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 해킹이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팀 내에서도 "우리도 그로스 팀을 만들어야 하지 않냐"는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그런데 정작 "그로스 해킹이 정확히 뭘 하는 건가요"라고 물으면 대답이 제각각이에요.
저도 처음엔 그로스 해킹을 "마케팅을 데이터로 하는 것" 정도로 뭉뚱그려 이해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지표를 하나씩 뜯어보면서 생각이 훨씬 명확해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PM이 그로스 관련 논의에 참여하려면 최소한 알아야 하는 지표들을 정리해봤습니다.
AARRR 프레임워크부터 시작한다
그로스 해킹 논의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게 AARRR 프레임워크입니다.
획득(Acquisition), 활성화(Activation), 유지(Retention), 추천(Referral), 매출(Revenue)의 앞글자를 딴 것인데, 저는 이 프레임을 팀에 처음 소개할 때 "우리 서비스에서 각 단계가 정확히 어떤 행동을 의미하는지"를 먼저 정의하는 데 회의를 두 번이나 썼습니다.
"활성화"라는 단어 하나를 두고도, 마케팅팀은 "가입 완료"를 활성화로 봤고 저는 "첫 핵심 기능 사용"을 활성화로 보고 있었어요.
이 정의가 안 맞으면 같은 대시보드를 보고도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획득(Acquisition) - 어디서 왔는가보다 무엇을 했는가
채널별 유입 숫자만 보면 놓치는 게 많습니다.
저희는 광고를 통해 들어온 사용자가 자연 검색으로 들어온 사용자보다 유입 숫자는 두 배 많았는데, 정작 가입 이후 7일 리텐션을 보니 광고 유입 사용자의 리텐션이 자연 검색 유입의 3분의 1도 안 됐어요.
채널별 유입량만 보고 마케팅 예산을 배분했다면, 숫자만 늘고 실제 사용자는 안 남는 결과가 나올 뻔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채널별 보고서에 유입 숫자와 함께 반드시 7일/30일 리텐션을 같이 붙이도록 요청하고 있어요.
활성화(Activation) - "아하 모먼트"를 찾아야 한다
활성화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용자가 우리 서비스의 가치를 처음 느끼는 순간"을 찾는 겁니다.
이걸 흔히 "아하 모먼트"라고 부르는데, 저희는 이걸 찾으려고 가입 후 30일 이상 남은 사용자와 이탈한 사용자의 초기 행동 로그를 비교하는 작업을 했어요.
분석해보니, 가입 첫날 특정 기능을 세 번 이상 사용한 사용자의 30일 리텐션이 그렇지 않은 사용자보다 4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이 지표를 찾은 이후로는 온보딩의 목표를 "가입 완료"가 아니라 "그 기능을 세 번 쓰게 만드는 것"으로 다시 잡았어요.
유지(Retention) - 코호트로 봐야 의미가 있다
전체 사용자 수만 보면 유지율이 오르는지 내리는지 착시가 생기기 쉽습니다.
저희도 한동안 전체 MAU가 계속 늘어서 좋아하고 있었는데, 가입 시점별로 코호트를 나눠서 보니 신규 가입자의 리텐션 곡선이 매달 조금씩 나빠지고 있었어요.
전체 숫자가 늘어난 건 마케팅으로 신규 유입을 계속 늘려서였을 뿐, 실제 서비스 자체의 흡인력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었던 겁니다.
이 코호트 분석을 본 뒤로는 "이번 달 MAU가 늘었다"는 보고를 볼 때마다 반드시 코호트별 리텐션을 같이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추천(Referral)과 매출(Revenue) - 후순위지만 무시할 건 아니다
추천과 매출 지표는 앞의 세 단계가 어느 정도 안정된 뒤에야 의미가 생깁니다.
저희는 리텐션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천 프로그램을 먼저 벌였다가, 추천으로 들어온 사용자마저 금방 이탈해서 결과적으로 마케팅 비용만 날린 경험이 있어요.
이후로는 앞 단계 지표가 일정 기준을 넘기 전에는 추천/매출 관련 실험을 미루자는 원칙을 팀 내에 세워뒀습니다.
그로스 팀이 따로 있어도, PM이 이 지표들을 모르면 로드맵 우선순위를 잘못 잡기 쉽습니다.
저는 이제 신규 기능을 기획할 때마다 "이 기능이 AARRR 중 어느 단계를 개선하려는 것인가"를 스스로 먼저 답해보고 시작합니다.
답이 명확하지 않으면, 그 기능이 정말 필요한지부터 다시 의심해보는 거죠.
그로스 해킹은 특정 팀만의 업무가 아니라, 기획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춰야 하는 기본적인 데이터 감각이라는 생각이 이번에 지표를 하나씩 뜯어보며 더 확실해졌습니다.
다음엔 실제로 A/B 테스트를 설계하면서 배운 것들도 따로 정리해볼 계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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