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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M의 기본 개념, 고객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나

2017. 8. 9. 12:32

 

CRM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고객 명단을 모아 둔 엑셀 파일 정도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기획 일을 하다 보니 CRM은 도구 이름이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어 갈지에 대한 생각 방식이더라고요.
오늘은 제가 이해한 CRM의 기본 개념을 기획자 눈높이에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CRM은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의 약자입니다.
직역하면 고객 관계 관리인데, 핵심은 관리라는 단어보다 관계라는 단어에 있는 것 같아요.
고객 한 명 한 명이 우리 서비스와 어떤 접점을 가졌는지 기억하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다음 행동을 정하는 일입니다.
신규 고객을 데려오는 일만큼이나 이미 온 고객이 계속 머물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관점이 깔려 있어요.
일반적으로 새로운 고객을 얻는 비용이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보다 크다고들 이야기합니다.
다만 이 비율은 업종마다 달라서 우리 서비스에서는 직접 따져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객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 생애 주기 단계로 나누어 봅니다.
처음 우리를 알게 되는 인지 단계가 있고, 가입이나 첫 구매를 하는 획득 단계가 있어요.
그 뒤에 서비스를 반복해서 쓰는 활성 단계, 쓰는 횟수가 줄어드는 휴면 직전 단계, 아예 떠난 이탈 단계가 이어집니다.
단계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건네는 메시지도 달라져야 해요.

가정해서 예를 들어 볼게요.
작은 동네 꽃 구독 서비스가 있다고 해 봅시다.
가입 직후 고객에게는 첫 배송이 어떻게 오는지 안내하는 메시지가 가장 도움이 됩니다.
세 번째 배송을 받은 고객에게는 취향을 물어보고 꽃 구성을 조정해 주는 제안이 어울리겠지요.
두 번 연속 배송을 건너뛴 고객에게는 할인 쿠폰보다 먼저 무엇이 불편했는지 묻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고객이라도 단계가 다르면 다른 대화를 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단계를 나눌 때 주의할 점도 있어요.
기준이 너무 복잡하면 팀원들이 외우지 못해서 결국 쓰이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가입 직후, 활동 중, 뜸해진 사람, 떠난 사람 정도로 네 칸만 두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기준 기간도 서비스 성격에 맞게 정해야 합니다.
매일 쓰는 앱에서는 일주일 동안 보이지 않으면 뜸해진 것이지만, 계절마다 찾는 서비스에서는 몇 달이 정상일 수 있어요.
이 기준은 직접 데이터를 보고 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느꼈습니다.

 

세분화는 고객을 비슷한 성격끼리 묶는 일입니다.
나이와 지역 같은 인구통계 기준으로 묶을 수도 있고, 구매 금액이나 방문 빈도 같은 행동 기준으로 묶을 수도 있어요.
저는 행동 기준이 기획에 더 쓸모 있다고 느꼈습니다.
나이는 같아도 행동은 전혀 다른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자주 쓰는 틀 중에 최근성, 빈도, 금액을 함께 보는 방법이 있어요.
언제 마지막으로 왔는지, 얼마나 자주 오는지, 얼마나 쓰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앞의 꽃 구독 예시로 돌아가 보면 이런 식으로 나눌 수 있겠지요.

  • 최근에 왔고 자주 오고 많이 쓰는 고객은 단골 후보입니다.
  • 예전에는 자주 왔는데 최근에는 뜸한 고객은 관심이 식어 가는 중일 수 있어요.
  • 한 번 사고 다시 오지 않은 고객은 첫 경험에서 무언가 아쉬웠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나누고 나면 모든 고객에게 같은 쿠폰을 뿌리는 방식이 얼마나 낭비인지 보이기 시작해요.

 

리텐션은 고객이 일정 기간 뒤에도 계속 서비스를 쓰는 정도를 말합니다.
가입한 사람 중에 한 달 뒤에도 돌아온 사람의 비율을 보는 식이에요.
이 숫자가 낮으면 아무리 신규 고객을 많이 데려와도 바닥이 샌 물통에 물을 붓는 것과 비슷해집니다.

가정해서 숫자로 말해 볼게요.
한 달 동안 천 명이 가입했는데 다음 달에 돌아온 사람이 이백 명이라면, 이 서비스의 한 달 리텐션은 이십 퍼센트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 숫자가 좋은지 나쁜지는 업종에 따라 다르니 비교 대상을 신중히 골라야 해요.
더 중요한 것은 돌아온 이백 명과 돌아오지 않은 팔백 명이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는 일입니다.
돌아온 사람들이 첫 주에 어떤 기능을 써 봤는지, 떠난 사람들은 어디에서 멈췄는지를 비교하면 개선 힌트가 나옵니다.
숫자는 질문을 던져 주는 도구이고 답은 고객의 행동 속에 있다고 생각해요.

리텐션을 높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눠 생각하고 있어요.
하나는 서비스 자체의 가치를 높여서 자연스럽게 다시 오게 만드는 일입니다.
다른 하나는 적절한 때에 적절한 연락을 해서 기억을 되살리는 일이에요.
순서는 항상 앞쪽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서비스가 별로인데 알림만 늘리면 오히려 알림을 끄고 떠나 버리더라고요.

 

CRM은 고객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개인정보 문제를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어떤 정보를 어떤 목적으로 모으는지 고객에게 분명히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해요.
필요 이상으로 많이 모으면 쓰지도 않을 정보가 위험만 키우게 됩니다.
구체적인 법적 기준은 서비스 유형과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실제로 적용할 때는 반드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저는 정보를 모으기 전에 이 정보로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 먼저 한 줄로 적어 보는 습관을 들이고 있어요.

 

정리해 보면 CRM은 고객을 숫자로만 보지 않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해하려는 시도 같습니다.
생애 주기로 나누고, 행동으로 세분화하고, 리텐션으로 성과를 확인하는 순서가 기본기라고 생각해요.
아직 고민이 남아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고객에게 맞춤 연락을 보내는 일과 감시당하는 느낌을 주는 일 사이의 선은 어디일까요.
규모가 작은 서비스에서도 세분화를 할 만큼 데이터가 충분히 쌓일 수 있을까요.
이 질문들은 실제 서비스를 만지면서 계속 답을 찾아 가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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