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혁신적인 창업생태계는 거침없는 M&A 문화를 배경으로 형성되었다. 기업을 인수하여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실리콘밸리에서 이미 오래된 전통이다. 기업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자체 연구개발(R&D)에 따른 시간 부담을 유연하게 감당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손쉽게 사업영역을 확장 또는 피봇팅하면서도 혁신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이미 검증된 기술력을 가진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혁신을 구매’하는 것이다.
매출이 가장 높은 상위 5개의 실리콘밸리 기업의 최근 M&A 활동을 검토한 결과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1위, 애플이 2위를 차지하였다.
매출이 가장 높은 상위 5개의 실리콘밸리 기업의 최근 M&A 활동
자료: Bloomberg Law
이들 중 대부분의 활동은 기업 합병이 아닌 인수의 형태였으며, 다양한 신생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Tech Startup Takeover) 내지 지적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애플의 인수 목적
자료: Bloomberg Law
구글, 애플을 비롯한 다른 ICT 기업들도 기업인수의 목적은 크게 다르지 않은 바, 혁신을 구매하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ICT 기업들의 M&A활동을 분석하면 이들 기업이 어느 사업분야를 구상하고 미래에 대비한 전략을 세우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이에 2019년과 2020년 최근의 주목할만한 기술 인수 사례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각축전, 공격적인 M&A를 보이는 선도 기업들
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 Amazon Web Service)가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선도하고 있고, 윈도우를 기반으로 방대한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Azure가 그 뒤를 이어 추격 중이며, 구글은 후발기업이지만 고성장 잠재력이 플레이어로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료: ZDNet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주요 M&A 현황은 다음과 같다.
인수 기업 | 피인수 기업 | 피인수 기업 강점 | 인수 효과 |
알루마 (Alooma) |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 구글이 확보한 인공지능기술과 연결되어 클라우드 서버에서 빠르고 안전하게 데이터를 전환 | |
루커 (Looker) |
빅데이터 분석 | 자사서비스인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에 루커 제품 통합하여 이용자에게 효율적으로 시각화된 데이터 분석 솔루션(경영전략설계 및 경영효율화를 위한 분석 데이터) 제공 | |
일래스티파일 (Elastifile) |
클라우드 저장 | 데이터 저장용량 확대하고 연산 능력 강화 | |
아마존 | 클라우드 인듀어 (Cloud Endure) |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 IT 인프라 간 데이터 전송 및 동기화, 데이터 백업, 데이터 복구에 사용되는 솔루션 통합으로 안전한 클라우드 환경 제공 |
마이크로소프트 | 모베어 (Movere) |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 사용자의 데이터를 마이크로소프트 365, 클라우드 서비스인 Azure로 안전하게 이동 |
IBM | 레드햇 (Redhat) |
오픈소스 |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기술 강화 및 오픈 클라우드 솔루션 개발 가능성 타진 |
Sales Force | 태블로 (Tablo) |
빅데이터 분석 데이터 시각화 |
데이터 분석 기술에 대한 전문지식 제공 |
자료: 언론 보도 자료 종합,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정리
특히 구글은 알루마, 루커, 일래스티파일을 인수하면서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빅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저장 부문을 아우르며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는바, 전문가들은 구글의 이와 같은 행보를 두고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두를 차지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하였다. IBM, 세일즈포스도 각각 레드햇, 태블로 인수를 위하여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시장 선두주자인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부문의 기업을 인수하며 시장점유율을 확고하게 다지고 있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앞으로도 해당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VR/AR 시대 준비하는 애플과 페이스북
애플 사와 관련한 소식지9to5Mac은 VR/AR(가상현실/증강현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던 애플이 최근(2020년 4월)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가상현실회사 넥스트VR(NextVR)을 인수할 계획에 있다고 발표하였다. 넥스트VR은 스포츠(NBA, Fox Sports, Wimbledon 등) 및 엔터테인먼트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실시간으로 가상현실경험을 제공하는 업체로서, 애플이 해당 업체를 아직 인수하지는 않았지만 1억달러 선에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이미 2008년부터 VR/AR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특허 출원해 왔는바, 넥스트VR이 보유한 총 40건이 넘는 특허권이 애플로 양도되면서 애플은 VR/AR 부문에서 한층 강해진 특허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 공개특허2008-276196호 개인용 가상 현실 헤드셋
자료: USPTO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으므로 2008년에 출원한 특허에 공개된 기술 내용과 현재 애플이 확보하고 있는 기술은 현저히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제품은 아직 프로토 타입 단계에 있으므로 현재 시점에서 제품 출시 여부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만일 애플이 넥스트VR을 인수하여 가상현실 기술을 확보한다면 자사 하드웨어(아이패드 등)와 결합하여 가상현실 서비스를 강화하고, 향후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한 헤드셋도 개발, 출시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편, 페이스북은 최근 뇌 신호를 이용하여 컴퓨터와 통신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컨트롤랩스(CTRL-labs)를 인수하고, 페이스북의 AR/VR 연구소 ‘리얼리티랩스(Reality Labs)’팀에 합류시켜 컨트롤랩스의 신경 인터페이스 기술을 다른 디바이스와 연결하는 손목 밴드를 개발하는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컨트롤랩스는 시차 근전도(Differential Electromyography)라는 기술을 이용하여 피부에 접촉하면 신경망을 따라 흐르는 전기 신호를 읽는 손목밴드 ‘CTRL-kit’을 개발했다. 하기의 이미지는 CTRL-kit을 장착한 사용자가 손가락을 움직였을 때, 해당 이미지가 바로 컴퓨터에서 조작되는 모습을 나타낸다.
컨트롤랩스의 CTRL-kit 사용 이미지
자료: CTRL-labs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퀘스트와 오큘러스 리프트 S라는 VR 구현 장치를 보유하고 있는바, 여기에 컨트롤랩스의 기술이 접목되어 VR/AR장치의 새로운 진화가 기대된다.
페이스북의 VR 구현 장치 오큘러스 퀘스트와 오큘러스 리프트 S
자료: Facebook Horizon
페이스북의 소셜 가상현실 플랫폼 ‘Facebook Horizon’ 서비스에서 확인할 수 있듯, 자사 플랫폼을 PC나 스마트폰에 가두지 않고 새로운 관점에서 관계망에 기반한 소셜 엔터테인먼트로 사업을 확장하고자하는 페이스북의 사업방향성이 보다 구체화된 현 시점에서 컨트롤랩스 인수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주목된다.
기술 인수로5G 글로벌 생태계에서 새로운 시장 창출하려는 마이크로소프트, 인공지능 선두 굳히려는 엔비디아
자율주행차량, 스마트시티, 가상현실 및 기타 다양한 서비스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차세대 무선네트워크5G가 2020년에 상용화 됨에 따라 ICT 기업들은 5G 이동통신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지난해 12월 5G용 초저지연 어플리케이션 플랫폼인 웨이브렝스(Wavelength)를 공개하고, 구글 클라우드가 이동 통신사AT&T와 5G 에지컴퓨팅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눈길을 모은 가운데, 최근(2020.3.26)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클라우드 플랫폼 Azure에서 5G 이동통신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클라우드 기반통신 네트워크 솔루션 회사 어펌드 네트웍스(Affirmed Networks)를 인수하였다. 어펌드 네트웍스는 통신사가 데이터 트래픽 관리, 스트리밍 네트워크 운용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엣지 컴퓨팅 서비스 환경을 클라우드로 구축하는 업체로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어펌드 네트웍스의 가상화된 클라우드 네이티브 모바일 네트워크 솔루션을 통해 데이터 통신의 혁신을 이루고 5G 네트워크 및 서비스를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배포 및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수의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인공지능분야의 선도기업인 엔비디아는 지난해 칩 제조사이자 고성능 초고속 저지연 인피니밴드 인터커넥스 솔루션과 데이터센터를 위한 이더넷 스위칭 솔루션을 제공하는 이스라엘의 업체 멜라녹스 테크놀로지스(Mellanox Technologies)를 인수하였다. 멜라녹스는 스마트 인터커넥트 기술을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수집/분석/처리/학습하는 머신러닝 기반 인공지능 컴퓨팅에 있어서 고속 데이터 전송 및 처리 성능을 제공하고 있는 바, 엔비디아는 멜라녹스를 인수함으로써 데이터 센터의 업무부담을 최적화하여 인공지능기술 발달에 따라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수요를 해결하고, 인공지능이 요구하는 고성능컴퓨팅 시장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기업도 전략적인 기술 인수로 경쟁력을 제고하고 사업의 다각화 모색하여야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눈앞에 있는 현재, 글로벌 ICT 선도기업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거침없이 신기술을 인수하고 기존의 사업과 시너지효과를 이루며 지속적인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중소기업·벤처기업 업계에 대한 투자금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투자금에 대한 회수가 막혀 투자 선순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투자금 유입 규모가 크면 그만큼 회수도 활발해야 건강한 창업생태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선순환이 막힌 가장 큰 원인으로 M&A 시장이 거의 전무한 실정을 꼽는다. 기업공개(IPO)도 투자금 회수 방안으로 꼽히지만 IPO에 이를 가능성도 낮고 소요시간이 길기 때문에 M&A가 효과적이다. 아산나눔재단과 구글스타트업캠퍼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이 함께 발간한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스타트업 투자 회수 방식 중 M&A가 차지하는 비중은 43%에 이르렀으나 한국은 3%에 그쳤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건강한 창업생태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실리콘밸리와 같이 대기업들이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투자, 유치, 인수하는 M&A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는 M&A를 단순히 비용 지출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한다. M&A를 단순히 비용 지출의 대상으로 보면 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보기보다는 그저 인수 비용을 낮추는데 급급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도 M&A에 대한 가치관을 재정립하고, 미래를 대비한 전략적인 기술 인수로 경쟁력을 제고하고 사업의 다각화를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자료: Bloomberg Law, ZDNet, USPTO, Facebook, CTRL-labs,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자료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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