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전염병의 유행은 기존의 경제 질서를 완전히 뒤바꾸는 계기가 돼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19로 인해 디지털 플랫폼 경제가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보호무역주의 중심으로 세계 경제 질서가 급격히 재편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특히 비대면 문화가 일상화됨에 따라 기존의 산업이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로 이어지는 혁신 기술을 통합적으로 이용하는 디지털 기반 산업으로 전환돼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ICT 기반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는 이제 막 신기술을 가지고 접전지로 뛰어드는 신생 ICT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일 수도 아니면 기존 ICT 기업들이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며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는 기회일 수도 있다. 그 기회의 중심에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인공지능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
의료산업의 변화 이끄는 인공지능
캐나다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블루닷(BlueDot)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가 2020년 초에 세계적인 규모의 팬데믹 현상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측해 주목받은바 있다. 블루닷은 전 세계 65개국의 뉴스, 병원 시설 현황, 지역 이동 데이터, 가축 및 동물의 데이터, 해충 현황, 국제 항공 이동 데이터, 실시간 기후 변화 관련 대규모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한 후 해당 결과를 의학·역학적 검토를 거쳐서 각국 정부 및 공공 보건분야 전문가들에게 전달하는 인공지능 플랫폼 기업이다.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을 예측한 인공지능 기업 블루닷의 인공지능 활용 예시
자료: 블루닷
한편 미국의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은 신약개발은 물론 질병의 예방과 분석에 인공지능 기술 중 하나인 딥러닝을 사용하는 또 다른 스타트업이다. 미국 메릴랜드에 본사를 둔 해당 기업은 딥러닝 기술인 GENTRL을 이용해 수천 개의 분자구조를 검토하고 코로나19에 대항하기에 적합한 분자구조를 추려 그에 대한 의견을 고객인 제약 회사들에 제공해 백신개발에 기여하고 있으며, 코로나19를 포함한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발발에 대처할 수 있는 분자 구조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인실리코 메디슨이 발표한 코로나19의 핵심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분자구조
자료: 인실리코 메디슨
하버드 의과대학 또한 머신러닝 기술을 사용해 코로나19에 관한 다양한 출처의 온라인 정보와 기록을 검토함으로써 코로나19가 활발히 창궐하고 있는 위치와 해결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주도하고 있으며, 구글의 인공지능연구 부서에서는 알파폴드(Alphafold) 시스템을 이용해 코로나19의 단백질 구조를 분석해 바이러스의 기전과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구글은 의료 기록의 데이터 마이닝을 위한 구글 딥마인드 헬스(Google Deepmind Health)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고객들에게 인공지능을 이용한 건강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한편 아마존은 클라우드 플랫폼 계열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코로나19 진단 솔루션을 개발 중인 고객사들의 진단 기술 상용화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AWS 진단개발 이니셔티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마이크로 소프트는 코로나19와 관련한 증상, 위험요인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기반 헬스케어봇을 출시해 Azure 플랫폼을 기반으로 코로나19 대응 탬플릿을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인공지능을 이용한 의료기술이 근래에 새롭게 주목받고 있지만 인공지능은 이미 의료산업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진단 기술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로써 많은 환자를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 영상진단 솔루션이 빠르게 보급될 것으로 보이며, 인공지능을 통해 의료영상을 판독하고 진단하게 될 경우 의사들의 진단 시간이 단축되고 의료 비용이 절감되며, 오진율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의하면 인공지능을 이용한 세계 영상진단 시장은 2025년 59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맥킨지 컴패니의 2020년 3월 보고서에 의하면 의료산업에서 인공지능은 만성질환 관리, 우선치료 대상자 선별 및 진단, 임상적 결정의 지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제공될 수 있고 구성원들의 건강관리를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봤다.
인공지능이 이용되는 의료산업 분야
자료: 맥킨지
풍부한 데이터의 분석이 필요한 신약 개발, 의학 영상 진단, 정밀 의학 및 유전체학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적용이 증가하고 환자 개인의 요구에 맞춰 최적화된 치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의료 분야에 있어서 인공지능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공지능을 이용해 질병을 진단하고 모니터링을 하는 새로운 플랫폼들이 속속들이 출현하면서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관련 의료산업이 향후 몇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의 저변엔 인공지능이 있다
언택트, 이른바 작년부터 밀레니엄 세대의 호응을 타고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매김한 비대면 문화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새롭게 일상화(뉴-노멀)되고 있다. 비대면 문화가 꽃피우게 된 계기는 비약적으로 발전된 인공지능에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미국의 IBM,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은 자연어 처리 및 첨단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한 챗봇을 활용해 코로나19 관련 정보제공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인공지능기반 챗봇은 채팅하는 로봇으로 대화형 인터페이스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해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서비스의 일종으로서 전자 상거래, 마케팅 및 판매, 고객 서비스, 여행 및 관광, 금융 서비스 및 핀테크, 가상 비서 등 각 분야에서 인력을 대체하고 업무 자동화에 기여하면서 앞으로도 성장을 거듭할 전망이다.
IBM이 제공하는 인공지능 기반 챗봇 ‘왓슨’
자료: IBM
한편 인공지능에 기반한 배달 로봇을 비롯해 물류, 창고 등에 이용되는 자율주행로봇도 코로나19 덕분에 각광받고 있다. 사람 간의 접촉을 줄여 감염의 위험이 현저히 줄어들고 물류 및 배송 체인의 자동화가 향상되면 비용이 절감되고 생산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이들 자율주행로봇의 전반에 적용된다. 실시간 경로 최적화, 차량들 사이의 정보제공 및 활용, 데이터 정보 분석을 통한 고객 관리, 고객 의견을 반영한 제품 및 서비스 혁신, 실시간 고객 수요 및 공급 시스템 모니터링 및 개선 등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이용돼 배송 및 재고관리의 효율화가 이뤄지고 물류비를 감소할 수 있으며,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배달 로봇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친숙해질 전망이다. 미국의 배달 로봇 스타트업인 스타쉽 테크놀로지스는 조지 메이슨 대학과 제휴하고 배달 로봇을 운영하기 시작한 이후 코로나19의 유행으로 그 이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스타쉽의 배달 로봇은 주행 중에 사물과 사람을 감지하고 보행자의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안전문제를 최소화하고 있으며, 고객은 자신의 물품을 배달 중인 로봇의 위치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주변을 탐색하며 자율주행 중인 스타쉽의 배달 로봇
자료: 스타쉽 테크놀로지스
2016년 실리콘밸리에서 구글 자율주행자동차 웨이모 출신 2명의 엔지니어가 탄생시킨 스타트업 ‘누로(Nuro)’에서도 자율주행 배달 로봇 R1, R2를 이용한 배송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누로는 기존의 배달 로봇과 달리 인도가 아니라 도로를 주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라이더, 레이다, 카메라 등 자율주행자동차에 사용되는 센서 덕분에 보행자 및 장애물 회피가 가능하다. 누로는 최근 무인 자율주행 배송 차량 운행 허가를 받고 캘리포니아 지역에 R2를 투입해 의료용품의 배송을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누로는 코로나19로 인해 임시 의료시설로 쓰이는 산마테오 이벤트 센터와 슬리프 트레인 아레나에서 음식, 개인보호장구, 침구 등을 운송하며 대면 접촉을 최소화해 효과적으로 물건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개진하기도 했다.
자율주행 배달 로봇 ‘누로’
자료: 누로
그밖에도 아마존, 마블, 박스봇, 페덱스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배달 로봇을 개발하고 본격적으로 해당 로봇을 이용한 사업을 개시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은 차세대 배달서비스인 배달 로봇의 상용화를 가시화하고 있다.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물류 배송 서비스 시장이 인공지능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ICT 기업들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된 것이다.
시사점
코로나19 확산은 다양한 글로벌 산업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으며, 그 변화의 수단의 중심에는 인공지능이 자리하고 있다. 각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어느정도 진정된 후에도 경기 둔화에 대응하고 일상화된 비대면 문화에 발맞춰 각 기업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사업성과를 제고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공지능의 도입을 고려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코로나 19는 산업 전반에 강제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인공지능의 도입도 가속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인공지능의 활용이 실생활에 가까워지면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발굴되고 있는바 이는 우리나라의 ICT 기업들에도 긍정적인 기회이기도 하다. 다만 기존의 거대 플랫폼 및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본금과 기존 서비스와 연계한 용이성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솔루션을 직접 제공하거나 글로벌 기업끼리 공동대응체계를 구성함으로써 인공지능 서비스 시장의 진입장벽을 더욱 공고히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기 속에도 기회는 있다. 우리 기업들은 차별화된 ICT 기술로 경쟁력을 내세워 시장을 선점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블루닷, 인실리코 메디슨, 매킨지, 마켓앤마켓, 스타쉽 테크놀로지스, 누로,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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