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시작된 재택근무가 어느새 반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처음엔 "회의는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오프라인 회의와는 완전히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몇 달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정리한 재택 기획 회의 진행 팁을 공유합니다.
오프라인에서는 논의가 막히면 누군가 일어나서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리며 정리하곤 했습니다.
재택 회의에서는 이게 안 되니까, 초반엔 다들 말로만 설명하다가 서로 다른 그림을 머릿속에 그린 채 회의를 끝내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희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회의 시작 전에 항상 화면 공유용 문서나 온라인 화이트보드 툴을 미리 켜놓는 습관을 만들었습니다.
누군가 설명하다가 막히면 "그림으로 그려볼게요"라며 바로 그 자리에서 온라인 화이트보드에 그리는 식으로요.
화면 공유 없이 진행하는 회의는 이제 저희 팀에서는 거의 없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즉석으로 논의가 잘 풀리는 경우도 있었는데, 화상회의에서는 아젠다 없이 시작하면 대부분 흐지부지 끝났습니다.
누가 말하고 있는지, 다음에 누가 말할 차례인지가 애매해서 정적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희는 이제 회의 초대장에 반드시 세 가지를 적습니다.
이 회의의 목표(결정할 것 vs 공유할 것), 다뤄야 할 항목 순서, 각 항목에 예상되는 시간입니다.
이걸 회의 시작할 때 화면에 띄워두고 진행하니, 논의가 다른 데로 새는 걸 훨씬 빠르게 잡아낼 수 있었어요.
화상회의 특유의 문제인데, 여러 명이 동시에 말을 시작하면 서로 "먼저 하세요"라며 어색해지는 순간이 자주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 문제를 줄이려고 특정 안건에 대해 발언할 사람의 순서를 미리 정하는 방식을 써봤습니다.
"이 안건은 개발팀 → 디자인팀 → 저 순서로 의견 들어볼게요"라고 미리 말해두면, 어색한 정적이나 발언 겹침이 확실히 줄었어요.
작은 디테일인데 회의 진행 속도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컸습니다.
오프라인 회의에서는 회의록을 나중에 정리해서 공유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재택 회의에서는 회의 중에 실시간으로 문서에 결정 사항을 타이핑하며 공유 화면에 띄워두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지금 이렇게 결정된 걸로 정리할게요"라고 말하면서 문서에 바로 적으면, 참석자들이 그 문장을 보면서 "아니요, 그건 조금 다른데요"라고 즉시 정정할 수 있었어요.
회의 끝나고 따로 회의록을 정리해서 보내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해나 누락이 이 방식으로 확실히 줄었습니다.
모든 회의에서 카메라를 계속 켜두라고 하면 다들 피로해합니다.
저희는 브레인스토밍처럼 반응을 서로 봐야 하는 회의에서는 카메라를 켜자고 명시적으로 요청하고, 정보 공유 위주의 회의에서는 카메라를 꺼도 된다고 미리 안내합니다.
이렇게 구분해두니 "카메라 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눈치 보는 시간이 줄었고, 다들 회의 피로도가 조금 덜해졌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오프라인일 때는 한 번 모이면 여러 안건을 몰아서 처리하는 긴 회의가 많았는데, 재택 환경에서는 긴 화상회의가 훨씬 피로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안건을 쪼개서 30분 이내의 짧은 회의를 여러 번 하는 쪽으로 바꿔봤어요.
처음엔 회의 횟수가 늘어나는 게 부담스러워 보였는데, 실제로는 각 회의가 짧고 목적이 명확해서 오히려 전체 걸리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긴 회의 중간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낭비되던 시간이 없어진 셈이죠.
재택 회의는 오프라인 회의를 그대로 화면으로 옮긴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이번에 확실히 배웠습니다.
매체가 다르면 진행 방식도 다르게 설계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몸으로 겪으며 깨달은 셈이에요.
앞으로 재택근무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정리한 습관들은 사무실로 돌아가더라도 계속 유지하고 싶은 부분이 꽤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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