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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수업 내용을 기획자 관점으로 정리하는 방법

2017. 5. 13. 16:37

 

기획 일을 몇 년 하다 보니 경영학의 기본 개념을 한 번쯤 제대로 정리해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의에서 마케팅 이야기, 재무 이야기, 전략 이야기가 오가는데 단어는 알아도 내 업무와 이어지지 않을 때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경영 관련 내용을 공부하면서 기획자 관점으로 바꿔 적어 두는 방법을 만들어 봤습니다.
오늘은 그 정리 방식을 기록해 둡니다.

 

기획서는 결국 누군가를 설득하는 문서입니다.
설득해야 하는 사람은 대개 사용자 경험보다 사업의 숫자와 방향을 먼저 묻더라고요.
이 기능이 얼마나 벌 수 있는지, 얼마나 드는지, 경쟁사와 무엇이 다른지를 말입니다.
경영 개념을 알고 있으면 이런 질문을 받기 전에 먼저 답을 준비할 수 있어요.
기획자가 경영학자가 될 필요는 없고, 같은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팅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틀은 시장을 나누고 겨냥할 대상을 정하고 우리 위치를 잡는 흐름입니다.
이 흐름을 기획으로 번역하면 이런 질문이 됩니다.
어떤 사용자를 위한 기능인가, 그 사용자는 지금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우리는 그것보다 무엇이 나은가.
가격, 상품, 유통, 홍보를 함께 맞추는 틀도 자주 나오는데요.
기획에서는 기능을 만들 때 가격 정책과 알리는 방법까지 같이 적어야 완성된 기획이라는 신호로 읽었어요.

가정해서 하나 적어 볼게요.
직장인을 위한 도시락 정기 배송 앱을 기획한다고 합시다.
대상은 점심 메뉴 고르기가 귀찮은 사무실 근무자로 잡습니다.
지금 그들은 근처 식당에 줄을 서거나 배달 앱을 켜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어요.
우리는 미리 골라 두면 알아서 도착한다는 편리함으로 차별화를 합니다.
이렇게 적으면 기능 목록보다 훨씬 설득력 있는 첫 장이 됩니다.

이 흐름을 습관으로 만들려고 기획서 첫 장에 대상, 경쟁 대안, 차별점 세 칸을 항상 두고 있어요.
빈칸이 생기면 아직 기획이 덜 된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입니다.
경쟁 대안이라고 쓴 이유는 경쟁사만이 아니라 사용자가 지금 하는 임시방편도 포함하기 위해서예요.
엑셀로 직접 정리하거나 메모장에 적어 두는 것도 훌륭한 경쟁 대안이거든요.

 

재무는 처음에 가장 낯설었던 영역이에요.
그래도 기획자가 꼭 알아 두면 좋은 개념 몇 가지는 분명히 있다고 느꼈습니다.

  • 매출에서 원가와 비용을 빼면 이익이 남는다는 기본 구조입니다.
  • 고정비와 변동비를 구분하면 손익이 어디서 갈리는지 보입니다.
  • 지금 쓰는 돈과 나중에 돌아오는 돈의 시간 차이를 생각해야 합니다.

앞의 도시락 앱으로 가정해 보면 이렇습니다.
주문 한 건마다 드는 재료비와 배송비는 변동비이고, 앱을 운영하는 인건비와 서버 비용은 고정비입니다.
주문이 일정 수준을 넘어야 고정비를 덮을 수 있다는 점이 보이면, 기능 우선순위도 달라져요.
신규 가입보다 재주문을 늘리는 기능이 먼저가 될 수 있겠지요.
정확한 수치는 실제 데이터가 있어야 하니 여기서는 구조만 이해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 마음에 둔 것은 투자 대비 효과를 따지는 감각이에요.
기능 하나를 만드는 데 개발자 두 명이 한 달을 쓴다면 그 시간도 분명한 비용입니다.
그 기능이 가져올 효과가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지 대략이라도 가늠해 보는 것이 기획자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정확한 계산이 아니어도 괜찮고, 가정을 적어 두었다가 나중에 맞았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이 습관이 쌓이면 우선순위를 말할 때 감이 아니라 이유를 댈 수 있어요.

 

전략 수업에서 가장 오래 남은 생각은 전략은 선택이고 선택은 포기라는 것이었어요.
경쟁 환경을 살펴보고 우리의 강점과 약점을 정리하는 틀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틀을 채우는 데서 끝나면 의미가 없고, 무엇을 하지 않을지까지 정해야 비로소 전략이 됩니다.
기획 업무에서는 이번 분기에 하지 않을 기능을 명시하는 일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요구가 많을수록 하지 않을 일을 적어 두는 문서가 팀을 지켜 주더라고요.

가정해서 이런 장면을 그려 볼게요.
도시락 앱 팀에 기업 단체 주문 기능을 만들자는 요구와 개인 취향 추천을 강화하자는 요구가 동시에 들어왔다고 합시다.
둘 다 좋은 아이디어지만 인력은 한정되어 있어요.
이때 이번 분기에는 개인 재주문을 늘리는 일에 집중하고 단체 주문은 다음으로 미룬다고 적어 두면 팀이 같은 방향을 봅니다.
미루는 이유까지 한 줄 남겨 두면 나중에 다시 꺼낼 때도 논의가 빨라져요.

 

공부한 내용을 그냥 필기로 두면 한 달 뒤에는 거의 남지 않았어요.
그래서 개념마다 세 줄로 적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 첫 줄에는 개념을 내 말로 한 문장으로 풀어 씁니다.
  • 둘째 줄에는 지금 맡은 업무에서 이 개념이 쓰일 만한 장면을 적습니다.
  • 셋째 줄에는 다음 회의나 기획서에서 해 볼 작은 행동 하나를 적습니다.

이렇게 하면 개념이 지식에서 습관으로 한 걸음 옮겨 오는 느낌이 들어요.

 

경영 개념은 외우는 순간보다 쓰는 순간에 내 것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마케팅, 재무, 전략을 각각 질문으로 바꿔 두면 기획서 쓰는 속도도 조금씩 빨라져요.
다만 아직 풀리지 않은 질문이 있습니다.
숫자에 지나치게 기대면 사용자 경험의 미묘한 가치를 놓치지는 않을까요.
반대로 사용자만 바라보다 사업이 지속될 수 있는지 잊지는 않을까요.
이 균형은 앞으로 프로젝트마다 다시 확인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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