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팀 안에서 ChatGPT와 여러 생성형 AI 도구를 업무에 쓰기 시작했습니다.
반년 넘게 써보고 나니, 처음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생산성이 바뀌었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숫자로 딱 정리되진 않지만, 체감한 변화를 솔직하게 적어보려고 합니다.
가장 빠르게 바뀐 건 초안 작업이었습니다. 기획서 초안, 회의록 요약, 사용자 인터뷰 정리 같은 작업이 확실히 빨라졌어요.
예전엔 인터뷰 녹취를 다시 들으면서 정리하는 데 반나절이 걸렸는데, 지금은 녹취록을 넣고 핵심만 뽑아달라고 하면 10분이면 초안이 나옵니다.
물론 그대로 쓸 수는 없어서 다시 검토하고 고치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과 초안을 다듬는 건 체감상 완전히 다른 작업이더라고요.
저는 이 변화가 가장 크게 느껴졌습니다.
반대로 예상과 다르게 느려진 부분도 있었어요. 의외로 의사결정 속도는 오히려 늦어진 경우가 있었습니다.
초안이 너무 쉽게, 너무 여러 버전으로 나오니까 "이것도 괜찮고 저것도 괜찮은데 뭘 골라야 하지"라는 새로운 고민이 생긴 거예요.
예전엔 하나 쓰느라 힘들어서 그걸 그냥 밀고 나갔는데, 지금은 다섯 가지 버전을 뽑아놓고 회의에서 비교하다가 시간을 더 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선택지가 늘어난 게 항상 좋은 건 아니라는 걸 이번에 처음 체감했어요.
팀원마다 활용 격차가 컸습니다. 같은 도구를 나눠줘도 활용하는 정도가 사람마다 너무 달랐어요.
어떤 동료는 하루에도 열 번씩 프롬프트를 바꿔가며 원하는 결과를 뽑아내는데, 어떤 동료는 몇 번 시도하다가 "이거 별로 안 쓸모 있네요"라며 그냥 예전 방식으로 돌아갔습니다.
저희는 이 격차를 줄이려고 매달 한 번 "이번 달 잘 썼던 프롬프트 공유회"를 열었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어요.
동료가 실제로 쓴 프롬프트를 그대로 보여주니까, "저렇게 구체적으로 써야 하는구나"를 다들 자연스럽게 배워갔습니다.
정량적으로 잡히지 않는 변화도 있었습니다. 솔직히 "생산성이 몇 퍼센트 올랐다"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려워요.
다만 체감상 확실한 건,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에 쓰던 심리적 에너지가 줄었다는 겁니다.
예전엔 회의록 정리 같은 일을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야근으로 몰아서 했는데, 지금은 회의 끝나고 바로 초안을 뽑아서 큰 부담 없이 처리하게 됐어요.
이런 작은 마찰이 줄어든 게, 숫자로는 안 보이지만 팀 분위기에는 꽤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고민도 있어요.
결과물의 품질을 판단하는 눈은 결국 사람이 갖고 있어야 하는데, 초안이 너무 매끄럽게 나오다 보니 검토를 대충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저도 한 번은 AI가 뽑아준 요약을 거의 그대로 넘겼다가, 원본 인터뷰의 중요한 뉘앙스가 빠진 걸 나중에 알아챈 적이 있었습니다.
편해진 만큼 검토의 긴장감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다음 숙제인 것 같아요.
정성적인 느낌 말고 숫자로도 한번 확인해보고 싶어서, 팀원들에게 간단한 자체 설문을 돌려봤습니다.
"주당 반복 업무에 쓰는 시간이 줄었다"고 답한 사람이 8명 중 6명이었고, 평균적으로 주당 3~4시간 정도가 줄었다고 답했어요.
반면 "회의나 의사결정에 쓰는 시간이 늘었다"고 답한 사람도 4명이나 있었는데, 이건 앞서 말한 "선택지가 늘어난 부작용"과 맞아떨어지는 결과였습니다.
숫자로 보니 제가 체감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오히려 안심이 됐어요.
다만 이 설문이 8명짜리 소규모 팀 기준이라, 다른 팀 규모나 업무 성격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설문 말고 그냥 옆에서 지나가듯 들은 말들도 인상적이었어요.
디자이너 동료는 "이제 초안 없는 회의에 들어가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진다"고 했는데, 이 말이 반년 사이의 변화를 가장 잘 요약하는 것 같았습니다.
반대로 연차가 오래된 동료 한 명은 "손으로 직접 쓰면서 정리하던 사고 과정이 없어진 게 아쉽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저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어서 공감이 됐습니다.
초안이 너무 빨리 나오니까, 예전처럼 백지 앞에서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줄어든 게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요즘 중요한 기획은 일단 손으로 핵심 문장 몇 개를 먼저 적어보고, 그 다음에 AI 도구로 확장하는 순서를 의식적으로 지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편리함과 제 나름의 사고 과정을 둘 다 지키려는 나름의 타협인 셈이에요.
반년을 돌아보면, 생성형 AI가 팀을 몇 배 빠르게 만들어준 건 아니었지만, 지루한 일에 쓰던 에너지를 아껴서 더 중요한 고민에 쓸 수 있게 해줬다는 정도로 정리하고 싶습니다.
내년엔 이 도구들을 더 잘 쓰는 팀과 그냥 흉내만 내는 팀의 차이가 훨씬 크게 벌어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요.
저희 팀도 그 격차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도구를 나눠주는 것보다 잘 쓰는 방법을 같이 배우는 시간에 더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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