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시스템을 기획하면서 한동안은 예약을 하는 고객의 화면만 열심히 그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고객이 예약할 수 있으려면 그 전에 업장이 먼저 서비스에 들어와서 준비를 마쳐야 합니다.
이 준비 과정을 온보딩이라고 부르는데, 테넌트 구조의 서비스에서는 이 길이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더라고요.
업장이 가입만 해 놓고 아무 설정도 못 한 채 떠나면, 그 테넌트에게는 예약이 영원히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업장이 가입해서 첫 예약을 받기까지의 길을 어떻게 설계하면 좋을지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아래 예시는 모두 설명을 위해 가정한 것이고, 실제 수치나 사례가 아닙니다.
온보딩 설계의 첫 단계는 목적지를 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목적지를 "가입 완료"가 아니라 "첫 예약이 실제로 들어온 순간"으로 잡았습니다.
가입은 시작일 뿐이고, 업장 입장에서 서비스가 쓸모 있다고 느끼는 때는 예약이 들어왔을 때니까요.
그래서 길을 거꾸로 그려봤습니다.
첫 예약을 받으려면 고객이 접속할 수 있는 공개 링크가 있어야 합니다.
링크가 의미 있으려면 예약 가능한 서비스가 있어야 하고, 그 서비스를 해 줄 직원이나 자원이 있어야 합니다.
또 언제 가능한지를 알려주는 영업시간이 있어야 하고, 어느 업장인지 보여주는 기본 정보가 있어야 합니다.
이 순서를 앞에서부터 다시 늘어놓으면 이렇게 됩니다.
가입, 업장 정보, 서비스 등록, 영업시간, 직원과 자원, 공개 링크 발급, 테스트 예약.
총 일곱 단계입니다.
단계가 많아 보이지만, 각각은 앞 단계가 있어야 다음 단계의 의미가 생기는 관계라서 순서를 바꾸기가 어려웠어요.
가입 단계에서는 최소한만 받는 것이 좋다고 봤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업장 이름 정도면 계정과 테넌트를 만들 수 있어요.
사업자등록번호나 정산 계좌 같은 정보는 실제로 필요해지는 시점으로 미루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부터 이런 걸 물으면 구경만 해보려던 사람은 거기서 나가버리기 쉽거든요.
업장 정보 단계에서는 업종, 주소, 연락처, 대표 이미지를 받습니다.
여기서 막히는 지점은 이미지인 경우가 많을 것 같아요.
사진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입력창 앞에서 멈추게 되니까, 이미지는 나중에 넣어도 된다고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비스 등록 단계는 제가 보기엔 가장 큰 이탈 후보입니다.
서비스 이름, 소요 시간, 가격을 한 개 이상 입력해야 하는데, 업장 입장에서는 메뉴판 전체를 옮겨 적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한 번에 다 하려고 하면 지치기 때문에, 처음에는 대표 서비스 하나만 등록하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게 열어두는 편이 좋겠다고 정리했습니다.
영업시간 단계는 요일별로 시작과 끝을 입력하는 화면인데, 브레이크타임과 휴무일까지 한꺼번에 넣으면 복잡해집니다.
처음에는 요일별 기본 영업시간만 받고, 브레이크타임이나 임시 휴무는 나중에 설정에서 추가하도록 나누는 쪽이 부담이 적어요.
직원과 자원 단계에서는 예약을 받을 수 있는 주체를 만듭니다.
미용실이라면 디자이너 한 명 한 명이고, 필라테스 스튜디오라면 강사와 룸이 될 수 있습니다.
혼자 운영하는 업장은 "나 자신" 한 명을 자원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점이 의외로 이해되기 어려운 부분이에요.
그래서 혼자 운영하시는 분을 위해 본인을 자동으로 첫 자원으로 만들어주는 방식을 생각해 봤습니다.
공개 링크 단계에서는 고객이 들어올 주소를 확인하고 복사할 수 있게 합니다.
여기서는 링크를 만드는 것보다, 만든 링크를 어디에 붙이면 좋은지 알려주는 안내가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소개 문구에 붙이는 방법이나 메시지로 보내는 방법 같은 것들입니다.
마지막 테스트 예약 단계는 업장이 직접 고객 입장이 되어 예약을 한 번 해보는 단계입니다.
이걸 해보면 영업시간이 맞게 들어갔는지, 서비스 시간이 제대로 계산되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어요.
테스트로 만든 예약은 실제 예약과 섞이지 않게 표시하고, 확인 후에 쉽게 지울 수 있어야 합니다.
이탈을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입력할 것 자체를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업종별 템플릿을 가정해 봤습니다.
예를 들어 가입할 때 업종을 "미용실"로 고르면 이런 것들이 미리 채워져 있는 거예요.
컷, 펌, 염색 같은 서비스 이름이 예시로 들어 있고, 소요 시간도 대략적인 기본값이 잡혀 있습니다.
영업시간은 평일과 주말 정도로 흔한 패턴이 들어 있고, 정리 시간 같은 버퍼도 기본값이 있습니다.
업장은 처음부터 쓰는 대신 고쳐 쓰기만 하면 됩니다.
필라테스 스튜디오라면 템플릿이 조금 달라집니다.
개인 레슨과 그룹 수업이 구분되어 있고, 그룹 수업에는 정원이라는 개념이 들어가요.
강사와 룸이 자원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점도 미용실과 다른 부분입니다.
같은 예약 시스템이어도 업종에 따라 처음 마주하는 모양이 달라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주의할 점은, 템플릿 값이 실제와 다를 때 그대로 두고 지나가면 곤란하다는 거예요.
소요 시간이 잘못 들어 있는 채로 공개되면 고객이 틀린 시간으로 예약하게 됩니다.
그래서 기본값은 "추천값"이라고 눈에 띄게 표시하고, 공개 전에 한 번 확인하는 단계를 두려고 했습니다.
편하게 해주는 것과 틀려도 모르게 만드는 것은 다르니까요.
온보딩 화면에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알려주는 진행률이 있으면 좋습니다.
다만 단순히 일곱 칸 중 몇 칸이라는 막대보다는, 의미가 있는 표시가 낫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생각한 방식은 체크리스트에 가까워요.
각 단계를 완료하면 체크되고, 남은 단계 옆에는 대략 얼마나 걸리는지 짧게 적어둡니다.
이때 소요 시간은 실제 측정값이 아니라, 설계할 때 정한 가이드라는 점을 알고 써야 해요.
지키지 못할 약속을 적으면 오히려 신뢰를 잃으니까요.
또 하나는 필수와 선택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첫 예약을 받기 위한 최소 조건은 서비스, 영업시간, 자원, 링크입니다.
이것들이 채워지면 "예약 받을 준비가 됐어요"라는 상태를 보여주고, 나머지는 천천히 채우도록 안내합니다.
이미지나 상세 소개 같은 것은 선택으로 남겨 두는 거예요.
중간에 나갔다가 돌아온 업장을 위한 배려도 필요합니다.
다시 들어왔을 때 처음부터가 아니라 멈췄던 단계에서 이어지게 하고, 이미 입력한 내용은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해요.
이건 당연해 보이지만, 기획서에 적어두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설계가 끝났다고 온보딩이 잘 된다는 보장은 없어요.
그래서 각 단계의 시작과 완료를 기록해 두고, 어느 단계에서 가장 많이 멈추는지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정해서 말하면, 서비스 등록 단계에서 멈추는 경우가 유독 많다고 나온다면 그 화면을 먼저 손보는 식입니다.
숫자만으로는 이유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막힌 분께 직접 여쭤보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봐요.
창업을 준비하며 인터뷰를 공부했을 때 배운 것처럼, 어떻게 느끼셨는지보다 그때 무엇을 하고 계셨는지를 물어보는 편이 더 많은 걸 알려줍니다.

정리하면, 온보딩은 가입 화면을 예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첫 예약까지의 거리를 줄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최소한만 받고, 나머지는 미루고, 기본값으로 채워주고, 지금 어디쯤인지 보여주는 것이 제 기본 방향입니다.
아직 답을 못 정한 질문도 있어요.
템플릿을 업종별로 얼마나 세분화해야 관리가 가능할까 하는 것이 하나입니다.
또 기본값을 너무 많이 채워주면 업장이 내용을 읽지 않고 넘어갈 위험이 있는데, 그 균형을 어디에 둘지도 고민이에요.
이 부분은 운영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가면서 다듬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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