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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ning · PM/서비스 기획

해시태그 기반 검색의 구조와 활용

2015. 7. 2. 15:26

 

요즘은 어떤 서비스를 열어도 샵(#) 기호가 붙은 단어를 자주 만나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냥 유행하는 표기법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기획 일을 하면서 들여다보니 꽤 영리한 검색 구조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리해 봅니다.
특정 서비스가 내부에서 어떻게 동작하는지는 제가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여기서는 일반적인 구조와 기획 관점 위주로 적습니다.

 

일반적인 검색은 시스템이 글의 본문을 읽고 단어별로 색인을 만들어 둡니다.
해시태그는 이 일을 작성자에게 맡기는 방식입니다.
작성자가 "이 글은 이런 주제입니다"라고 직접 이름표를 붙이는 셈이에요.

이 방식이 특히 잘 맞는 곳은 사진처럼 본문 텍스트가 거의 없는 콘텐츠입니다.
사진은 시스템이 내용을 알아내기 어렵지만, 작성자가 태그를 달아 주면 바로 검색 대상이 됩니다.
짧은 글이 빠르게 쌓이는 서비스에서도 마찬가지로, 글이 짧을수록 본문 검색만으로는 단서가 부족하니까요.

가정해 보면 이런 장면입니다.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브런치 사진을 올리며 #성수동카페 #브런치 라고 적습니다.
나중에 누군가 #성수동카페 를 누르면, 같은 이름표를 붙인 사진이 한 화면에 모여 나옵니다.
작성자는 사진 한 장 올렸을 뿐인데, 보는 사람은 주제별 모음을 얻게 되는 거예요.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해시태그 검색의 의도가 일반 검색과 조금 다르다는 것입니다.
일반 검색은 답이 정해진 질문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 지하철 첫차 시간"처럼 하나의 정답을 찾는 경우가 많죠.
반면 해시태그를 누르는 사람은 정답보다 분위기나 주제를 둘러보려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어요.
#성수동카페 모음을 보면서 어디에 갈지 정하는 식으로, 찾는다기보다 구경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원리는 책 뒤쪽의 찾아보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태그 하나에 그 태그를 붙인 게시물의 목록이 연결되어 있어요.
사용자가 태그를 누르면 시스템은 본문을 뒤지지 않고 그 목록만 꺼내서 보여 줍니다.

여기에 기획자가 얹을 수 있는 기능이 몇 가지 있습니다.

  • 태그를 누르면 바로 모음 화면으로 이동하는 링크 처리
  • 최근 순과 인기 순 정렬
  • 함께 자주 쓰이는 태그를 보여 주는 연관 태그
  • 지금 많이 쓰이는 태그를 모은 인기 태그

특히 링크 처리가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검색창에 직접 입력하지 않아도 글을 읽다가 눈에 띄는 단어를 누르면 탐색이 이어지거든요.
검색이 별도의 행동이 아니라 읽기의 연장이 되는 점이 해시태그의 가장 큰 매력 같아요.

 

작성자 입장에서는 폴더나 카테고리를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떠오르는 단어를 붙이면 끝이에요.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모르던 주제를 우연히 발견하는 경험이 생깁니다.

서비스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만든 이름표가 곧 데이터가 됩니다.
어떤 단어가 요즘 많이 붙는지를 보면 사용자의 관심사 흐름을 읽을 수 있어요.
별도의 분류 체계를 만들어 운영하지 않아도 되니 비용도 적게 듭니다.

가정해 보면 사진을 올리는 서비스에서 어느 달 갑자기 #벚꽃 이라는 태그가 늘어납니다.
운영하는 사람은 지금 사람들이 꽃구경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고, 그 시기에 맞춰 봄 나들이 모음 화면을 준비할 수 있어요.
사용자가 남긴 이름표가 서비스의 편집 기획을 거들어 주는 셈입니다.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표기가 제각각이라는 점입니다.
같은 뜻인데 #맛집, #맛집추천, #맛집탐방처럼 태그가 갈라지면 모음이 흩어집니다.
띄어쓰기나 오타 때문에도 같은 주제가 여러 개로 쪼개져요.

두 번째는 의미가 모호한 태그입니다.
#봄 이라는 태그 아래에는 꽃 사진도, 계절 옷도, 사람 이름도 섞여 들어올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남용입니다.
인기 태그를 무관한 글에 잔뜩 붙여서 노출을 노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태그가 많이 쓰일수록 이런 글도 같이 늘어나서, 모음 화면의 품질이 떨어지기 쉬워요.

한국어는 조사가 붙는다는 점도 신경이 쓰입니다.
"카페를", "카페에서"처럼 변형된 표기를 같은 태그로 볼지는 설계에서 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본 항목입니다.

  • 한 게시물에 붙일 수 있는 태그 개수의 상한이 필요한가
  • 태그를 입력할 때 자동완성이나 추천을 보여 줄 것인가
  • 금지어나 신고된 태그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 비공개로 올린 글은 태그 모음에서 제외하는가
  • 올린 뒤에 태그를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있는가

자동완성은 표기를 모으는 데 가장 효과가 클 것 같아요.
사용자가 #맛 까지만 입력해도 이미 많이 쓰이는 #맛집 을 제안해 주면, 흩어지는 태그가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해시태그는 기술이라기보다 작성자와 서비스가 일을 나눠 맡는 약속에 가깝다고 정리했습니다.
작성자는 이름표를 붙이고, 서비스는 그것을 모아 길을 만들어 주는 거죠.

다만 이 약속이 오래 유지되려면 태그의 품질을 지키는 장치가 함께 있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남은 질문은 두 가지입니다.
사용자가 붙인 자유로운 태그와 서비스가 정해 둔 분류 중 어디까지를 섞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태그가 정말 많이 쌓인 뒤에도 사람들이 여전히 태그로 탐색하게 만들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다음에 직접 간단한 화면 구성을 그려 보면서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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