는 편이 좋아요.
처음에는 두세 개 채널로 시작해서 반응을 보고 넓혀 가는 쪽을 권하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다 하려고 하면 어느 것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더라고요.
가계부 앱 예시로 이어 가 보면 이렇게 짤 수 있습니다.
기록 습관을 만들려는 사람은 검색으로 "가계부 쓰는 법"을 찾을 가능성이 있어서 검색 채널에서 만날 수 있어요.
이미 앱을 설치했지만 기록을 멈춘 사람은 이메일이나 알림으로 다시 말을 걸 수 있습니다.
타깃의 상태가 다르니 같은 문구를 보내지 않고, 앞의 사람에게는 쓰는 방법을, 뒤의 사람에게는 다시 시작하는 쉬운 방법을 알려 주는 거예요.
이 구성도 가정이고, 실제 채널의 반응은 직접 해 봐야 압니다.
측정은 캠페인이 끝난 뒤가 아니라 시작하기 전에 정해야 합니다.
무엇을 성공이라고 부를지 미리 정하지 않으면, 끝난 뒤에 좋게 보이는 숫자만 고르게 되거든요.
제가 쓰는 방법은 지표를 두 층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첫 층은 눈에 띄는 숫자입니다.
노출, 클릭, 가입 수 같은 것들이에요.
둘째 층은 사업에 가까운 숫자입니다.
가입 후 일주일 안에 핵심 기능을 쓴 비율이나 첫 구매 비율 같은 것들입니다.
클릭은 많은데 둘째 층 숫자가 낮다면 메시지와 실제 서비스가 어긋나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클릭은 적은데 둘째 층 숫자가 높다면, 정말 맞는 사람만 오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어요.
채널별로 링크에 구분 표시를 달아 두면 어느 채널에서 온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나중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반복입니다.
결과를 보고 무엇을 바꿀지 정하는 단계예요.
이때 한 번에 여러 가지를 바꾸면 무엇이 효과를 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문구만 바꾸거나 이미지만 바꾸거나, 가능하면 하나씩 바꾸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바꾼 내용과 결과를 간단히 기록해 두면 다음 캠페인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됩니다.
기록은 거창할 필요가 없어요.
캠페인 이름, 타깃, 채널, 바꾼 것 하나, 결과 숫자, 다음에 해 볼 것 정도만 한 줄씩 적어도 충분합니다.
몇 번 쌓이면 우리 서비스에는 어떤 메시지가 잘 통하는지 패턴이 보이기 시작해요.
기획자 입장에서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마케팅으로 사람을 데려와도 서비스 첫 경험이 좋지 않으면 곧 떠납니다.
그래서 캠페인의 약속과 첫 화면의 내용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일이 기획자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광고에서 "무료로 시작"이라고 했는데 첫 화면이 결제 요구라면 신뢰가 깨집니다.
마케팅 팀과 기획 팀이 캠페인을 열기 전에 한 번 같이 화면을 훑어보면 이런 어긋남이 많이 줄어요.
데이터를 쓴다고 마케팅이 기계적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사람에 대한 질문이 더 정교해지는 일이라고 느낍니다.
아직 풀지 못한 질문도 있어요.
마케팅의 효과가 몇 주 뒤에 나타나는 경우에는 어느 시점에서 판단해야 할까요.
그리고 측정하기 어려운 브랜드 인상 같은 가치는 숫자 중심의 팀에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 부분은 마케팅 팀과 더 이야기해 보고 이어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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