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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AI Trend

지능형 개인 비서 동향

2017. 3. 17. 19:43

 

2017년 들어 말로 기기를 부리는 이야기가 부쩍 많아졌어요.
스마트폰 속 음성 비서는 몇 년 전부터 있었는데, 최근에는 집 안에 놓는 스피커 형태까지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진 느낌입니다.
오늘은 제가 지켜본 2017년 초 시점의 지능형 개인 비서 흐름을 일반적인 수준에서 정리해 보려고 해요.
세부 수치나 점유율은 제가 확실히 모르는 부분이라 다루지 않겠습니다.

 

지능형 개인 비서는 사용자의 말을 알아듣고 대신 일을 처리해 주는 소프트웨어를 말합니다.
날씨를 알려 주고, 알람을 맞추고, 음악을 틀고, 일정을 확인해 주는 정도가 지금 흔히 보이는 기능이에요.
예전의 음성 명령은 정해진 문장을 정확히 말해야 했다면, 요즘은 조금 다르게 말해도 의도를 짐작해 준다는 점이 큰 차이입니다.
이 변화의 뒤에는 최근 몇 년 사이 딥러닝 기술이 음성 인식과 언어 이해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흐름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제가 보기에 지금 흐름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첫째는 스마트폰 안에서 쓰는 비서입니다.
주머니 속 기기에서 손이 바쁠 때 말로 부탁하는 방식이에요.
이미 여러 회사의 대표 비서 서비스가 기본 탑재되어 있어서 접근성은 가장 좋습니다.

둘째는 집이나 사무실에 두는 스피커형 기기입니다.
화면 없이 목소리만으로 쓰는 것이 특징이고, 부엌에서 요리하다가 타이머를 맞추는 장면이 대표적으로 소개되곤 해요.
해외에서는 이 형태가 가정에 퍼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국내에서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화면이 없다는 점은 불편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사용 상황을 단순하게 만든다는 장점이 있다고 느껴요.

 

비서가 하는 일을 단계로 나누어 보면 이해가 쉬웠어요.
먼저 말소리를 글자로 바꾸는 단계가 있습니다.
그다음 글자에서 사용자의 의도를 읽는 단계, 의도에 맞는 일을 실행하는 단계, 결과를 말이나 화면으로 돌려주는 단계가 이어져요.
이 중 어느 한 단계가 약해도 전체 경험이 무너집니다.
예를 들어 인식은 잘 되는데 일을 연결하는 단계가 빈약하면, 알아듣기만 하고 해 주지는 못하는 비서가 되어 버립니다.

 

비서가 흥미로운 이유는 기능 하나하나보다 다른 서비스를 이어 주는 입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가 앱을 찾아서 켜는 대신 말로 부탁하면 비서가 필요한 서비스를 불러 주는 구조예요.
그래서 외부 업체가 비서에 자기 기능을 붙일 수 있게 하는 개방형 방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가정해서 예를 들어 볼게요.
피자 가게가 비서에 주문 기능을 연결해 두었다고 해 봅시다.
사용자는 지난번에 먹은 걸로 한 판 시켜 줘라고 말하고, 비서가 가게와 연결해 주문을 대신 넣는 겁니다.
이 장면이 가능해지면 가게 입장에서는 앱을 설치하게 만드는 수고가 줄어들어요.
대신 비서 플랫폼의 규칙 안에서 노출되어야 하니 새로운 종속 문제가 생기겠지요.

이런 구조에서는 서비스 제공자가 해야 할 일도 달라져요.
앱 화면을 예쁘게 만드는 데 쓰던 정성을 이제는 사용자가 말할 법한 표현을 모으는 데 써야 합니다.
같은 의도를 사람마다 다르게 말하기 때문에, 주문해 줘, 시켜 줘, 한 판 부탁해처럼 여러 표현을 미리 예상해 두는 작업이 필요해요.
이 일은 의외로 기획자의 몫이 크다고 느낍니다.

 

비서형 서비스를 기획할 때 몇 가지가 마음에 걸렸어요.

  • 말로 하는 경험은 화면이 없어서 결과를 한꺼번에 보여 주기 어렵습니다.
  • 잘못 알아들었을 때 사용자가 바로잡을 방법이 분명해야 합니다.
  • 사용자는 비서가 뭐든 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 쉬워서 할 수 있는 범위를 알려 줘야 합니다.
  • 항상 듣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개인정보와 사생활에 대한 걱정이 따라옵니다.

특히 기대 관리가 어렵다고 생각해요.
처음 몇 번 실망하면 사용자가 날씨와 알람 같은 쉬운 기능만 쓰고 더 나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잘하는 일 몇 가지를 확실히 해 두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사용 장면을 상상해 보는 것도 도움이 돼요.
운전 중이라 손을 쓸 수 없을 때, 요리하다 손이 젖었을 때, 아이를 안고 있을 때처럼 손과 눈이 바쁜 순간이 음성이 빛나는 장면입니다.
반대로 지하철처럼 조용하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말하기가 부담스러워 쓰지 않게 되겠지요.
그래서 음성 서비스는 어떤 장면에서 쓰이게 할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어는 높임과 줄임이 많고 문장 성분이 자주 생략되는 언어예요.
주어 없이 그거 틀어 줘라고 말해도 사람은 알아듣지만 기계에게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사투리나 억양 차이, 이름 같은 고유명사도 인식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겠지요.
영어권에서 먼저 나온 서비스들이 한국어에서도 같은 수준으로 작동할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어에 맞게 다듬는 일이 국내 서비스의 기회일 수도 있다고 기대해 봅니다.

 

지금 시점에서 제가 내린 결론은 비서가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입력 방식의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터치, 키보드, 음성이 상황에 따라 섞여 쓰이는 방향이 자연스러워 보여요.
남은 질문은 이렇습니다.
사람들이 집 안에 항상 켜져 있는 마이크를 편하게 받아들일까요.
여러 회사의 비서가 서로 다른 생태계를 만들면 사용자는 어느 쪽에 정착하게 될까요.
이 부분은 올해 하반기까지 소식을 계속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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